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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까지 완벽한 욕심쟁이 우후훗
[PEOPLE] 삼냥이 집사, 배우 김민규 님을 만나다
by Bean2022.06.22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고는 ‘의외성’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반전 매력’.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우 김민규 님이 딱 그랬다.
올 상반기 히트한 드라마 ‘사내 맞선’을 재미있게 보던 터라, 민규 님의 인터뷰는 매우 반가웠다. 안경캐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를 직접 만나다니~
하지만 ‘무슈사(M.chat)’와 함께 민규 님이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묘해, 당신의 미술관’에 대해서는 큰 기대가 없었다. 오히려 동물을 대상화하는 건가 싶어 맘 속으론 별로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의 앙금은 전시를 천천히 둘러보며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수록 전해지는 삼냥이에 대한 민규 님의 사랑과 진정성은 달콤하기 그지 없었다.
형광등 100개를 켠 듯한 아우라가 진짜 존재한다면, 그와 고양이를 이야기 하고 있는 바로 지금이었다.
Q. 우선 이번 전시 ‘묘해, 당신의 미술관’의 주인공인 삼냥이부터 소개해주세요.
첫째 시안(SIAN)이는 러시안블루에요. 7살이고, 시크한 아이죠. 자기가 필요할 때만 애교란 걸 보여줍니다.ㅎㅎ 쿤(KUN)이와 샤미(SIAME)는 유기묘에요. 8~9살쯤 됐고요. 함께 지낸지도 7년이 넘었습니다. 쿤이는 겁이 좀 많아요. 아직도 쿤이를 만지지도 못해요. 사람한테 상처를 많이 받은 거 같아요. 밥을 먹을 때도 눈치를 봐서 편하게 먹으라고 모두 방에 들어가 있어요. 그래도 시안이랑 샤미와는 무척 잘 지냅니다. 반면 샤미는 엄청난 개냥이에요. 사실 쿤이 때문에 샤미를 데려올 때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친화력을 갖고 있는 친구였어요. 화장실 갈 때도, 잘 때도 항상 제 옆에 딱 붙어 있어요. 아마 다시 버림받지 않으려고 애교를 부리는 것도 같아요.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이 찡하죠.
Q. 민규 님과 고양이의 묘연의 시작이 궁금해요.
어릴 적부터 고양이를 너무 기르고 싶었어요. 제 삶의 첫 묘연은 검정색 고양이었어요. 하교를 하려는데 학교 수의 아저씨가 검은 고양이를 건네 주면서 “키울래?”라고 물으시는 거에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양이를 안고 집에 데리고 갔어요. 하지만 어머니가 심하게 반대하셨어요. 다시 수의 아저씨한테 돌려드렸죠. 또 한번은 스무살 때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못 기르는 아이를 데려왔는데 다시 어머니한테 거절을 당했어요. 나중에 좋은 곳을 찾아서 입양을 보냈죠.
Q. 그러면 두 번의 좌절 후 지금의 세 아이를 만나게 된 거군요.
네~ 그런 일들이 있고 1년 후에 넓은 집으로 이사해서 고양이 입양을 허락을 받았어요. 알고 보니 어머니도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게 아니시더라고요. 그냥 그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데려오시는 게 싫으셨던 거 같아요.
처음엔 잘 몰라서 고양이를 분양하는 곳에서 두 마리를 입양했어요. 그런데 집에 데리고 온지 3개월 만에 한 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유기묘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봉사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길냥이를 데려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샤미랑 쿤이가 가족이 되었죠.
Q. 두 마리 중에 살아남은 친구가 시안이군요?
네, 시안이도 그때 엄청 아팠어요. 설사도 하고 합병증처럼 여러 질병들이 겹쳐 왔어요. 그래도 작은 시안이가 잘 버텨줬죠. 그랬던 꼬맹이가 이제 7살이 되었어요. 아직도 먼저 떠난 그 친구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 아이 이름이 원래는 샤미였어요.
