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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고플 땐 선유도로 가자

[PEOPLE] ‘선유도 고양이’ 대표 백병근 님을 만나다

by Bean2022.06.09

이제까지 포블스를 눈 여겨 봤다면,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즈음은 아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누가 고양이의 매력을 백 가지 나열해보라고 하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양이의 매력을 숨도 안 쉬고 신나게 나열할 게다. 첫 번째 귀엽고, 두 번째 새침데기이고, 세 번째 언제 마음을 줄 지 모르는 밀당의 신이고, 네 번째 앞발을 꾹 누르면 볼 수 있는 마성의 젤리까지…

고양이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다. 될 수만 있다면 인간 캣닢이 되어 온 고양이들이 환호를 받고 싶을 정도로.

여기, 고양이 소품 및 작품만을 취급하는 보물 같은 공간이 있다. 고양이를 반려하지 않는 사람도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곳, 바로 ‘선유도 고양이’. 귀여워서 하나 둘 집다 보면 금세 텅장이 될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작품들은 모두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며, 드문드문 메이드인 재팬 제품을 볼 수 있다.

그나저나 이런 사랑스런 잡화점을 생각해낸 사람은 나보다 더 고양이에 진심일까? 선유도 고양이를 기획하고 현실로 구현해낸 백병근 님을 만나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 모양 풍경의 잔잔한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고양이 세계로 입성했다.

Q. 우선 고양이 전문 잡화점 선유도 고양이가 탄생한 배경이 궁금해요.
가게 차리기 전에는 고양이에 관한 소품들을 사서 모았어요. 외국에 나가더라도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소품샵을 찾아 다니며 여행을 즐겼죠. 그러다 ‘국내에도 이런 가게를 내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Q. 많은 동물 중 ‘고양이’만 큐레이팅하는 이유가 있나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취향이죠. 제가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요. 고양이를 주제로 한 잡화, 소품들, 그림을 그리거나 도자기를 굽거나 하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콜렉팅하게 되는 거 같아요. 요즘은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잖아요. 그래서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Q. 1, 2호점으로 나눠 운영하다가 최근 합친 걸로 알고 있어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실질적으로 운영해보자!’는 마음으로 1호점을 2019년 4월 25일에 열었어요. 처음에는 국내외 고양이 관련 제품들과 작가들의 아트 상품들을 같은 공간에 담고 싶었는데 장소를 찾다 보니 너무 비좁은 거예요. 그래서 일단 사입한 제품들로만 오픈했고, 2년 후에 작가들의 작품들을 편집한 2호점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니 관리와 운영 등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5월 5일 어린이날에 매장을 통합했습니다. 이 공간도 만족할 만큼 크지 않지만, 대로변이다보니 접근성이 좋아서 고양이 마니아들뿐 아니라 다양한 분들이 편하게 방문해주셔서 더 좋은 것 같아요.

Q. 근처에 홍대입구나 연남동처럼 핫플레이스도 많은데 왜 하필 선유도인가요?
서울에 고양이와 관련된 지역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선유도 공원 자체가 고양이랑 관련이 있더라고요. 양화대교 생기면서 섬처럼 되버렸는데, 예전엔 선유도의 나즈막한 산이 고양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괭이산’이라고 불렀대요. 양화대교 생기면서 사라져버렸지만요. 스토리가 재미있잖아요. 그래서 선유도를 선택했죠.

Q. 플리마켓도 2019년부터 시작한 걸로 알고 있어요.
이번이 11회차 일거예요. 가게를 열기 전부터 고양이랑 관련된 걸 모으고 있던 시기였어요. ‘궁디팡팡’이 지금은 많이 커졌지만 1, 2회에는 정말 규모가 작았거든요. 거기서 고양이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가 국내에도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작가들을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플리마켓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참여하는 작가들이 200명 정도 될 거예요. 아직까지 홍보가 문제이긴 하지만 보람도 있고 재미있습니다.

Q. 입점을 직접 작가들이 신청을 하는 줄 알았어요.
2호점을 처음 낼 때, 작가들에게 직접 입점 제안을 했어요. 이미 서울에 고양이 작가 잡화점이 있었어요. 그런 가게와도 차별점을 두고 싶었고, 우리가 맘에 드는 작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이자는 욕심으로 연락을 하게 되었죠. 가끔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혹은 직접 방문해 입점 요청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 중에서 우리의 취향에 맞는 분들은 계속 찾고 있어요.

Q. 앞서 말한 취향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딱 봤을 때 스토리가 느껴지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하나의 그림에 빠져서 많은 상상을 하게 되는 작품. 그런 게 선유도고양이의 취향인 거 같아요.

Q. 여기 있는 작은 구멍(?)은 캣도어 인가요? (사진 참고)
네~ 캣도어 맞아요. 관리하는 길 고양이가 두 마리 있어요. 이름은 금돌이, 라봉이고, 둘 다 치즈 태비에요. 금돌이는 2호점 문 앞에 짠 하고 나타나 놀라운 친화력을 보여준 친구에요. 겨울에는 아예 가게 안에 들여 놓고 함께 영업(?)하고 있어요. 가끔 밖에 돌아다니곤 하는데 하필 그게 오늘이네요.ㅎㅎ
라봉이는 덩치가 크고 동글동글한데 건너편에서 눈만 끔뻑끔뻑하고 지켜 보기만 해요. 먹이를 주려고 해도 냥 펀치를 날리곤 했죠. 1년 지나서야 살짝 가게 문 앞까지 왔고, 또 1년 후에야 다리에 치대는 관계가 되었어요.

Q. 따로 키우시는 고양이도 있나요?
집에 두 마리 있습니다. 녀석들도 길고양이 출신이고요. 첫째가 십 몇 년 됐는데 그 아이 덕분에 이 가게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ㅎㅎ 이름은 많다 할 때의 마니에요. .

Q. 마니가 식탐이 엄청난 가 봐요
물건을 구입하고 카운터에서 자기가 기르는 고양이 얘기를 하는 손님들이 많아요. ‘저희 고양이 너무 살이 쪄서 고민이에요’ 하고 푸념하면 제가 묻죠. 몇 kg이냐고. 그래도 아직 마니보다 무거운 아이는 없었어요.ㅋㅋ 10kg 정도 되거든요.


선유도 고양이 앞 벤치에서 나눈 짧은 인터뷰의 여운은 길었다. 스스로 인생을 결정하고 즐기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여유 때문이랄까. 선유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눈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後 TALK.
1. 선유도 고양이에서 구입한 양말을 옆자리 디자이너에게 선물했다. 오늘도 신고 온 양말에 대한 그의 평. “보들보들하고 쫀쫀해서 여름 양말로 제격!!”

2. 병근 님에게 아쉽게 만나지 못한 금돌이 사진을 받았다. 오동통한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금돌아~ 미안. 올 여름 건강하게 나길 바라~

3. 병근 님의 완곡한 요청으로, 옆모습만 작은 프로필 사진으로 공개했다. 앞모습이 궁금하다면 선유도 고양이를 방문해 직접 확인하길.ㅎㅎ

백병근

고양이에 대한 모든 걸 사랑하는
선유도 고양이 지기 병근 님은
4마리 길냥이, 집냥이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