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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교육해야죠”

[PEOPLE] 비강압식 트레이너 김민희 님을 만나다

by Eugene2022.07.07

“인간의 생각이 창발하는 순간은 낯선 상황과 조우할 때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어도 현실 속에선 선을 긋고 익숙한 곳에 머무르는 게 편하기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은 늘 스스로 경계에 서고, 미지의 건너편을 향해 나서는 사람에 의해 변해오지 않았던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비강압식 트레이닝이라는 주제를 고민하고, 현장에서 실천해온 김민희 트레이너는 대형 애견유치원 부원장이라는 안정적인 직함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 스스로 경계선 위에 두 발을 딛고 섰다.

일주일 전 미국에서 돌아온 그를 만났다.

Q. 민희 님, 먼저 간단하게 자기 소개부터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비강압식 반려동물 트레이너 김민희 입니다. 대학에서 반려동물을 전공하고 동물병원, 복합문화 공간, 애견 유치원 등에서 10여년 간 일했고, 얼마 전 바우라움 서울숲 캠퍼스 운영 부원장에서 퇴사 후 지금은 캐런프라이어 아카데미(Karen Pryor Academy, KPA)의 코리아팀 운영을 도우면서 비강압식 교육에 관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처음부터 트레이닝을 했던 건 아니었군요.
네~ 수의사 빼놓고는 반려동물 관련된 일은 다 해본 것같아요.ㅎㅎ 하지만 솔직히 트레이닝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동물병원에서 테크니션으로 일을 했는데, 훈련소에서 다쳐서 병원에 오는 아이들을 많았어요. 한국의 트레이닝 수준이 아직 이 정도인가 보다 생각했죠. 그래서 저희 집 아이들은 제가 다 교육을 시켰어요. 미용도 직접하고요. 그러다가 ‘비안코 이탈리아’에서 반려견 트레이너로 일을 시작할 때 KPA의 한국 매니저인 알렉스* 님을 교육 이사로 만났어요. 포블스와도 인터뷰를 하신 걸로 알아요. 그 분을 만나고 트레이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Q. 알렉스 님의 어떤 부분이 민희 님의 생각을 바꿨나요?
이쪽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대부분 성향이 폐쇄적이에요. 그런데 알렉스 님은 처음 보자마자 자료를 잔뜩 꺼내서 주는 거에요. 자기가 10년동안 모은 자료라면서 공부하라고요. 이런 사람을 업계에서 처음 봤거든요.ㅎㅎ 그래서 물었죠. ‘왜 이렇게 하세요?’라고. 그랬더니 “어차피 이렇게 줘도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한다”면서 “나와 뜻이 같으면 함께 해보자”고 하는 거에요. 그 때 사실 많이 지쳐 있어서 동물 관련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큰 동기 부여가 됐어요. KPA의 긍정강화 트레이닝이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상당부분 일치했고요.

* 알렉스 KPA 코리아 매니저 인터뷰 보기

Q. 얼마 전 바우라움 서울숲 캠퍼스 운영부원장직을 내려놓고 나왔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도 자기개발을 위해 항상 공부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게 무척 즐겁지만, 지금은 보호자들이 웬만한 트레이너보다 더 이해도도 높고 잘 가르치세요. 왜냐하면 그 개를 보호자가 제일 잘 알고, 즐기면서 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유치원의 시스템은 트레이닝 공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강아지 유치원의 시스템에 대해 민희 님은 회의적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자신의 반려견이 유치원이라는 공간의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해요. 수십마리의 개들이 한정된 공간에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개 짓는 소리가 나고, 청소를 열심히 해도 여기 저기에서 개 냄새가 나거든요. 저도 유치원 생이면 수십명의 새로운 친구가 있는 곳에 들어가면 패닉이 올 것같아요.ㅎㅎ 특히 트레이닝도 목적이라면 기본이 감정 관리인데, 이런 번다한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라면 교육이 어렵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혼자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도록 노력을 하는 게 더 아이를 위한 방법일 수 있어요.

Q. 민희 님은 스스로를 비강압식 트레이너라고 소개하는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비강압식 교육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트레이너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이 있겠지만, 제가 추구하는 비강압식 교육은 과학에 근거한 방법을 사용해 동물과 사람의 신뢰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하는 교육입니다. KPA의 긍정강화 프로그램도 큰 틀에선 비강압식 교육에 속하는 셈이죠.

Q. 앞서 말한 새롭게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궁금합니다.
개를 교육하는 일은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정을 너무 많이 줘서 제 껌딱지가 되어 버리는 거에요. 이러다 남의 손에 갔을 때 문제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 순간부터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게 무얼까, 더 의미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교육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교육 플랫폼을 준비 중이고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분들이 함께 해주실 것 같아요.

Q.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물을 직접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생각과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함께 노력하는 게 더 빠르게 더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처럼 반려동물을 공부하고 일하는 종사자 교육을 시작하고, 차차 보호자 교육도 쉽고 재미있게 준비할 계획입니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내용들은 무료 배포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는 부담없는 수준에서 유료로 서비스하고요.

Q. 교육 프로그램은 반려견에 한정된 건가요?
우선 개로 시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같은 다양한 반려동물까지 언젠가는 확대하고 싶어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토끼를 길렀는데 14년을 살고 하늘나라를 갔어요. 토끼도 개 못지 않게 교감의 깊이가 깊답니다. 화장실 문열어 주면 배변하고, 이리와, 밥먹어 등 못하는 게 없어요. 개보다 더 똑똑하다니까요. 금붕어가 아질리티도 하는 걸요.ㅎㅎ

Q. 퇴사 후 한 동안 미국에 머물렀는데, 아무래도 반려문화에 눈길이 갔을 것 같아요.
미국은 반려인이 축복받은 나라에요. 어디를 가도 너른 잔디밭이 있고, 거리도 넓어요. 개들의 흥분도도 매우 낮습니다. 국내에선 맹견인 핏불도 거기서는 귀염귀염해요. 반려인들간에 매너도 굉장히 좋아요. 미국에 한달 정도 있었는데, 서로 마주오는 개와 인사시키는 걸 보지 못했어요. 공간이 넓어도 리쉬 길이를 2m 이내로 해서 산책하고요. 결국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이 함께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에 더 힘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문제는 트레이닝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Q. 좋은 트레이너를 찾고 있는 반려인들에게 팁을 준다면요.
비강압 혹은 긍정강화 트레이닝을 지지하는 트레이너인지 먼저 확인하고, ‘제가 고쳐드리겠습니다’ ‘보장해드립니다’ 등 결과를 100% 보장하는 훈련사는 피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반려견 트레이닝의 경우 보호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건강관리, 환경관리, 보호자의 노력, 트레이너의 교육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한데 100%라고 장담하는 훈련사의 경우 빠른 시간 안에 마치 훈련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강압적이고 체벌 기반의 훈련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거든요.

김민희

새로운 반려견 교육 플랫폼을 준비 중인
비강압식 트레이너 민희 님은
슈나우저 후추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