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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지민 & 민정 님과 뭄찌가 답하다
[問101] 반려인 101명에게 묻다
by Chloe2022.07.05
우리는…가족이야. 좋을 땐 행복해서, 나쁠 땐 슬퍼서 뭄찌가 생각나. 즐거울 때 함께 하면 웃음 소리가 더 커지고, 속상할 때 함께 하면 마음이 덜 아프지. 뭄찌가 어렸을 때는 우리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뭄찌가 이제 많이 크고, 감정 표현을 우리에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돼서, 우리도 알 수 있게 되었어. 매일 가는 산책도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으면 함박 웃음을 짓고, 자기가 좋아하는 움직이는 생선 장난감이 고장 나서 우울해 하다가도 놀아주면 괜찮아져.
반려견을 ‘가족’이라고 표현하는 건 조금 식상해서 다른 단어를 열심히 찾아봤는데, 없네. 가족 말고는 말이지.
우리가 보는 뭄찌는… 우리 둘 다 처음 봐. 이런 개는. 뭐랄까 내가 아내에게 농담 삼아 ‘저거 인간일 거야, 아마 우리가 잠들면 털옷에서 튀어나와서 냉장고에서 맥주 까먹고 있을 걸’이라고 말하거든.ㅎㅎ 진짜 ‘사람’같아. 희로애락이 뚜렷이 얼굴에 보이고, 원하는 바를 가감없이 나타내지. 아무래도 눈 덕분에 그런 것 같아. 슬플 때는 눈망울이 슬퍼지고, 기쁠 때는 초롱초롱 빛을 내고 있어. 우리 부부에게는 이 점이 꽤 매력적이야. 기분을 바로 알 수 있어서 적절한 피드백을 바로 줄 수 있거든.
그리고 행동이 좀 웃겨. 한번은 멜론을 몰래 까먹고 들켜서 (그나마도 껍질까지 밖에 못 까고 포기하신 듯) ‘뭄찌야, 이거 뭐야, 멜론 왜 이래’라고 물었더니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짖는 것도 아니고 와서 축축한 코로 연신 겨드랑이를 쑤셔대더라고. 그 느낌이 좀 이런 건데, ‘아. ㅋㅋㅋㅋ 아 님 거 내가 잘 숨겨놨는데 어디서 찾아냈음?? 아, 거 미안 내가 개라서 다시 사오지는 못하는데 ㅋㅋㅋ 아, 거 얼마 안 먹었으니까 좀 넘어가주면 되지 뭘 또 들고오고 그랴 ㅋㅋㅋㅋ’ 그리고는 다음부터 멜론을 까면 먼 산을 보더라고. 약간 애늙은이같달까.
뭄찌가 보는 우리는… 엄마는 아무래도 엄마로 보는 거 같아. 원하는 바를 표현하고, 예뻐해달라고 치대고 졸리면 꿍얼대고 그러거든. 근데 나는 오토바이 탈 줄 아는 동네 형 정도로 여기는 거 같아. 일단 같이 놀자고 와서는 귓구멍에 콧바람을 쏘지. 그리고는 들러붙어서 레슬링을 하자고 무작정 덤벼(?). 같이 개같이(중의적) 놀아주면 매우 텐션이 올라가있는 걸 볼 수 있어. 운전할 때만 좀 대장 취급을 해주는데, 뒷자리에서 몹시 질주를 갈망하는 야생마의 눈으로 전방 주시를 하다가도 ‘이 뭔지 모를 대형 말 같은 걸 이 녀석이 조종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드는지 나에게 기대곤 해.
우리의 일상은…말 그대로 산책으로 시작해 산책으로 끝이나. 몸은 깨어났으나 정신은 아직 꿈나라인 상태로 뭄찌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지. 아직 안 알려준 거 같은데 이 녀석은 밖에서만 볼 일을 보거든. 그래서 모닝 응가를 위해 바로 나와줘야 해. 아빠가 출근하는 오후 4시 ~ 5시 정도 되면 엄마가 다시 데리고 2차 산책을 나오지. 하도 자주 동네를 돌아 댕기다 보니, 학원 끝나고 돌아가는 초딩 친구들이 뭄찌를 다 알고 예뻐해줘. 가끔 여자친구인 ‘살구’를 만나 더블 산책(?)을 하곤 해. 아빠가 퇴근하는 10시 이후에는 마지막 밤 산책을 즐겨. 뭄찌 덕분에 엄마 아빠의 허벅지는 나날이 튼실해지고 있지.ㅋㅋ
주말엔 항상 ‘애견 동반인 곳을 일순위로 살펴봐. 요즘 핫한 곳들 중에 뭄찌랑 같이 갈 수가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야.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건... 우리가 좋아하는 건 셋이 함께 하는 밤 산책. 콧노래를 부르는 아내와 궁딩이를 씰룩거리며 앞장서는 뭄찌와 함께 걸으면 하루가 완벽하게 마무리가 되지.
뭄찌와 우리 부부가 공통으로 싫어하는 건, 길바닥에 남아있는 주인을 잃은 똥들. 항상 머리 속으로만 상상하지만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내서 그 집 거실 티비 앞에 가지런히 가져다 놓고 싶어. 예쁘게 오래 오래 간직하시라고.
우리가 꿈꾸는 건…뭄찌와 축구를 할 수 있는 초록 초록한 앞마당과, 찰방 찰방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영장이 있는 그런 집. 뭄찌는 공을 참 좋아하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물에서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것들을 지금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에서는 매일 즐기기 힘든 게 사실이야. 그래서 마음 놓고 뭄찌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마련하는 게 우리의 꿈이야.
뭄찌가 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면…음, 일단 제일 필요한 거. 뭄찌야, 어디가 아프면 말이다, 꼭 물그릇을 뒤엎으렴. 빠르고 신속하게 엄마, 아빠가 알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에게 와 주어 정말 고맙단다. 아무것도 너에게 바라지 않으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다오. 정말 많이 많이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쉿! 이건 비밀인데… 비밀이 너무 많이는 말고 세 개만 알려드릴게.
하나, 뭄찌가 생선 아저씨(가장 아끼는 장난감)을 숨기는 곳은 스타일러 뒤야. 모두 기억해줘야 하는 게, 본인이 숨겨놓고 본인이 가끔 까먹어서 찾아줘야하거든. (단, 평소에는 철저하게 꼬리가 버젓이 보여도 모르는 척할 것)
둘, 뭄찌는 여자친구 살구를 아주 많이 좋아해. 어느 정도로 좋아하냐면 공만 보면 방언 터진 노홍철 모드가 되는데, 살구랑 산책할 때는 그 좋아하는 공 조차도 그의 관심을 빼앗지 못하거든.
셋, 혹시라도 뭄찌를 만나게 되면 많이 많이 쓰다듬어 주길 바라. 뭄찌는 같은 동물 친구도, 그리고 인간 친구도 너무 너무 좋아하거든. 뭄찌가 해맑게 웃으면서 너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면 ‘나를 만지시오. 나를 부디 만져주시오’라는 의미이니 꼭 알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