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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와 함께 베트남에서 ‘비긴 어게인’

[PEOPLE] 포토그래퍼 장석준 님을 랜선으로 만나다

by Eugene2022.05.23

아일랜드 출신 존 카니 감독이 ‘원스’에 이어 2014년 내놓은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

서로 다른 이유로 인생의 기로에 선 주인공, 댄과 그레타는 멋드러진 녹음실과 화려한 세션이 아닌 공원, 빌딩 옥상, 지하철 등에서 도시의 잡음과 아이들의 웃음을 코러스 삼아 새로운 노래를 만들며 다시 인생의 출발선 앞에 선다.

영화는 음악으로 인생을 이야기한다. 끝은 시작의 다른 이름이라고.

포토그래퍼 장석준 님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이 오래된 영화가 떠올랐다.

그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상업 사진작가로 인정받아왔다. 수 많은 스타와 브랜드들이 그의 카메라를 통해 재해석되고 대중의 가슴에 하트마크를 새겼다. 특히 전지현 배우의 엘라스틴 광고는 국내 최초로 뷰티를 흑백으로 풀어낸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렇게 한 분야의 정점에 섰던 석준 님은 3년 전 돌연 반려견 바우와 함께 베트남 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호치민의 한적한 동네에 스테이크 하우스 ‘LAI 176’를 오픈하고, 카메라 대신 손에 그릴 집게를 집어들었다.

뜨거운 남국에서 석준 님과 바우가 만드는 ‘비긴 어게인’의 첫 번째 페이지를 조심스레 열었다.

Q. 간단하게 작가님과 바우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5살 골든두들 바우(Bauu)와 함께 생활 중인 장석준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광고사진을 찍었습니다. 20여년전부터 대형견을 키운 반려인이고요. 바우는 제 인생의 3번째 반려견입니다.

Q. 대형견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스튜디오 공간이 대형견을 키우기에 다른 사무실 보다 좋았어요. 제 작업실은 한남동 UN빌리지에 있었는데, 단차가 있어 입구에서는 지하지만, 뒷편에서는 1층이라 작은 마당이 있었습니다. 동네도 한적해서 개를 산책시키기에 최적이었죠. 집도 마당이 있는 주택이어서 소형견보다 늘 대형견에 눈길이 갔던 것 같습니다.

Q. 석준 님이 느끼는 대형견만의 매력은 무언가요?
대형견이라고 교감의 깊이가 소형견보다 낮지 않아요. 바우는 생후 3개월에 입양했는데요. 어릴 때부터 저와 함께 늘 출퇴근하고, 제가 가는 곳은 어디든 데리고 다녔거든요. 그렇다 보니 이전에 함께 했던 아이들보다 바우한테 조금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특히 베트남까지 데리고와 매일 24시간 붙어있어서 그런지 사람보다 더 잘 통하는 느낌이에요.ㅎㅎ

Q. 베트남에서 스테이크하우스 ‘LAI 176’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누나가 육류 유통사업을 오래 했어요. 처음에는 가볍게 일을 돕다가 이제는 본업이 됐습니다. 전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고, 음식 사진도 많이 찍어서 그런지 고민이나 부담은 없었어요. 이전에도 작가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업들을 많이 했었거든요. 암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Q.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LAI 176만의 매력은 무언가요?
무엇보다 엄청 싼 가격에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거죠. 베트남 물가를 기준으로 봐도 다른 스테이크 하우스에 비해 가격은 합리적으로 맞추고, 퀄리티는 그 이상으로 높여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직접 고기를 유통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최고의 고기를 부담없는 가격으로 제공하는 걸 우리 레스토랑의 콘셉트로 정했거든요. 세계 어딜 가도 가성비는 좋아합니다.ㅎㅎ 이제는 어느 정도 손님들한테 인정받아서 운영도 안정적입니다.

Q. LAI 176에서 바우도 역할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가게에 바우가 없으면 큰 일 납니다. 특급 영업부장이에요. 가게 영업의 반 이상을 혼자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LAI 176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데요. 방문하는 손님들과 손님들이 데리고 오는 반려견들은 모두 바우의 팬입니다. 레스토랑은 고급 주택을 개조해 만들어서 입구부터 레스토랑 홀까지 거리가 꽤 먼데요. 바우는 입구부터 손님을 맞이해서 테이블까지 안내하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테이블 옆에 가만히 앉아서 대기하고 있죠.

