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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과 개통령

[COLUMN] 세 번째 꼰대 생각

by GGondae2024.09.20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Jane Goodall)은 왜 시대와 세대를 넘어 사랑과 존경을 받는 걸까요?

1934년생인 그녀가 연구를 시작한 1950~60년대는 여성의 사회 활동이 무척 제한적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여성 학자가 직접 야생의 유인원 무리 속으로 들어가 상호작용을 하며 각각의 개체들과 사적 관계를 맺고 관찰한다는 건 놀라운 도전이었어요.

이전의 동물 연구는 실험실처럼 통제된 환경이나 짧은 야생 관찰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죠. 동물을 계량화하고 수치화된 실험체로만 본 거에요.

제인 구달의 연구 보고서는 동물 행동 연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 전까지 남성 중심의 학자들은 마음, 감정, 사회적 상호작용 같은 건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때문에 동물의 행동은 본능에 따른 기계적 반응이나 서열 관계로만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제인 구달은 동물의 세계에도 희로애락(喜怒哀樂)과 같은 복잡한 감정이 존재하고 인간처럼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는 걸 세상에 알렸죠.

이는 인간이 동물을 이해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왔고, 동물들도 인간처럼 감정적으로 복잡한 존재임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동물권과 생태계 보호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문화의 질적인 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개는 훌륭하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불편했던 건 이른바 개통령으로 불린 강형욱 님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제인 구달 이전의 시대로 퇴행한 것처럼 느껴져서 였어요.

관계를 상하로만 규정하고, 문제의 복잡성을 자극적으로 단순화하는 방식이 자칫 동물을 대상화하는 문화가 대중에 전파될 것 같았습니다. 마치 20~30년 전 애견훈련소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죠.

프로그램의 일부인 개통령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습니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동물은 훌륭하다’로 포맷을 바꿔 새롭게 방송을 시작한다더군요.

제작진에 닿을 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부디 이번에는 시청률에 휘둘리지 말고, ‘제인 구달’이라는 필터를 통해 동물 세계를 바라봐 달라”고 말이죠.


2024. 0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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