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읽기
이슬처럼 깊고 맑게 사랑하기
[PEOPLE]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슬 님을 만나다
by Eunju2023.10.11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온 이슬 님. 일과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에 위로가 되어준 건 다름아닌 강아지 ‘만두’였다.
만두가 있어 웃을 수 있었다. 집안에 온기가 생겨 외롭지 않았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어 마음이 곪지 않았다.
그리고 2022년 12월 31일. 이름 없는 강아지의 안락사가 예정되었던 그날, 이슬 님은 저무는 생명에 다시 빛을 밝혔다.
입양한 강아지를 ‘겨울’이라 부르며 진심 어린 보살핌으로 웃음을 안겨주었다. 만두로 인해 웃을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랑으로 은혜를 갚는 것처럼.

Q. 자기소개 먼저 해주세요.
청담동 미용실 우선(WOOSUN)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슬입니다. 여동생과 함께 반려견 만두, 겨울을 키우고 있어요.
Q. 강아지들이 정말… 귀여워요. 누가 누군지 설명해주세요.
자꾸 안아 달라고 보채는 브라운 포메라니언이 ‘만두’구요. 눈처럼 하얀 이 친구가 ‘겨울’이에요.
Q.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엄마가 미용사였고, 자연스럽게 미용고를 다녔거든요. 그런데 헤어 위주의 수업이 참 안 맞았어요. 그래서 당시 알바하고 있던 롯데리아의 매니저가 장래 희망이었어요. 얼마나 하기 싫었으면요! 그러다 취업 시즌에 메이크업의 매력에 빠졌고, 그 길로 상경했어요. 꿈을 좇아서요.
Q. 상상했던 것만큼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은 매력적인가요?
그럼요. 손님마다 메이크업 시안이 다르고, 시즌마다 유행하는 스타일이 변해서 항상 배우는 게 즐거워요. 출장도 잦아서 여러 나라를 갈 기회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어요.
Q.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만큼 힘들다고 들었는데, 슬럼프는 없었나요?
다행히 제 성격이 물 흐르듯 사는 편이라서 악명높은 스텝 시절에도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적은 없어요. 물론 몸이 피곤할 때도 많았지만, 잠자고 눈 뜨면 일하기를 반복하면서 힘들다는 걸 느낄 새도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어요. 멘탈이 조금… 센 것 같아요! ?
Q.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 멤버는 누구인가요?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 님과 슬기 님을 전담하고 있어요.
Q. 일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 인가요?
모든 비주얼 작업을 마친 결과물을 볼 때요. 연예인은 특히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 담당도 따로 있고, 스타일리스트와 포토그래퍼도 있기 때문에 결과물이 정말 예쁘게 나와요. 모두가 힘을 모아 공주님을 만들어주면 찰떡같이 소화해서 보는 제가 다 흐뭇해요.
Q. 메이크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단점 보완, 그리고 두 번째는 사람의 분위기와 스타일 별로 어울리는 방향을 고민해요. 그래서 솔직히 약간의 불안을 안고 메이크업을 해요. 제 손에 얼굴을 맡긴 사람들이 모두 만족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그런가 봐요.
Q. 워낙 긍정적이라 그런 불안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최근 업로드 한 요정 메이크업도 새로운 도전이죠?
네. 아무래도 일상적인 메이크업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샵에서 안 해본 새로운 스타일을 시안으로 마주하면 겁을 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이겨내 보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Q.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앞서 이야기한 예술적인 화보 메이크업을 더 연마하고 싶어요. 남들이 하지 않았던 그런 작업물을 다양하게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Q. 서울에 처음 올라 왔을 때 만두가 많이 위로가 됐을 것 같아요.
완전요. 만두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었죠. 원래 만두는 여동생이 본가에서 키우던 아이였는데, 여동생도 서울로 올라오면서 만두랑 자주 놀러 왔어요. 거의 저희 집에서 살았죠. 그래서 동생이 만두를 데려가면 허전함이 정말 컸어요. 끊임없이 만두 사진 보내 달라고 보채고 그랬죠.
Q. 만두는 왜 만두에요?
이것저것 이름을 불러 보다가 ‘만두’라는 발음에 반응하는 걸 보고 만두라고 지었어요. 그리고 제가 만두(?)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Q. 만두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사람 같은 거요. 생긴 것도 그렇고 성격도 그래요. 눈썹과 턱수염이 있어서 꼭 사람을 닮았는데, 강아지들을 별로 안 좋아하고 자기가 사람인 줄 알아요.
Q. 쓰다듬어 달라, 안아 달라, 원하는 걸 잘 표현하네요. 목청이 건강해서 오래 살 것 같아요.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도 장수할 거라고 그래요. 10살인데도 이렇게 아기 같잖아요. 그리고 만두는 똑똑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기를 예뻐하는지, 어떻게 하면 간식을 먹을 수 있는지 알아요. 그래서 그런지… 자기 힘든 건 절대 안 해요. 사람을 시키죠. 들어서 옮겨 달라고 ‘앙’ 짖고, 밥 갖다 달라고 ‘앙’ 짖고 그래요.

