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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k Rocks My World!”

[PEOPLE] KPA 한국 매니저 알렉스 님을 만나다

by Eugene2022.05.09

실현 가능한 꿈, 대단히 현실적이고 보기 좋은 꿈을 평생 딱 한 번 꾸는 것. 그것을 그럴싸하게 이뤄 내는 것이 ‘성공’으로 조명 받던 시대가 있었다. 못 지킬 말은 하지 않고 못 이룰 꿈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 어른스럽고 철 든 행동으로 치부되던 시절.

그러나 ‘오늘을 사는 내가 온전히 그 시절로부터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엔 아직 선뜻 ‘아니오’라고 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 ‘NO’라고 손을 번쩍 들법한 이가 있다. 얼룩무늬 양몰이 개 ‘벡’을 만나고 난 후 인생의 방향과 밑그림을 주저없이 180도 송두리째 바꿔 버린 사람. 북미와 유럽 곳곳을 누비며 인간과 반려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묻고, 동물의 행동과 윤리적 관계에 기반한 트레이닝을 고민하며, 디스크 도깅(Disc Dogging)을 통해 털뭉치 친구와 교감했다.

어느덧 세상은 그를 캐런 프라이어 아카데미(KPA) 한국 매니저와 스카이하운즈(Skyhoundz) 디스크 도그 월드 챔피언십 국제 심판, 베스트셀러 ‘훈련이 잘못됐습니다’의 작가라는 낯선 수식어로 규정하고 소개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Beck Rocks My World! (벡이 내 세상을 뒤흔든다!)”라고 말하는 알렉스 님.

보더콜리 벡, 오스트레일리안 캐틀독 에디와 함께 행복한 반려생활 중인 그의 평화로운 보금자리의 문을 두드렸다.

Q. 우선 포블스 가족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사랑하는 아내, 털뭉치 친구 벡과 에디와 함께 지내고 있는 알렉스입니다. 보더콜리에 매료된 한 명의 반려인으로서 2012년부터 북미와 유럽을 누비며 동물 트레이닝, 보호자 및 종사자 교육, 구조소 봉사, 기타 반려견 서비스 등 인간과 반려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세미나, 워크숍, 동물원, 기업체 교육 등을 통해 구시대적이고 비인도적인 ‘강압’의 위험성과 그 해결 방안으로 동물의 심리와 행동 과학 그리고 윤리적인 관계를 이해하는 선진 동물 트레이닝 방법을 지속적으로 알려 왔습니다. 현재 캐런 프라이어 아카데미(Karen Pryor Academy, 이하 KPA)의 한국 매니저이고, 디스크독 월드 챔피언십인 스카이하운즈(Skyhoundz) 국제 심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훈련이 잘못됐습니다’라는 반려견 트레이닝 책을 쓰기도 했고요.

Q. 함께 인생을 나누고 있는 가족들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벡은 보더콜리 견종으로 14살 할아버지입니다. 영국 웨일즈에서 ISDS(International Sheep Dog Society) 인터내셔널 슈프림 챔피언인 머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틈틈이 양몰이와 원반 놀이를 하며 지내고 있어요. 2020년 4월 암 수술을 받아 9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원더독(Wonder Dog)입니다. 나이가 들어 이제 소리도 잘 듣지 못하고 빠르게 달리지도 못하지만,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읽을 수 있는 소울 메이트죠.
에디는 2020년 8월에 새로운 가족이 된 오스레일리안 캐틀독 믹스입니다. 텍사스의 강아지 공장에서 이종교배 실험으로 태어났고, 노스캐롤라이나와 뉴저지에 있는 보호소를 전전하다 저희 가족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에디는 여러 개들과 경쟁을 하며 지냈기 때문에 매우 예민했지만, 긍정적인 트레이닝과 일상으로 하루하루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는 항상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자 더없이 소중한 가족으로 존스 홉킨스 의대 소아 정신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알렉스 님은 벡을 만나고 나서 인생의 경로가 완전히 바뀐 걸로 압니다.
저는 제 스스로에게 ‘Beck Rocks My World!(벡이 내 세상을 뒤흔든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삶을 살다 보면 인생의 물줄기가 꺾이는 변곡점이 있기 마련인데, 벡을 만나 꽤 많은 긍정적인 변곡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변화는 벡을 만나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었고, 만족을 넘어 감사함으로도 부족한 것들입니다. 직업이 바뀌고, 관심사가 바뀌고, 사는 곳이 바뀌고, 셀 수 없이 많은 소중한 인연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제 아내도 있고요.

Q. 환경과 물리적인 변화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듯 한데요.
네~ 가장 큰 변화는 벡 그리고 비니(1년여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보더콜리)와 관계를 맺고, 이 녀석들을 이해하기 위해 개라는 동물을 조금씩 더 깊이 알아가면서 신기하게도 제가 몰랐던 저를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로소 제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도 얻게 된 것 같고요. 이것은 저 뿐 아닌 모든 보호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벡과 비니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세상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겠죠. 비니는 세상을 떠났고 벡은 나이가 들었지만, 비니는 제 마음에서 벡은 제 옆에서 예상하지 못 했던 감동과 놀라움으로 여전히 저의 삶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Q. 알렉스 님을 매료시킨 보더콜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보더콜리(쉽독)에 끌리는 건 그 어떤 견종보다 인간과 함께 호흡하며 탄생한 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모가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견종이며,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지금도 그러한 기준으로 보존되고 있는 견종입니다. 드넓은 초지에서 목동의 신호에 따라 이글거리는 집중력을 발산하며 양을 모는 모습은 멋지다 못해 경외롭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보더콜리의 특징에 매료되어 수년 간 영국, 캐나다, 미국에 있는 목동, 브리더, 트라이얼(양몰이 대회), 협회 등을 찾아 다니기도 했죠.

