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읽기
고양이 보러, 집에 가도 돼?
[PEOPLE] 집에 가야 되는 소이, 승연 님을 만나다
by Eunju2023.07.26
사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고양이에 관심 없던 열정 대학생 박소이 님은 학교 선배 원승연 님의 집들이에 갔다가 우연히 고양이를 만났다.
러시안블루 하몽의 부드러운 털에 매료된 소이 님은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에서 밤새 고양이만 쓰다듬었다. 그리고 툭 던진 한 마디 “선배, 고양이 보러 집에 가도 돼요?”
처음 사랑에 빠진 건 분명 고양이였지만, 집을 들락거리며 그리움의 대상은 자연스레 승연 님이 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고양이가 맺어준 인연. 이제 그들은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는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소이, 승연 안녕하세요! 박소이, 원승연입니다. 저희는 함께 고양이 용품 브랜드 집에가야돼 를 운영하고 있고 하몽(9살), 하양(8살), 하랑(5살)과 함께 반려생활 중이에요.
Q. 두 분은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셨나요?
소이 저는 반려동물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어요. 심지어 고양이보다 강아지파였죠. 그러다가 하몽, 하양을 키우고 있는 오빠를 만났고 저도 덩달아 온통 고양이로 가득한 일상을 살게 됐어요.
승연 저 역시 어릴 때는 고양이가 무서웠어요. 왠지 사람을 할퀴고 물 것 같았거든요. 어느 날 집 앞 카페 근처를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를 발견했는데 조금씩 친해졌고 그때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Q. 그 길고양이가 하몽인가요?
승연 아뇨. 길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뒤로 고양이가 너~무 키우고 싶어서 하몽이를 입양했어요. 벌써 9년 전이네요. 그때는 고양이를 잘 몰라서 하몽이가 집에 혼자 있으면 외로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양이를 입양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고양이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Q. 하양이가 집에 적응을 잘 못했나요?
승연 엄마 고양이랑 생활하던 아이라서 집에 적응하기까지 조금 오래 걸렸어요. 데려오고 이틀 동안은 하몽이랑 잘 놀고 잘 먹었는데, 셋째 날 갑자기 엄마가 없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그날부터 거의 2주내내 구석에 숨어서 울기만 하고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갔어요.
Q. 건강이 위험할 수도 있었겠는데요, 적응을 돕기 위해 어떻게 조치했나요?
승연 고양이는 밥을 제때 안 먹거나 공복이 길어지면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요. 급성 심부전이 올 수도 있고요. 그래서 작은 종이컵을 잘라 이온음료를 집안 곳곳에 깔아 놓고 간식을 먹이면서 버텼어요. 그러다 다행히 하몽이한테 정을 붙이더라고요.
소이 그래서 하양이는 하몽이 바라기에요. 하몽이는 독립적인 고양이라 혼자 잘 있는데, 하양이가 맨날 귀찮게 해요.
Q. 소이 님과 하몽, 하양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소이 오빠는 같은 과 선배였지만, 4학년에 일찍이 취업을 한 상태였고 저는 3학년 학생 회장을 하던 시기라 잘 몰랐어요. 그러다 우연히 선배들 사이에 껴서 오빠의 집들이에 가게 됐어요. 그때 하몽이가 저를 꽤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난생 처음으로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봤거든요. 너무 예뻤어요. ‘나 고양이 좋아하네?’라고 처음으로 깨달은, 역사적인 날이죠.
Q. 소이 님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 시작점이네요.
소이 하몽이를 딱 쓰다듬었는데… 털이 너무 부드러운 거예요. 감탄을 하면서 한참을 같이 놀았어요. 집에 돌아가고 나서도 고양이가 자꾸 생각나서 오빠한테 연락해서 고양이 사진 좀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이미지로만 보니까 감질나서 “오빠, 저 집에 가도 돼요?”라고 말했죠.
승연 제가 집에 없는데도 고양이만 보고 나올 테니까 비번 알려 달라고… 진짜 고양이만 보고 나온다고, 아무것도 안 만진다고. 몇 번 그렇게 들락거리더니 고양이 털이 묻었다고 옷을 빌려 입더라고요. 그러다가 친해졌어요. 그리고 연애를 했죠. 그때 하몽이가 4살, 하양이가 3살이었어요.
