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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채혜영 님과 현미&클로이가 답하다
[問101] 반려인 101명에게 묻다
by Bean2022.06.14
우리는…십 년을 만나고 결혼한 지 햇수로 7년 차.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이 대부분인 우리 부부에게 공통의 관심사가 생겼어. “현미, 클로이가 없었다면 어떤 대화를 하고 살았을까?”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 주말이면 밀린 잠을 자던 우리에게 산책 갈 곳을 찾아 집을 나서게 만들지.
아침에 출근한 남편에게 “나 일어났어”라는 말보다, “애들 밥 먹었어”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고, 해 질 녘엔 “퇴근하고 어디로 산책 갈까?” 하며 저녁시간을 준비해. 그저 평범하게 지나가는 우리의 일상에 대화거리를 만들어주고, 에너지를 주는 유일한 활력소지.
내가 보는 현미&클로이는… 다른 듯 닮은, 둘이기에 완벽한. 마치 우릴 보는 것 같아. 현미는 집에 있을 때 혼자 방에 들어가서 자는 것을 좋아하고 클로이는 우리 옆에 붙어 있는 것을 좋아해. 현미는 사람에게 절대 뽀뽀를 하지 않고, 클로이는 반가움의 표현을 온 얼굴을 핥으며 하지. 현미는 둥글한 하이바 컷, 클로이는 한 올 한 올 날리는 컷. 현미는 눈치가 빠르지만 클로이는 눈치가 없는 편.
이렇게 외모도 성격도 전혀 다른 둘이 만나 가족이 되어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서로를 의지해. 클로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 물도 밥도 내어준 현미는 무뚝둑하지만 이해심 많은 첫째 딸, 클로이!라고 부를 때 보다 현미 이름을 부를 때 훨씬 빨리 달려와 안기는 애교도 질투도 많은 클로이는 누가 뭐래도 둘째 딸! 다른 성향만큼이나 매력도 달라 함께일 때 더욱 완벽한 나의 현미&클로이.
현미&클로이가 보는 나는… 현미&클로이가 보는 나는 '외출금지 신분'이랄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는 아이들을 두고 혼자 외출하는 것이 좀 어려워. 현미가 생각하는 엄마의 외출시간은 출근 시간뿐인데, 뜬금없는 시간대에 외출을 하면 현미가 분리불안이 생기고 하울링을 하거든.
그래서 평소 출근하던 패턴처럼 눈뜨자마자 씻고, 준비하고, 오전 시간에 나가야만 현미가 집에서 잘 쉬어. 주말에는 엄마 아빠가 같이 있는 날인 것도 귀신같이 알아서 가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두고 주말 외출을 해야 하는 날이면, 평소 출근 패턴과 동일하게 나는 먼저 나와서 대기하고, 아빠는 한 시간 정도 후에 나오는 작은 노력을 해. 퇴사한지 10개월이 다 돼가는데 나 언제까지 출근하는 연기를 해야하는 것일까?ㅋㅋ
우리의 일상은…클로이를 입양할 때 남편이 잠시 휴직 중이었는데 그때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붙어있어서 그랬는지 엄마보다 아빠와 애착관계가 훨씬 좋은 편이야.
나는 십년 다닌 직장을 작년에 퇴사하고 요즘은 프리랜서로 집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어. 그래서 애착 지분을 조금 뺏어오기 위해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하고 있지.
일상은 아주 평범해. 매일 산책을 하고, 현로이는 먹을 때 빼고는 잠을 자는 편이야. 환기시키려고 베란다 창문을 열면 현미는 자다말고 창문 앞에가서 보초를 서지. 그러다 산책하는 강아지가 보이면 있는 힘껏 짖어. 마치 “나는 집인데 너만 산책을 해??” 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야.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얘는 무슨 견종이에요?”라는 질문. 그럼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 “믹스견이요. 유기견이었는데 정말 예쁘죠?”라고 이야기하지. 유기견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입양률이 저조한 믹스견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해.
반면에 싫어하는 것은 “이런 애는 얼마나 해요?”라는 질문이야. 이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값을 매겨 평가한다는 것이 참 속상하고 불편하거든.
우리가 꿈꾸는 건…현미&클로이와 제주살이를 하는거야. 제주를 사랑해서 매년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여행을 떠나는데, 클로이는 안락사 직전까지 보호소 철장 생활을 했어서인지 케이지를 닫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많아서 비행기를 탈 수가 없어. 그래서 무려 10시간이나 걸려 배를 타고 제주여행을 가지.
왔다 갔다 하느라 하루는 버려지지만, 제주는 일주일을 있어도, 일 년에 두세 번을 가도 매번 새롭고 돌아올 때 아쉬움이 너무 커. 그래서 언젠가는 꼭 제주에 사는게 꿈이야!
현미&클로이가 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면…2년 전에 유기견 홍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나의 반려견에게 딱 한마디만 물어볼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이 있었어.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같아. “나를 만나 행복하니?”
아이들은 가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잖아. 오롯이 우리의 선택으로 가족이 되었기에 엄마 아빠에게는 너희와 함께여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쉿! 이건 비밀인데… 클로이의 경우는 구조단체에 입양 홍보글이 올라오고, 우리가 임보를 시작해 입양하기까지 많은 분들이 지켜봐 주셨어. 반면 현미는 품종견이라 당연히 새끼 때부터 가족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야. 하지만 현미는 우리를 만나기까지 이미 두 번 파양 경험이 있는 아이였어. 8개월에 우리를 만났지. 알고 보면 현미는 아주 큰 아픔이 있어.
처음 현미가 우리 집에 온 날, 현미를 키우던 가족 모두가 함께 오셨어. 그날 현미는 우리 집에 놀러 온 줄 알고 마냥 신났는데, 잠시 후 가족들이 현관문을 나가자 현미는 그날 늦은 밤까지 현관을 바라보며 계속 울었어. 안타깝게도 하필 그날 꽃도장까지 시작한 거야.
돌이켜보면 그날 현미가 얼마나 힘들었을 지, 우리가 얼마나 준비없이 현미를 맞이했는지, 미안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 그 이후로 현미는 트라우마가 생겨서 여행지나 낯선 장소에서 우리가 잠시라도 안 보이면 현관에 쉬를 하기도 해. 지금은 현미와 클로이를 키우며 우리 부부도 많은 것을 알아가고,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낯선 곳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난 현미를 조금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