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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를 보듬는 위로의 판타지
[CULTURE] 영화 ‘베일리 어게인’을 추천하다
by Chloe2022.05.20
그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울음이 난다고 말했다. 수년 전 제 명을 다하고 떠난 벨지언셰퍼드가 생각나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그는 투박하고 선 굵은 무도인(武道人)이었다. 그런 상남자의 애잔한 자기고백이 퍽 인상적이었다. 하늘 나라로 간 녀석의 아들이 곁에서 함께 하고 있지만, 수시로 가슴 아리게 보고 싶어진다고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애보에 의아해 찾아 본 영화가 바로 ‘베일리 어게인’이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다
타임루프, 타임슬립, 환생, 차원이동, 회귀.
시공간을 비틀어 사건을 만들거나 해결하는 서사구조는 이제 너무 흔해빠진 이야기가 되었다. 영화, TV, OTT,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를 불문하고 우려내고 우려내 옆집 잼민이도 손사래치는 장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이 뻔한 플롯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충분히 콘텐츠 소비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영화가 바로 ‘베일리 어게인’이다.
‘베일리 어게인’은 구태여 사건을 되돌리거나, 결과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화자인개의 눈으로 인간 세상을 보고, 개의 입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기에 섣부른 의인화와 연민은 최대한 배제했다. 개는 그저 주어진 현실의 삶을 살고,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시 내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
환생을 통해 반복하는 삶이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가 되고, 각 에피소드는 견생의 다양한 양태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비참하게. 그리고 개별 에피소드는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수미쌍관 구조로, 누구나 예상 가능한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베일리 어게인’은 대부분의 동물 영화가 뿌리치지 못하는 신파의 유혹을 훌륭히 극복해 냈다. 아니, 꽤 담백하다.
아는 맛이 젤 무섭다고 하지 않았던가. ‘베일리 어게인’은 모두 먹어 본 맛인데 뭔가 색다른, 그런 맛이 나는 영화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깨비다
솔직히 나도 이 영화를 보며 가슴 한 켠이 뭉클했다. 인간과 동물의 유대에 대해 깊은 심연에서부터 마음이 울컥해지는 망외의 소득을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기분이랄까.
모두 알다시피 인간과 개의 시간의 속도는 판이하게 다르다. 녀석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나이가 들고, 쇠약해지며, 가슴 아프게 생을 마감한다. 소중한 존재의 생로병사 과정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우리는 드라마 ‘도깨비’ 속의 공유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베일리는 이별 앞에 매번 속절없이 무너지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냥, 지금 여기 있으면 돼. 그게 바로 개의 목적이야( Just, be here now. That’s a dogs purpose)”라고. 개는 주어진 삶의 소명을 다 하고 떠나는 것이니 인간, 너희들은 이별을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듯.
엔딩크레딧을 바라보며 나도 나지막이 답해본다.
“그래, 나도 너와 함께 있을게. 그게 인간의 기쁨이니까.”
* 베일리 어게인 (2017, A dog’s purpose)
감독 : 라세 할스트롬
출연 : 조시 게드, 데니스 퀘이드, K.J. 에이파
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모험, 코미디, 드라마
러닝타임 : 100분
플랫폼 : 웨이브, 티빙, 왓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