Q. 결국 두 분은 고양이가 맺어준 인연(❤)이군요. 하랑이는 어떻게 데려오게 됐어요?
소이 연애할 때부터 막연하게 셋째를 생각했어요. 이름도 ‘하랑’으로 미리 지어 뒀고요. 포인핸드에서 고양이를 구경하는 게 습관이 됐고 성격 좋게 누워 있는 고양이가 눈에 들어와 임보처까지 한달음에 달려갔어요. 제가 MBTI 성향이 완전 대문자 J라서 항상 계획적으로 행동하는데요, 하랑이 데려온 게 제 인생에서 가장 충동적인 행동이었어요. 그날이 크리스마스라서 그랬던 걸지도 몰라요.
Q. 하랑이 첫인상은 어땠어요?
소이 사진에서는 분명 얌전해 보였는데… 구석에서 온몸의 털을 다 세우고 미친듯이 하악질 하는 모습이 야생 살쾡이나 다름없더라고요. 그때 하랑이가 2.5kg밖에 안됐는데 그 작은 아이를 못 잡아서 세 시간을 뻘뻘댔어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서 딱 오빠가 다가가니까 그냥 얌전히 잡히더라고요!
승연 마지막에 우리도 지치고 걔도 지친 상태라서 그랬나봐요. 집에 데려와서 방 하나를 펜스로 분리해서 하랑이한테 내어줬어요. 다행히 방이 마음에 들었는지 금세 적응했어요. 다만 지금처럼 손을 타고 친해지기까지는 1년 정도 걸렸어요. 지금도 머리 위로 손을 가져가면 겁을 내고 여자를 무서워해요. 트라우마가 있나봐요.
Q. 하랑이는 특이하게 강아지처럼 ‘망, 망!’하고 우네요.
소이 강아지 키우던 집에서 애를 유기하지 않았을까 예상해요. 울음소리도 그렇고 가끔 강아지 같은 행동을 해요. 보통 고양이는 창문 밖을 보거든요? 그런데 하랑이는 문을 하염없이 쳐다봐요. 사람을 기다리는 것처럼요. 그리고 화장실 벽에다가 오줌을 눠요. 고양이는 보통 모래를 파내고 배설물을 덮는 게 기본적인데 말이죠.
Q. 셋째를 데려오고 어땠나요?
소이 이만큼 힘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리고 하랑의 순화 과정을 보면서 반려인이 주는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래서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입양하라는 말을 못해요. 그게 얼마나 무겁고 힘든 일인지 이제는 아니까요.
승연 무얼 책임져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신중하게 입양해야 해요. 우리는 집에가야돼를 하고 있으니까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서 버텼지, 시간적 여건이 안 된다면 강아지든 고양이든 여러 마리 키우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Q. 다묘 가정에게 추천하는 제품이 있다면요?
소이 슈어 피드 밥그릇을 추천해요. 애들 목걸이를 인식해서 뚜껑이 열리는 그릇이에요. 세 마리가 입맛이 다르니까 각자 사료를 다르게 급여 할 때 좋고, 처방 사료를 따로 줄 수 있어서 편해요. 단점은 해외 브랜드다 보니까 AS 받기 어렵다는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4년 동안 사용하면서 고장 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Q. 고양이랑 집에서 일 하는 게 많은 집사님들의 로망이잖아요! 두 분은 주로 재택근무를 하시나요?
소이 아뇨. 사무실 나가요. 고양이랑 더 오래 있고 싶어서 한 일인데 막상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승연 이름대로 됐어요. 집에 있는 사람들은 집에 가야 된다고 얘기를 안 하거든요. 브랜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세시간도 못 잤던 것 같아요.
Q. ‘집에가야돼’라는 말은 어쩌면 고양이, 강아지 집사들이 하루를 보내면서 제일 많이 하는 혼잣말인 것 같아요. 어쩌다 시작한 브랜드인가요?
소이 예전에는 고양이 키우는 반려인이 적어서 시중에 판매되는 고양이 용품도 적었고, 내돈 주고 사고 싶을 만한 디자인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어요. 초인종 누르지 말라는 문구를 적은 팻말처럼 필요한 걸 만들기도 했고, 하양이가 타이벡 재질의 가방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데에서 착안해 타이벡으로 캣터널을 만들기도 했어요.
