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 읽기
진지한 개, 엉뚱한 개, 말쑥한 개
[COLUMN] 국민성과 견종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다
by Eugene2022.06.03
개는 3만년 이상 인간의 듬직한 일꾼이자 믿을 수 있는 친구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생활해 왔다고 한다. 구체적인 기간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개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친구였다는 데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는 바다.
그렇다 보니 오늘날 많은 견종들은 유래한 지역의 기후와 풍토, 토착민의 문화와 기호에 맞춰 유구한 시간 동안 유전자의 취사선택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종으로 정립되어 왔다는 유추가 자연스럽다.
수렵을 주로 하는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는 냄새를 잘 맡고, 용감한 개에 대한 니즈가 컸을 테고, 드넓은 초원에서 양을 치는 사람들은 똑똑하고 민첩하며, 친화력이 좋은 녀석들이 환영 받았을 것이다. 그 개들은 필요에 따라 해당 기능들을 강화하며 각각 사냥개(Hunting Dog)와 목양견(Herding Dog)으로 발전했을 테고.
그렇다면 국민성도 개별 견종에 영향을 줬을까?
당연히 공동체의 가치관, 행동양식, 기질 등이 쌓여 형성된 국민성도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견종의 발전과 완성에 방향타 역할을 했을 수 밖에.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과 영국, 프랑스이다. 이들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견종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성의 차이도 극명하기 때문이다. ‘독일인은 생각한 후에 달리고, 영국인은 걸으면서 생각하고, 프랑스인은 달린 후에 생각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달리 나온 게 아니다.
독일_완벽을 향한 무한한 집념
독일인은 일반적으로 진지하고, 관념적이며, 집요하다. 때문에 분야를 불문하고 근원과 원리에 천착하고 연구하기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성향은 독일을 철학과 음악의 나라로 만들었고, 칸트, 헤겔, 니체, 마르크스, 하이데거 등 괴물 철학가와 베토벤과 바흐, 브람스, 멘델스존 등 저세상 음악가들을 잉태하고 길러냈다.
견종도 마찬가지다.
저먼 셰퍼드, 로트와일러, 도베르만, 복서, 닥스훈트, 슈나우저. 하나 같이 각잡힌 머리와 제복, 부릅뜬 눈, 강인한 팔뚝의 전형적인 독일인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나. 실제 모두 뛰어난 경비견이며, 명석한 두뇌와 충성심이 돋보인다.
특히 저먼 셰퍼드는 독일인의 완벽과 이상을 향한 순수한 집념(혹은 집착?)을 보여준다.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저먼 셰퍼드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피조물’이라 칭송할 정도이다. 수 대를 거쳐 추적하고 관찰해 얻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유전적 선택과 집중을 반복하며 품성과 외형 모두 완벽한 개들 만들어 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영국_합리와 실용의 묘한 조화
외골수 기질이 다분한 독일과 달리 영국인은 구체적인 현실감각으로 삶의 문제를 직시하는 사람들이다. 청교도적인 합리성도 갖고 있는 반면 보수적이며, 고집도 강한 편이다.
이런 영국인의 성향은 다큐멘터리와 셜록홈즈 시리즈로 잘 드러난다. 문제의 심연으로 빠져들어 근원과 원인을 해체하고 분석하여 이론화하는 독일인과 달리, 영국인들은 현상을 객관적이고 드라이하게 기록하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동시에 브렉시트 같은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고집과 무모함도 엿보인다.
영국에 기원을 두고 영국인들과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견종은 테리어, 스패니얼, 리트리버 계열과 보더콜리와 웰시코기 등 양몰이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쓰임과 목적성이 구체적고 명확하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역할을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다소 외부 자극에 둔감하고 자아가 강한 특징도 갖고 있다. 외모 또한 위협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은근히 고급스럽고 끌리는 ‘꾸안꾸’ 매력이 돋보인다.
프랑스_실험적이고 탐미적인
프랑스는 예술과 미식의 나라다. 프랑스인은 명랑하고, 낙천적이면서도 실험정신이 강해 유행과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추구에 남다른 재주를 보여준다.
루이 14세 집권기인 17세기부터 파리는 이미 인싸 유럽인들 사이에서 트렌드의 꼭지점이자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다. 1852년에 세계 최초 백화점인 ‘봉마르쉐’가 오픈했고, 몽마르트 언덕에서는 피카소, 장콕도, 까뮈, 샤넬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장르를 넘어 자유롭게 교류하고 협업했다.
이런 프랑스인들의 예민한 취향과 탐미주의적인 성향, 열린 마음은 개를 선택하는 데도 그대로 드러난다.
푸들, 비숑프리제, 파피용, 프렌치불독. 하나같이 스타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애견계의 힙스터들이다. 독일 출신 견종들이 미니멀리즘을 극단으로 밀어부친 외모라면, 프랑스의 개들은 맥시멀리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BONUS_그럼 한국은?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견종은 누가 뭐래도 진돗개다.
진돗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독고다이’이다.
진돗개는 어떤 개보다 영특하지만, 독립적이고 고집이 세서 고난도 훈련이 어려운 개로 유명하다. 또한 싸움을 시작하면 상대를 불문하고 물러서는 법이 없을 만큼 용맹하지만, 내가 인정한 보스에게만 보내는 사랑과 충성심은 꽤 낭만적이다.
외모는 화려하고 장식적이지 않지만, 수수하고 볼수록 매력적인 한옥을 닮았다.
영락없는 한국인 아닌가?!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