Q. 하지만 현대사회는 보더콜리의 타고난 재능과 특성을 유지, 발전시킬 수 없는 환경이잖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양몰이와 관련된 모든 일을 멈췄습니다. 관람을 목적으로 하는 몇몇 양몰이 시설이 있지만, 대다수의 보더콜리는 특징을 발현하지 못 하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상으로 힘겨워 하고 있습니다. 양몰이가 아닌 다른 목적(외모, 지능, 스포츠 등)으로 번식이 되면서 본래의 특징도 계속 퇴화하고 있죠. 더군다나 좁은 유전자 풀에서 번식이 지속되며 유전 문제도 심각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견종의 매력에 앞서 생명과 사는 방법에 더 끌리는 이유입니다. 할 수 있다면 그러한 방법을 더 알리고 싶고요.

Q. 움직이는 원반(디스크)을 쫓는 프리스비는 양몰이 재능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스포츠일 듯 한데요.
개에게는 냄새를 맡고 탐지하고 추적하고 쫓는 본능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디스크 도깅(Disc Dogging)은 개의 본능적인 활동을 충족하는 방법으로서 탁월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 평소의 문제 행동 발생을 줄이고 예방할 수도 있고요. 도그 스포츠의 경우에는 반려견과 한발 한발 함께 성장하고 추억을 만들어 가면서 더 없이 단단한 유대감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Q. 미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알렉스 님의 반려 일상 모습이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재택 근무를 하기 때문에 반려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눈을 떠서 털뭉치들과 산책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수시로 공놀이나 트레이닝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해 지기 전에 동네를 한 바퀴 더 산책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도그파크(Dog Park) 같은 넓은 곳에서 다른 개들을 만나고 더 크게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두어 달에 한번 정도는 사람이 없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캠핑을 하거나 카약을 탑니다.

Q. 알렉스 님이 느끼는 미국과 한국의 결정적인 반려문화 차이는 무엇인가요?
미국에 와서 처음 와서 느낀 차이는 개들이 하나같이 느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느슨하다’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한 마디로 행복하다는 신호를 다들 풍기고 있는 거죠. 반면 길에서 만나는 우리 나라의 개들은 불안과 두려움에 가득 찬 아이들이 많습니다. 결국 미국 반려문화의 장점은 올바른 교육이 좀 더 활성화 되어 보급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양질의 정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보다 탄탄한 반려문화와 반려생활이 형성되고요. 우리 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문화 지체(cultural lag)라고 할까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KPA 한국 매니저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네~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실 국내 트레이닝 환경은 아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강압’이나 ‘충격’을 사용한 구시대적인 훈련 방식이 아직 통용되고 있고, 전문가 집단의 폐쇄성과 반려인과의 수직적인 관계도 여전하죠. 무엇보다도 반려동물 트레이닝에 대한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Q.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세요.
저는 ‘과학은 트레이닝의 하드웨어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과학에 기반한 정보인가 따져보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죠. KPA는 심리학자 B.F. 스키너의 행동주의 이론(행동은 결과가 만든다는 조작적 조건화)을 근간으로 1984년 시작해 동물 트레이닝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단체입니다. 동물행동심리를 본격적으로 접목한 반려견 트레이닝과 클리커 트레이닝을 세상에 소개했고, 새로운 현대 과학의 내용으로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전 세계에 걸쳐 전문 반려동물 트레이너, 동물원 그리고 수의사와 동물보호 분야에서 KPA 졸업생들이 일하고 있고, 매년 수만 명의 반려인들이 KPA의 코스를 직접 배우거나 혹은 KPA CTP(Certified Training Partner)의 도움을 통해 그들의 반려동물을 교육하고 있죠.

Q. 앞으로 트레이닝과 관련해 할 일이 많을 듯 합니다.
깊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지닌 세계적인 동물 트레이닝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계속해서 인간과 동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콘텐츠를 연구하고, 반려인들이 이러한 정보를 쉽게 접하고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교육 기반을 만들 계획입니다. 더불어 행동 과학의 실천과 관련 사안에 대한 논의와 협력으로 긍정 강화 트레이너의 열린 공동체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알렉스 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반려생활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이쪽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프로페셔널 동물 트레이너라 할지라도… 자신의 반려 동물에게는 모두 ‘아마추어 보호자’ 입니다. 반려견과의 관계에서 계속해서 더 나은 내일을 꿈 꾸고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려는 의지와 거기서 얻는 보람을 느끼는 생활인 것 같습니다.

알렉스

캐런 프라이어 아카데미
한국 매니저인 알렉스 님은
보더콜리 벡, 캐틀독 에디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