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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라 더욱 처연한 그들의 삶
[culture] '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를 리뷰하다
by Bean2022.06.10
나부끼는 꽃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멀리서 바라보면 자연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생은 치열한 전쟁터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우리 인간을 포함해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 해당되는 말일지도 모른다.
야생에서 동물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무지(無知)의 생명체로 태어나 치열하게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천적은 누구인지, 어떻게 인간의 덫을 피할지, 그리고 나의 흔적을 어떻게 제거할지. 내일의 해를 보려면 이 모든 걸 몸으로 습득해야 한다.
우리에겐 ‘시튼 동물기’로 더 유명한 ‘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는 동물을 사랑한 자연주의자이자 화가였던 ‘어니스트 톰슨 시튼(Ernest Evan Thompson Seton)’이 생전에 직접 만났거나, 관찰한 동물들의 치열한 삶과 투쟁의 기록을 이야기와 삽화로 들려준다.
늑대, 까마귀, 토끼, 여우, 말, 메추라기, 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의 얘기를 섣부른 감정이입이나 의인화 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낸 수작이다.
하지만 100년이 넘은 동물 이야기에 우리의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이 울렁이는 건 낯선 야생의 삶 속에서 오늘을 사는 내 모습이 보여서는 아닐까.
감정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간을 건조하게 분류하면 포유류의 일종이다. 잡식성에 직립보행을 하는, 그리고 다른 동물과 달리 언어를 사용하며, 복잡한 상상과 연산이 가능한 동물.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동물은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느끼지 못하고 번식만을 위해 교배하고, 사랑의 감정은 단지 새끼를 향한 어미의 모성애뿐일 거라고.
짝을 잃어 상심해 밥을 못 삼키는 강아지, 위대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늑대왕의 이야기는 마치 ‘동물농장’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특별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다양한 동물들의 감정을 3D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내의 죽음에 오열하는 로맨티시스트 늑대를 시작으로 자유로운 삶을 갈구했던 야생마까지… 그들의 격정적인 감정들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다.
용감하고 영리하게 현실에 맞선 동물들
‘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는 동물의 감정을 흥미로운 서사로 풀어낸다.
늙은 잿빛 늑대 ‘로보(Lobo)’의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빛나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용맹하고 영리한 로보의 활약에 일대의 모든 소떼들은 공포에 몸을 떨었으며, 목장주들은 분노와 절망에 치를 떨었다.
로보 무리를 죽이기 위해 카우보이들은 힘을 합쳐 고기 덩어리에 독을 발라 늑대들을 유인하지만,똑똑한 로보는 독이 없는 부분만 먹고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유유히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아내인 ‘블랑카’가 인간이 놓은 덫에 걸리자 위대한 늑대왕도 마지막을 직감한다.
사람을 가지고 놀 정도로 똑똑하다고 알려진 까마귀도 시튼에겐 멋진 이야깃거리였다.
까마귀 ‘은점박이’는 수 백 마리의 어린 까마귀들에게 생존의 노하우들을 가르치고, 무리를 이끌어 왔다. 특히 천적인 부엉이를 조심하도록 교육시켜왔지만, 어이없게도 정작 자신의 생명은 부엉이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 밖에 사람으로 인해 영토가 좁아져 천적, 동족들과 생명을 걸고 영역싸움을 벌여야 하는 토끼 모자(母子) 이야기, 낮에는 양을 지키고, 밤에는 양을 사양하는 이중 인격을 갖고 있는 양몰이 개의 이야기까지…
동물들은 야생이라는 경계의 안팎의 환경 속에서 삶을 영속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우리를 닮아서 더 슬픈 동물 이야기들
누구나 ‘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라는 제목만으로도 결말을 짐작할 수 있을 게다.
아니, 이 책이 나온 한 세기가 넘었으니 결말이 새드 엔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저자인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반드시 동물에게 흔적이라도 남아 있다. 마찬가지로 동물에게 있는 것은 그 일부라도 인간에게 반드시 있는 법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동물의 흔적은 무엇일까? 이 세상을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본능일까? 천적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촉 같은 것일까? 그의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람과 동물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아니 사람 또한 동물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며 무겁게 책을 덮었다.
* 아름답고 슬픈 야생 동물 이야기 (2000)
저자 : Ernest Thompson Seton
출판 : 푸른숲
판매 : 온/오프라인 서점 구매 가능 (2017년 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