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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누구 잘못일까?

[COLUMN] 네 번째 꼰대 레터를 보내다

by GGondae2022.06.08

네 번째 꼰대 레터

안녕~ 꼰대 형이야.

잘 들 지내고 있지? 형은 잘 못 지냈어~ 지난주 내내 기분이 별로였거든.

너희들도 아마 봤을 거야. 지난주에 YTN에서 보도한 보더콜리 신혼부부 공격 사고.

이런 리포트가 있을 때마다 우리 같은 반려인들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괜히 나도 모르게 눈치 보이고, 위축되고. 이런 기분 진짜 별론데.

특히 이번 사고는 형한테 좀 남다른 충격이었어.

두 가지 이유인데, 첫 번째는 견종이 양몰이개인 보더콜리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하필 그 사고친 녀석이 내가 아는 아이라는 거야.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양양 서피비치를 가는데, 울타리에 갇혀 있던 요 아이를 종종 봤었거든. 좁은 울타리에서 정신없이 개집 위아래를 오르락내리락 무한 반복하는 게 전형적인 울타리 속 보더콜리의 모습이라서.

보더콜리 전문가인 지인에 따르면 장벽 좌절(barrier frustration)로 인한 공격성이 아닐까 싶어. 그의 설명을 빌면 울타리 너머에 좋아하는 것이 있거나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지만, 다가갈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좌절인 거지. 이러한 장벽 좌절이 일상화 된 개는 분노, 즉 공격성 형성으로 쉽게 연결된다는 거야.

오랫동안 묶인 채로 길러진 개들이 대부분 공격적인 이유와 같은 거지. 똑똑한데다 예민하고 에너지 레벨이 높은 보더콜리라면 이미 예견된 사고였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이번 사고는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오랫동안 욕망의 좌절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쌓아온 개일까, 아니면 보더콜리라는 견종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방치한 사람일까.

이건 보더콜리에 국한된 얘기만은 아니야. 개든 고양이든 하나의 생명을 내 삶 속으로 들이려면 품종 관계없이 어느 정도 심리적, 물리적 준비가 필요하거든. 함께 10년 이상을 함께 해야 할 친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

적어도 외모나 유행이 아니라 내 라이프스타일에 이 아이가 맞는지, 혹은 내가 맞출 수 있는 상황인지 정도는 공부하고 고민해봐야지. 안 그래?

그런 의미에서 포블스도 앞으로 입양에 대한 태도에 좀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해. 바로 그 지점이 ‘유기’와 ‘학대’의 시작점이니까.

아! 그리고 이번 사고를 보도한 YTN의 태도도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네.

단독으로 CCTV 확보해서 신난 건 알겠는데, 사람이 개에게 물리는 장면을 선명하게 표시하고 주변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센스는 뭐니.

개가 공격하는 자극적인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건 혐오만 부추길뿐 국민의 알 권리와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겠고.

결국 조회 수 장사였던 거겠지... 난 그 미끼를 덥석 문 거고.

아~ 생각하니 킹받네!

꼰대

포블스의 고인물
꼰대 님은 포블스 사무실에서
오지랖과 잔소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