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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묘하게 사랑스런 고양이여
[CULTURE] 일러스트레이터 히구치 유코를 소개하다
by Bean2022.06.13
어쩐지 낯익은 이 고양이 그림은 뭘까? 히구치 유코(Higuchi Yuko)라는 작가의 이름은 몰라도 고양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봤을 그림.
귀여운 고양이 얼굴에 가려진 문어 다리와 기괴한 해산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뿌리들… 나는 이 묘한 조합에 끌려 일본 일러스트 매거진 ‘MOE’를 구입했다.
잡지를 샀다기 보다는 사은품인 2022년도 히구치 유코의 달력을 구입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달력은 표지부터 키치美를 뿜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매달 계절에 맞춘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런 고양이들은 왜 일본에서 그가 왜 가장 사랑 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인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즉시 히구치 유코를 불꽃 검색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그가 제일 궁금해졌다.
그로테스크와 귀여움의 밸런스
초기 히구치 유코 캔버스는 개구리로 가득했다. 상상만으로 여름의 짙은 녹음과 수풀 가득한 개울, 그리고 반짝이는 달빛 사이로 쏟아지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떠오른다. 개굴~ 개굴~
그의 작업실에는 개구리 피규어로 가득하다고 한다. “개구리가 너무 귀엽다”라고 말하는 그는 분명 일반적인 성인들이 갖고 있는 취향과 대척점에 있는 게 분명했다.
개구리 그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꽤나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 듯하다.
과연 아름다움과 추함의 구분의 기준은 무엇인가? 인간의 규정과 대중의 동조 자체가 오히려 폭력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듯 하다. 개구리는 개구리일 뿐인데.
이후부터 히구치 유코는 문어 다리, 식물의 뿌리 등을 기괴한 모양과 형태로 풀어낸 작품들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의 그림 속엔 불편한 감정과 대중에게 보내는 조소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의 작품엔 키치함으로 포장된 거부할 수 없는 귀여움이 녹아 있었다.
그로테스크와 큐트(Cute)의 조화는 보는 이의 심장에 절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머리 속에선 기괴하다고 외치지만…
그렇게 히구치 유코만의 세계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고양이로 화룡정점 완성
히구치 유코의 그림에 고양이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치즈태비 고양이 ‘보리스’(아래 사진)를 키우고 난 뒤였다.
그는 “보리스와 함께 살면서 동물을 많이 그리게 되었고 도안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며 “멋있게 그리는 것보다 재밌고 사랑스런 느낌으로 그리는 게 나에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림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지적하고 꼬집기만 하던 그가 고양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편견을 깨자고 설득하기 시작한 셈이다. 고양이를 만나 한 단계 더 성숙해진 셈이다.
그도 이런 변화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림에서 힘을 뺐더니 생각도 좀 달라졌어요. 그때까지 큰 규모의 전시회나 콘테스트에만 작품을 출품했고, 그렇다보니 작품 활동도 상당한 부담과 스트레스였었죠. 하지만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작품 준비도 편해졌고요. 그러니까 일도 들어오기 시작하고요. 그렇게 지금의 고양이 일러스트 전문 작가에까지 이르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