승연 주변 지인들 나눠 주다 팔아볼까 해서 본격적으로 아이템을 만들게 돼서 제작 과정 자체가 스토리가 되고 프로젝트로 남았던 것 같아요. 당시 대부분의 집사님들이 돈은 있어도 마음에 꽂히는 제품이 없어서 못 사는 경우가 허다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많이 안 팔아도 되니까 적어도 공감을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집에가야돼를 운영했죠.
Q. 와디즈 첫 펀딩에서 무려 875%의 달성률을 기록했더라고요! 집사님들에게 인정받아 뿌듯했을 것 같아요. 집에가야돼의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승연 막연하게 던진 아이디어로부터 탄생해요. 예를 들어 커튼 놀이 숨숨집은 하몽이가 침대로 흘러내려온 이불을 손으로 치고 노는 걸 좋아하는 모습에서 착안한 디자인이에요.
소이 “이거 어때? 재밌을 것 같지 않아?”하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저는 집착을 시작해요. 커튼이라는 주제를 두고 원단과 두께, 컬러,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서 가장 우리다운 걸로 아이템을 만들어요. 이게 심플해 보이지만 굉장히 테스트를 많이 해요. 짧으면 3개월, 정말 오래 걸린 건 2년 가까이 돼요.
승연 브레인스토밍 과정이 특히 길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 발자국씩 차근차근 고심해서 만든 제품인 만큼 신선하기 때문에 고양이가 더 잘 쓰고 집사님들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고양이로 인해 두 분의 인생 궤도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삶의 어떤 변화가 가장 크게 다가오나요?
소이 저는 늘 일에 빠져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는 스타일이었어요. 집은 저한테 잠만 자는 공간이었죠.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면서 여유를 배웠어요. 그 게으른 모습에서 삶의 철학을 발견했나 봐요.
승연 저는 흘러가는 대로 지내면서 재미와 행복을 자연스럽게 찾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고양이랑 같이 놀면서 시간을 흘려 보내는 걸 좋아했고요. 그런데 소이는 진짜 열심히 사는데 스스로가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봐도 소이가 참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소이 고양이가 왜 햇빛을 좋아할까 궁금해서 나도 창 밖을 보게 되고 괜히 햇볕 밑에 앉아 보면서 서서히 바뀐 것 같아요. 낮에 눕는 걸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가 누워 있으니까 덩달아 눕게 됐거든요.
Q. 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소이 저는 오랫동안 행복의 정의를 못 내리고 있었어요. 내가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까, 아니면 좋은 직업을 가지면 행복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이 행복한 걸까, 행복에 대해 깊게 고민했는데 고양이를 키우면서 행복해진 건 확실해요. 주변에서도 많이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고요.
승연 딱 하나 고르기 어려워요. 그냥 이 집에 있는 요즘이 제일 좋아요. 작년까지는 새 집으로 이사온지 얼마 안 돼서 소이랑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옥상에서 고기 구워 먹고 근처 동네도 한번 둘러봐야 해서 바깥에 있기 바빴는데, 올해 안정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집 내부를 꾸몄어요. 아이들마다 좋아하는 자리가 생기고 우리도 우리만의 공간이 정리되면서 요새 참 행복해요.
Q. 서울을 벗어나 이 집으로 오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승연 그렇죠. 이사를 결정할 때 가치관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소이와 대화를 오래 했어요. 그리고 우리의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행복할 수 있는 집을 찾기로 결론을 내렸어요.
소이 저는 무조건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남향에 복층인 집에서 살고 싶었어요. 예전에 살던 집은 창문이 작아서 고양이들이 햇볕을 받으려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거든요.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한데 한편으로 속상했어요. 이 집은 그런 면에서 딱 적격이에요.
승연 이제 우리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건 딱 하나에요. 고양이가 아플 때 시간과 돈을 언제든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딱 행복의 기준인 것 같아요.
Q. 소이 님과 승연 님, 그리고 하몽, 하양, 하랑의 투게더를 정의한다면요?
승연 같이 행복하자는 의미로 ‘해피’.
소이 그리고 ‘홈’ 투게더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본업을 고양이 집사라고 말하곤 하는데요, 집사는 고양이가 있는 집에 가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거니까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해피 홈 투게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