Q. 만두에 비해 겨울이는 조용한 편이네요.
겁이 많아요. 번식견으로 갇혀 살다 구조됐거든요. 평생을 철장에서 갇혀 자라서 처음에는 땅도 잘 못 밟았어요.
Q. 세상에, 속상해요. 괜찮아 지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목줄 채우는 교육을 하는 데만 일주일 걸렸어요. 트라우마가 있었던지, 목줄만 매도 납작 엎드려 벌벌 떨더라고요. 목줄에 조금 익숙해진 후 밖에 나가서 땅에 내려놓으니 한 발자국도 못 걷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괜찮다”고 달래면서 수십분을 기다리니 한 발짝 두 발짝 걸었어요. 열 걸음 정도 걷고 집에 들어가는 걸 여러 날 반복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꼬리를 세우고 걷더라고요.
Q. 기다려주고 다독여준 덕분에 겨울이가 산책을 무서워하지 않게 됐군요. 지난 세월 동안 산책 한 번 못 하고 갇혀 지냈다는 사실이 잔인해요.
겨울이는 중국에서 건너 온 강아지에요. 병원에 갔다가 몸 속에서 이상한 칩을 발견했는데, 번호를 조회하니까 중국에서 왔더라고요. 태어나자 마자 이국으로 팔려져 상업적으로 이용 당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서 더 이상 겨울이 같은 강아지가 생기지 않도록 사람들이 강아지를 사지 말고 입양했으면 좋겠어요.
Q. 겨울이 입양은 누가 결정했나요?
동생이요. 항상 둘째를 데려오고 싶어서 포인핸드를 자주 구경했는데 저는 막상 데려올 용기가 없었어요. 현실적인 문제가 신경 쓰여서요. 처음 입양하면 적응할 때까지 옆에서 돌봐야 하는데 둘 다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동생은 겨울이가 안락사 직전이라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보호소에 가서 데려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잘 된 거죠. 겨울이랑 넷이서 지금 너무 행복하거든요.
Q. 겨울이 이름은 이슬 님이 정했고요?
네. 이것도 처음에 동생이 별로라 했는데 그 이름에 제가 딱 꽂혔어요. 겨울이 데려온 날이 12월 31일이거든요. 눈처럼 하얀 털이 겨울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요. 저는 너무 잘 지은 것 같아요.
Q. 겨울이 매력은 무엇인가요?
코를 씰룩 거리는 게 귀여워요. 냄새도 정말 잘 맡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것도 매력이죠. 겨울이는 지금 7살인데도 새나 벌을 보면 신기해서 막 쫓아가요. 구조될 때까지 갖혀 있어서 처음 보고 느끼는 게 많아요. 다른 강아지 친구들도 너무 좋아해서 산책하다 만나면 쫄래쫄래 달려가요. 슬픈 건, 막상 친구 앞에 가면 어쩔 줄 몰라서 가만히 쳐다보기만 한다는 거예요. 냄새 맡고 인사하는 걸 잘 몰라서…

Q. 만두만 키울 때와 두 마리 함께 키우는 지금,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행복이 몇 십 배로 늘었어요. 만두는 동생이 주보호자라서 저를 2인자 취급해요. 그에 반해 겨울이는 제가 부르면 바로 달려와요. 그럴 때 너무 행복해요.
Q. 둘이 한 집에서 잘 지내나요?
무덤덤하게 지내요. 다투지는 않는데, 그냥 서로 관심이 없나 봐요. 약간… 아이돌 같아요! 각자 포지션이 있어서 콘셉트대로 행동하는 거예요.
Q. 만두랑 겨울이 성향이 달라서 같이 산책하기 힘들겠는 걸요?
절대 못 하죠. 만두는 발걸음이 정말 빠르고 겨울이는 많이 느리거든요. 그리고 항상 산책할 때마다 가려고 하는 방향이 달라서, 잡아당겨도 서로 갈 길 가려고 버텨요. 절대 안 움직여요. 그래서 보통 동생과 한 마리씩 맡아서 산책해요.

Q.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겨울이의 퍼스널 컬러를 진단한다면요?
겨울이는 뭔가… 뉴트럴 톤이요. 왜냐면 일단 모색이 흰색이라 대부분 잘 어울리는데 은근 만두가 잘 어울리는 빨간 컬러감의 옷들이 안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딱 중간 뮤트인 것 같아요.
Q. 산책룩에 어울리는 메이크업 팁 하나 알려주세요.
블러셔로 포인트를 주는 걸 추천해요. 생얼 메이크업할 때 비비에 틴트만 바르면 부족한 느낌이 들 수 있는데요, 그럴 때 블러셔 하나만 발라 줘도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블러셔만 바르면 산책하다가도 괜히 애들 한 번 안아서 같이 셀카 찍기도 해요. ?!
Q. 만두, 겨울이랑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지금도 넘치도록 행복해서, 거창한 버킷리스트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소원은 있어요. 제 수명을 조금 떼서 나눠주고 싶어요. 언젠가 맞게 될 이별이 저는 항상 두려워요. 만두가 벌써 10살인데 십 년이 너무 짧아요. 요새는 SNS에서 ‘무지개다리’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Q. 만두, 겨울과 이슬 님의 투게더를 정의해주세요.
‘사랑 투게더’. 만두와 겨울이를 떠올리면 ‘사랑’ 밖에 생각이 안 나요.

後Talk.
인터뷰가 끝난 후 만두, 겨울의 행복한 도시 생활을 위해 밀리옹(Milliong)의 베이글백을 선물했어요. 조그만 털뭉치 둘이 옹기종기 들어간 모습이 무척 귀여웠어요. 아이들과 어디에 놀러가든 사랑이 넘치는 나들이가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