Q. 손님들이 바우한테 빠질 수 밖에 없겠네요.
가게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손님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바우를 좋아해주세요. 사진찍는 분들도 많고요. 덩치는 큰데, 생김새는 귀여운 녀석이 그렇게 하니 무서워하거나 피하는 손님이 안 계세요. 가게에 올 때마다 바우 간식을 챙겨오시는 손님들도 꽤 많습니다.

Q. 석준 님이 생각하는 골든 두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모든 골든 두들이 모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바우는 별다른 훈련 없이 한번 말하면 다 알아들을 만큼 똑똑합니다. 눈치가 빨라서 제가 싫어하는 일은 기억하고 절대 하지 않고요. 나이가 들다보니 말만 안 했지, 거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를 뿐 아니라, 관리도 손이 많이 안가는 편이라 실내에서 함께 반려생활을 즐기기엔 아주 훌륭한 견종인 듯합니다.

Q. 베트남까지 바우와 동행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있으세요?
뭐 거창한 이유나 결정적 계기 같은 건 없습니다. 바우를 처음 입양할 때부터 모든 일생을 저와 함께 해왔었기 때문에 당연히 베트남도 바우랑 같이 간다고 생각한 것뿐이죠.

Q. 바우와 베트남에서 사는 게 한국보다 불편할 것 같은데요.
불편이나 어려움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베트남이 한국보다 대형견을 기르기는 훨씬 편하지 않나 싶기도 할 정돕니다. 한국은 사실 대형견과 생활하기 쉬운 환경은 아니거든요.

Q. 베트남의 반려문화를 우리 나라와 비교해주세요.
베트남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매우 좋아합니다. 굉장히 호의적이에요. 하지만 아직 우리 나라처럼 주인들이 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문화는 없는 듯 합니다. 개에게 아무 음식이나 먹이고,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예방주사나 검진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80~90년 대 우리나라처럼 개나 고양이를 마치 인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Q. 바우와 작가님의 일상에 대해 알려주세요.
영업시간 중에는 저는 제 일을 하고, 바우도 바우의 일을 합니다. 바우는 손님들 응대하고 접대하느라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았을 거라, 가게 문닫으면 바로 단둘이 1시간 정도 산책을 하면서 재충전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함께 놀다가 잠드는 게 베트남 일상의 대부분이죠.

Q. 타지 생활에서 바우는 큰 힘이 될 것같습니다.
가게 문을 닫고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나면,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대부분인데요. 바우가 있어서 그 무료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먼 타지에서 몸이 아플 때는 바우가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죠. 바우는 친구이면서 동시에 든든한 보호자이기도 한 셈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식구가 한 명 더 늘었어요. 가게 앞을 지나가는 개장수한테 생후 3개월 남짓한 강아지 한 마리를 더 입양했거든요. 어린 강아지가 케이지 속에 있는 게 너무 가엽더라고요. 이 녀석은 바우가 전담해서 기르고 있습니다.ㅎㅎ

Q. 베트남에서 바우와 있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베트남에 바우와 처음 도착한 날이었어요. 바우는 케이지 안에서 오랜 시간비행으로 지쳐있는데, 검역소가 문을 닫은 거에요. 간신히 방법을 찾아 바우를 데리고 나와서 택시를 잡는데 공항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바우한테 순식간에 몰려드는 거에요. 그리고 물어보지도 않고 와서 바우를 안고 사진 찍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날 베트남 사람들 SNS에 바우 사진 엄청 많이 올라갔을 겁니다.ㅎㅎ

Q. 바우는 석준 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바우는 특별하다고도 할 수 있고, 특별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죠. 그냥 다른 가족들과 똑같은 존재입니다.

Q. 석준 님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반려생활의 모습과 방법을 정의한다면요.
전 반려동물을 너무 특별하게 챙기지도 않고, 동물이라고 막 대하지도 않는 게 좋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그냥 우리와 함께 곁에서 살아가는 친구, 가족 같은 존재가 인간과 동물 모두 행복한 공존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後 TALK.
이제 코로나도 막바지이니, 베트남 여행도 머지 않았다.
혹 호치민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한번 쯤은 멋진 디너를
'LAI 176'에서 즐겨 보면 어떨까.
포블스에서 보고 왔다고 때쓰면 특별 싸비스가 제공될 게다.

상호 : LAI 176 STEAKHOUSE
주소 : 3A Tran Ngoc Dien, Thao Dien, Q2, HCMC
전화 : +84 86215 3313 (한국어 가능)

장석준

유명 포토그래퍼에서
베트남 스테이크 하우스 사장님이 된 석준 님은
골든두들 바우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