Q. 고양이들이 생각보다 꽤 나이가 많네요.
사람 나이로 치면 중년이더라고요. 그게 마음이 너무 아파요. 벌써 우리 시안이가 사람나이로 50살이 되다니, 나중에 관절을 생각해서 바닥도 미끌거리지 않는 타일로 바꿔줄 생각이랍니다.
Q. 7년 이상 가족으로 함께 하고 있는 삼냥이들과 민규 님은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렇게 특별할 건 없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꾸지?’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 거 같아요. 가족이잖아요. 그저 아이들로 인해 행복하고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어요. 오늘 따라 우리 애들이 너무 귀엽거나, 말썽을 부리는 사건이 생긴다면 하루가 더 행복해지거나 번거로워 지는 거죠. 모든 집사님들처럼 저한테도 그게 일상이에요. 저 친구들이 저한테 소중한 일상을 만들어 주는 거 같아요.
Q. 전시에도 ‘가족’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여요. 가족이라는 단어에 특히 애정을 쏟는 느낌이에요.
저는 저 아이들이 제 동생이라고 생각해요. 거의 10년 가까이 함께 지냈으니 이 정도면 가족이 아닐까요? ㅎㅎ
Q. 배우라는 직업이 무대에서 내려오면 무척 공허할 것같아요. 삼냥이가 그 마음의 공백을 잘 채워줄 것 같은데요.
배우들은 많은 사랑을 받잖아요.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공허하죠. 저도 신인 때 느꼈던 기분이에요. 근데 아이들로 인해서 빨리 벗어났던 것같아요. 밖에 있을 땐 아이들이 보고 싶어 빨리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Q. 전시회를 돌아보니 사진을 수준급이에요. 고양이들 사진찍는 게 여간 어려운게 아닌데요.
고양이들의 기분을 살피며 찍었습니다.ㅎㅎ 저는 그냥 집사의 마음으로 찍었어요. 제가 사진을포토그래퍼분들 처럼 잘 찍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 아이들을 예술적으로 다가가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진들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보다 친근하게 아이들을 찍었어요.
Q, 전시에서도 길냥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민규 님처럼 유기묘나 길냥이를 입양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유기묘는 한 번 상처를 받았던 아이인 만큼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Q. 민규 님이 오히려 고양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받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런 것 같아요. 고양이라는 존재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일을 갈 때 아이들한테 우스갯소리로 “더 넓은 집에서 뛰어 놀게 해 줄게, 더 맛있는 거 먹게 해 줄게”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저에게 있어 더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주는 존재 인 거 같아요.
Q. 그래도 아직 고양이를 안 좋게 바라보는 인식들이 많아요.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는 거 보면 애기 같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는 게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저도 작으나마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같아요.
Q. 삼냥이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로망은 무엇인가요?
골든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 위에 고양이가 같이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로망이라면 로망에요.ㅎㅎ 그런데 제가 개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개는 고양이와는 다른 책임감 인 거 같아요. 산책이라던가, 교육이라던가… 아이들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꿈만 꾸고 있어요.
Q. 아이들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시안이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첫째여서 그런지 더 애정이 많이 가거든요. 애들 데리고 올 때도 첫째한테 소홀해선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시안이가 있었기에 두 아이를 데리고 있었어요. 모든 걸 양보하고 보듬어 주는 아이에요. “형이 네가 있어서 아주 듬직하다. 돈 많이 벌어올게. 그리고 물 좀 마셔! 부탁이야.요로결석에 다시 걸리지 않게…”
샤미한테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예쁜 고양이 네 덕분에 항상 잘 때 편안해.” 샤미는 겨드랑이에 딱 껴서 자거든요. 같이 자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제가 누워있으면 냐옹~하고 올라와요. 그럼 겨드랑이나 몸의 빈 부분에 안착해서 엉덩이로 빈 틈새에 꽉 채워주죠.
마지막으로 쿤이는 “우리한테 마음 좀 열어줄래? 항상 기다리고 있어.” 저희를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