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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고마워... 사랑해

[PEOPLE] 패션 브랜드 ‘앵글런’ 대표 이한동 님을 만나다

by Bean2022.06.27

이제는 제법 대중적인 지분을 확보한 단어, ‘뮤즈(Muse)’.

그리스 신화에서 미술, 음악, 문학의 여신으로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 익숙하고도 낯선 어휘는 비단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 혹은 범접할 수 없이 지적이거나 아름다운 이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자연이 되기도 하고, 혹은 공간이 되기도 하며, 동물 또한 종종 무한한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최근 패션 신에서 힙한 시티보이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뜨거운 브랜드 ‘앵글런(Anglan)’의 대표 이한동 님의 인터뷰를 앞두고 궁금해졌다. 과연 동물 친구인 일동이와 지민이가 앵글런 감성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지.

Q. 안녕하세요~ 한동 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전 성수동에서 패션 브랜드 앵글런을 전개하고 있는 이한동이라고 합니다. 브랜드는 올해로 7년을 맞았고요. 1살 말티푸 한동이와 8개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지민이와 함께 반려생활 중입니다.

Q. 브랜드뿐 아니라 모델 활동과 사진 촬영도 하는 걸로 아는데요.
원래 패션을 전공했는데, 사진이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해서 프로덕션까지 했습니다. 패션과 사진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시험삼아 만들었던 블루 팬츠가 성공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Q. 일동이와 지민이는 어떻게 가족이 되었나요?
우선 일동이는 샵에서 입양했어요. 개를 처음 기르는 거라 잘 몰랐죠. 집에 데리고 왔는데 여기저기 많이 아팠어요. 한 살도 안 돼 슬개골 탈구도 와서 큰 수술도 받았고요. 아마도 농장의 마구잡이식 교배로 인한 유전적인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모두 이겨내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대견하죠.
그래서 지민이는 가정분양을 통해서 데려왔어요. 다른 애들보다 사이즈도 작고, 어미한테 꼬리가 눌려서 끝이 살짝 접혀 있었지만 제일 예뻤어요.ㅎㅎ

Q. 일동이에겐 미안하지만, 푸들인 줄 알았어요.
네~ 몸은 말티즈인데 털은 완전히 푸들이죠.ㅎㅎ 간혹 일동이 같은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요. 그래도 제 눈엔 귀여운걸요.

Q. 일동이 입양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브랜드를 시작하고 쉼 없이 달려왔어요. 디자인, 브랜딩, 운영 모두 직접 했어요. 어느 순간 번아웃 상태였는지… 공황장애와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런 이유로 동물을 들이면 안 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일동이를 입양하게 됐습니다. 일동이 덕분에 술도 적게 먹게 되고, 안 하던 산책도 무조건 가야 하는 상황이 된거에요. 그렇게 책임지고 돌봐야 하는 대상이 생기니까 정신적으로도 많이 회복이 되었어요.

Q. 혼자 개를 처음 입양하면 여러 가지가 힘들었을 텐데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사무실에서 집이 불과 2~3분 거리라 돌보기가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집은 전부 뜯어놨지, 배변 훈련은 잘 안 되고.ㅠㅠ 결국 홈트레이닝 하는 전문가를 초빙해서 케어를 받았어요. 물론 지금도 힘들지만 일동이를 생각하면 지민이는 정말 수월한 편이에요. 사실 전 귀엽다, 예쁘다는 생각보다 이 작은 생명을 온전히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앞섭니다. 일동이가 처음에 너무 아파서 그런지 무조건 건강하게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만약에 친한 지인이 강아지를 입양한다고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하겠어요?
강아지를 입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무조건 말릴 겁니다. 입양하는 사람도 힘들고, 동물도 힘들어요. 재정적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지출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미리 알아야 하고요. 특히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은 그래요. 귀여운 건 나중이에요. 작은 생명을 쉽게 생각하고 데려올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Q. 평소 웨이크보드를 즐겼던 걸로 아는데요.
웨이크보드를 무척 좋아했었죠. 대회 참가도 준비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일동이와 지민이를 만나고 아예 끊었어요. 평일에는 일이 바빠서 주로 여자친구가 대신 일동이 산책을 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에 둘째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매력에 빠져 지민이 까지 데려왔어요. 그때 여자친구랑 약속했죠. ‘지민이도 오면 주말 데이트 따위는 없다’고. 주말에는 아이들을 위해 무조건 교외로 나갑니다. 주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뛰어 놀 수 있는 애견 카페를 찾아서 다니죠. 7시간 정도 미친 듯이 뛰어 놀고 오면, 마치 제가 웨이크보드를 타고 온 것처럼 뿌듯해요.ㅎㅎ

Q. 취미생활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개를 기르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거 같아요. 모두 가질 수는 없잖아요. 취미는 말 그대로 취미이니까요.

Q. 그럼 일동이와 지민이 덕에 생긴 취미도 있나요?
취미라고 하긴 어렵지만, ‘애견카페 찾기’에요. 아이들을 풀어 놓을 수 있는 잔디밭이 넓은 곳이죠. 그리고 되도록 중대형견과 분리되어 있거나 소형견 위주로 운영하는 곳을 찾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같이 놀자고 하는 건데 저희 아이들이 다칠 것 같아 무섭더라고요.ㅎㅎ

Q. 그 동안 갔던 공간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딘가요?
양평 ‘퐁당 애견 펜션’입니다. 여긴 정말 강추에요. 요즘처럼 더울 땐 물놀이하기도 좋고, 시설과 운영도 만족스러웠습니다.

Q. 아이들과 지낼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이들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와 함께 잘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특히 지민이는 이불 깊숙한 곳, 제 겨드랑 사이에서 잠을 자요. 숨을 어떻게 쉬는지 모르겠어요.ㅎㅎ 아이들도 제 심장소리를 들으면 안정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민이를 입양할 때 둘이 사이가 나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남매 같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볼 때도 기분이 좋아요.

Q. 요즘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서브 라인으로 강아지 용품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혹시 앵글런도계획이 있나요?
아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진 않습니다. 애견 옷은 제대로 만들려면 패턴도 어렵고, 사이즈가 작아 봉제도 까다롭기도 하고요. 만약 기회가 되면 리드줄 같은 소품은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앵글런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Q. 마지막으로 하지 못한 얘기가 있으면, 편하게 해주세요.
일동이와 지민이는 비건이에요. 비건 사료에 콩고기, 연어 이런 걸로만 먹여요. 특히 일동이는 눈물 자국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알러지가 심했어요. 그래서 먹는 걸 굉장히 조심해서 관리하거든요. 그런데 한 번은 애견카페에서 한 아주머니가 일동이한테 예쁘다고 간식을 주신 거에요. 일동이는 평소 안 먹던 거니까 눈이 뒤집혀서 먹은 거죠. 그날 밤 눈이 퉁퉁 붓고 난리를 치렀습니다. 겨우 잡았던 눈물 자국도 다시 심해졌고요.
되도록이면 거리나 카페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함부로 간식을 주시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의도지만, 아무도 그 아이의 상태를 모르잖아요.

後 TALK.
한동 님과 인터뷰했던 앵글런의 성수동 사무실은 쇼룸도 함께 운영 중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팀이나 직접 옷을 입어보고 구매하고 싶어 쇼룸을 찾았다.
서울숲 옆 카페거리 근처이니 반려생활에 충실하고 있는 나를 위해, 혹은 털뭉치만큼 사랑하는 남친을 위해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패션은 도전이니까!

이한동

핫한 패션 브랜드 ‘앵글런’의
대표이자 디렉터인 한동 님은
일동이, 지민이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