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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과 미대생, 그리고 고양이

[PEOPLE] 마루에누 대표 최형인 님을 만나다

by Jennie2022.09.21

누가 매력적인 사람일까?

나는 자유로운 사람에게 끌린다. 내 것도 아닌 신념이나 이념 따위로 선을 긋고 그 안에 딱딱하게 갇혀있는 사람만큼 고리타분하고 별로인 이가 없다.

반면 상상엔 굴레가 없고, 행동은 자유 의지에 따르는 사람은 늘 섹시(?)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마루에누 작업실 겸 매장에서 만난 최형인 님의 짧은 인생의 궤적에 호기심이 동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형인 님은 이화여대 미술대학을 3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 말고 뜬금없이 마카롱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리고 잘나가던 사업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복학 후 졸업장을 받고선 이제 토털 베이커리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어디선가 슬슬 쿨내가 진동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Q. 안녕하세요~ 형인 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마카롱 전문 베이커리 브랜드 ‘마루에누(MARUENU)’를 운영하고 있는 최형인입니다. 스트릿 출신 8살 삼색냥이 ‘에누’의 집사이기도 합니다.

Q. ‘에누’가 고양이 이름이었군요. 그럼 ‘마루’도?
네~ 맞아요. 마루는 에누보다 한 살 더 많은 벵갈 고양이인데, 얼마 전 복막염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ㅠㅠ 평소에 아픈 티를 전혀 내지 않으니까 몰랐어요. 수술도 여러 번 했는데, 끝내 그렇게 떠났죠. 지금은 에누랑만 지내고 있습니다.

Q. 고양이들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대학교 1학년때부터 베이킹을 취미로 시작했어요. 그 당시가 마카롱이 디저트 마켓에서 엄청 핫해지던 때였죠. 그때 플리마켓이나 디저트 페어에 재미삼아 참가하게 되었는데요. 참가 신청서에 상호명을 기제해야 하는 거에요. 그래서 무슨 이름으로 하지.. 고민 중이었는데, 옆에 고양이들이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마루에누? 마루에누! 어감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신청서에 처음 적어 넣은 게 시작이었어요.

Q. 마카롱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대학생이었다고 들었어요.
네~ 동양화를 전공했어요. 3학년 1학기까지 마쳤는데, 마카롱 인기가 무척 높았어요. 대부분 동그란 마카롱이었어요. 모양을 만들어도 곰돌이 정도였죠. 제가 그때 ‘마카롱에 그림 그리는 미대생’이라는 타이틀로 일러스트 마카롱을 만들고 있었는데 인기가 많았어요. 이거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죠.ㅎㅎ 일단 휴학하고 압구정동에 이 매장을 얻어 무작정 사업을 시작했어요.

Q. 오~ 대단한데요. 사업은 생각처럼 잘 됐나요?
운이 좋았어요. 마카롱 붐에 일러스트 마카롱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잘 됐어요. 2년 정도 사업을 했는데, 갑자기 졸업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카롱은 예약판매만 하고 복학을 했어요. 올해 2월에 졸업을 해서 사업으로 리턴했죠. 제 뒤에 있는 그림이 졸업작품이에요.ㅎㅎ

Q. 작품이 무척 좋습니다. 고양이들도 곳곳에 보이고요.
가운데 누워 있는 삼색냥이가 에누에요. 그네에 발 올리고 있는 아이를 마루로 그려보려고 했는데,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림과 비슷한 포즈의 다른 고양이 사진을 참고해서 그렸어요.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일을 다시 시작해도 작품활동을 병행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일터로 돌아와보니 쉽지 않더라고요.ㅠㅠ ‘그래도 그림은 나이들어서도 할 수 있으니까’라고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ㅎㅎ

Q. 에누는 길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처음에 어떻게 가족이 된 건가요?
에누는 강릉에 계신 할아버지가 데려 오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감자, 고구마, 옥수수 같은 구황작물을 엄청 좋아해요. 평소에는 사람을 엄청 귀찮아하다가도 감자랑 고구마를 구우면 진짜로 쏜살같이 달려온다니까요. 제가 알기로는 고양이는 감자나 고구마를 잘 안 먹는 걸로 아는데, 강원도에서 와서 그런가? 싶은 거죠. 실제로 어미 고양이가 주로 먹던 음식이 새끼 입맛에 영향을 준다고도 하고요.

Q. 그럼 할아버지가 에누를 구조하신 거네요.
그런 셈이죠. 할아버지가 김치공장을 하셨는데, 어미가 공장에 새끼를 낳고 죽은 거에요. 그래서 할아버지와 지인분들이 한 마리씩 책임지기로 하고, 뽑은 아이가 에누였던 거죠. 그런데 할아버지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으셔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셨어요. 저희가 고양이를 키우는 걸 아시니까 그냥 무작정 데리고 오셔서 “얘는 에누다”라며 떠넘기고(?) 가셨어요.ㅎㅎ

Q. 에누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정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랑스러운 애기 고양이였어요. 그때는 진짜 예뻤거든요. 지금은 역변했지만요.

Q. 역변이요? ㅎㅎ
사실 에누가 처음 집에 왔을 때 마루랑 사이가 안 좋았어요. 마루가 엄청 괴롭혔고, 에누는 도망다니기 바빴죠. 마루가 에누의 유일한 스트레스 요인이었어요. 그러다가 마루가 없으니까 너무 편해진 거에요. 살이 엄청 쪘어요. 마루가 있을 때는 도망다니느라 억지로라도 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맨날 먹고 잠만 자요. 운동을 거의 안 해요. 아마 에누는 오래 살 거에요. 딱 봐도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Q. 매장에 고양이 일러스트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계란초밥 고등어냥이가 너무 재밌어요.
ㅎㅎ 네. 그 동안 여러 가지 디자인의 마카롱 세트를 만들어봤어요. 인어공주, 어린왕자, 도시락, 추석선물세트 등등.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게 초밥세트였어요. 간장 튜브엔 에스프레소를 넣었는데 굉장히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Q. 포블스와도 마카롱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좋을 것같아요.
너무 좋아요. 앱에 들어가보니까 캐릭터가 굉장히 귀엽더라고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Pobls 1st Collaboration 바로보기

Q. 마지막으로 에누가 더 나이들기 전에 함께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에누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보다 좀 더 용감해져서 산책이 가능해지면 함께 외출을 해보고 싶어요. 에누를 보내주신 할아버지가 밭 농사를 지시는데, 거기에 함께 가서 좋아하는 감자와 고구마도 마음껏 먹게 해주고 싶답니다.ㅎㅎ

최형인

마카롱 전문 베이커리 ‘마루에누’로
예쁜 마카롱의 한계를 갱신 중인 형인 님은
삼색냥이 에누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