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 읽기

“고양이가 지구를 정복할 그날까지!”

[PEOPLE] 고양이 서점 ‘책보냥’ 대표 김대영 님을 만나다

by Bean2022.05.18

고양이에게 진심인 한 남자가 있다.

고양이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그는 포토그래퍼이자 화가이다. 동시에 시각 디자이너이며, 건담 프라모델 세상에서도 꽤 유명한 덕후로 통한다. 아이덴티티 콜렉터라고 해도 될 정도인 그의 이력에 얼마 전 한 줄이 더 추가됐다.

바로 고양이 전문 책방 주인장.

지난해 10월 성북동 한옥촌에 작은 독립 서점 ‘책보냥’의 문을 연 김대영 님. 그를 만나기 위해 꼬불꼬불 골목길을 지나 오르막길 모퉁이에 자리잡은 아담한 한옥의 대문 앞에 섰다.

‘책보냥’이라고 적힌 작은 문패에서 음~ 사람 냄새가 폴폴 풍겨난다.

설레는 마음으로 초인종 버튼을 살짝 누르자, 이내 정겨운 삐걱 소리를 내며 빼꼼이 열리는 나무 대문. 그 사이로 비니를 깊숙이 눌러 쓴 대영 님이 반갑게 손을 건넨다.

테이블에 올라 앉은 ‘하동이’와 시크하게 째려보는 ‘하로’, 그리고 고양이 책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한 공간.

그렇게 고양이 마니아의 개미지옥으로 들어섰다.

Q. 안녕하세요. 아담한 한옥의 공간이 너무 예뻐요.
한옥만이 가진 정취가 있죠. 이곳은 원래 제 디자인 작업실로 사용하던 곳이에요. 지인들이 이 좋은 공간을 혼자만 작업실로 쓰냐며, ‘서점을 열어보는 건 어떠냐’는 말을 많이 했어요. 결국 지금은 작업실 겸 서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Q.디자이너가 본업이셨군요.
네~ 원래 본업은 시각 디자이너입니다. 편집, CI, BI, 카탈로그, 포스터, 책 표지.. 등 여러 가지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 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 광고회사에서 3D와 특수효과, CG를 했어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CG작업도 많이 했죠. 독립한 후로 쭉~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Q. 진짜 여러 가지 일을 하시네요.
디자이너와 함께 프라모델을 도색하고 전시하는 ‘건담이 지키는 집’도 연남동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라모델 전문가와 책방지기는 세컨드잡인 셈이죠. 일주일 중 월, 화, 수요일은 본업인 디자인 미팅이나, 작업을 하고, 목, 금, 토, 일요일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서점을 3일이나 쉰다며 ‘팔자가 좋다’고 하지만, 실상은 쉬는 날이 하루도 없어요.ㅎㅎ

Q. 야구와 고양이를 가장 사랑한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최동원 찐팬이라고요. 그런 최동원 선수의 일러스트 에세이 ‘1984 최동원’의 삽화를 직접 그린 걸로 압니다.
그때가 최동원 선수 11주기였어요. 등번호가 11번이라 의미 있는 해였죠. ‘1984 최동원’은 원래는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에세이로 엮어 낸 책인데, 영화의 장면을 저작권 문제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일러스트로 대체하게 된 거에요. 작업을 하면서 힘들고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최동원이라는 한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Q.사랑하는 야구와 고양이를 동시에 활용한 작품도 있나요?
그림은 아니고, 고양이 털을 뭉쳐서 만든 게 있어요. (액자를 들어 보이며) 조약돌 같지 않나요? 야구하는 고양이를 형상화한 거예요. 중간의 흰 털뭉치가 야구공입니다. 우리 고양이는 흰 털이 없어서 다른 집 고양이 털을 구해서 만들었어요.ㅎㅎ 하동이 흰털은 뭉치면 자꾸 회색이 되더라고요.

Q.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고양이 서점까지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책방을 하고 싶긴 했어요. 대학로에 있는 고양이 전문 서점 ‘슈뢰딩거’에서 작은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인연이 됐죠. 어느 날 슈뢰딩거 사장님이 제게 ‘고양이 책방을 그만둔다’면서 저보고 ‘서점을 해보는 건 어떻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슈뢰딩거가 없어지면 서울에 유일한 고양이 책방이 된다’고요. 고민이 없진 않았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옛날 노래가사를 따라 작년 10월 마지막 날에 ‘책보냥’을 오픈했죠.

Q. 서점을 해본 적이 없어서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고양이 서적만 다루는 곳이니까요.
서점을 열었는데, 책은 어떻게, 어디서 받아 오는 지도 몰랐죠. 일단 제가 그 동안 수집한 책들과 고양이 책 출판하시는 곳에서 책을 받아 시작했어요. 고양이는 일본이 가장 큰 시장이다 보니 일본에서 책을 구하는 게 중요했어요. 1년에 6개월 이상을 일본에서 보내는 지인을 통해 책을 수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차질이 생겼죠. 그래도 초보 책방 지기로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Q. 책방을 3년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는데, 왜 3년인지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하면 평생 서점을 끌고 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같이 책방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성급하게 굴지 말고 3년만 ‘묵히자’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 동안은 책방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려고요. 명색이 고양이 책방 지기인데, 손님 질문에 쭈뼛쭈뼛 답을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본업을 더 열심히 해야합니다.ㅎㅎ

Q. 책보냥을 통해 생각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네요.
보통 나이가 차서 퇴직하면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마땅치 않아 떠밀리듯 치킨집을 차리는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저는 자기 일을 하든, 회사를 다니든 ‘너의 취미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결국 너를 먹여 살리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 취미와 관련된 무언가 일 것이다’라고요. 그래서 책방을 열심히 운영해서 고양이가 지구를 정복할 때까지 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의 매력에 허우적거릴 때 까지요.

Q.이미 저희는 고양이에게 정복 당하지 않았나요?
그렇죠,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고양이와 처음 인연이 닿았을 때가 궁금해요. 또 고양이 사진은 어떻게 찍기 시작했는지도요.
사진은 어릴 때부터 취미였어요. 건물도 찍고, 풍경도 찍고, 개인적으로 인물 사진을 좋아해서 많이 찍었죠. 아주 오래 전에 잠깐 고양이를 키웠는데 그때부터 고양이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 녀석은 집 공사할 때 잃어버렸지만, 그 이후에도 고양이와 깊은 묘연이 있었던 거 같아요.

Q. 혹시 다른 고양이이와 이별을 겪은 적도 있을까요.
하로와 하동이가 오기 전에 샴 고양이를 1년 정도 키웠어요. 제주도에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겨 친구에게 고양이를 잠시 맡겼어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해 미리 체험해보라는 생각이었죠. 일을 마치고 제주도에서 올라왔는데, 연락이 안 되는 거에요. 고양이랑 그새 정이 든 거죠. 우스갯소리로 제게 ‘고양이를 포기한다고 말하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결국 양육권 포기 각서를 썼죠. 그렇게 두 번째 고양이랑 이별했어요.

Q. 슬픈 이야기네요. 속상했을 것 같아요. 친구에게 연인을 빼앗긴 기분일 것도 같고요.
그때부터 제주도에 머물면서 길고양이들한테 밥도 챙겨주고 쉬는 시간에 사진도 찍기 시작했어요. 1년 반 정도 작업한 고양이 사진을 모아서 서울에서 전시를 했죠. 그걸 계기로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모여 함께 섬에 사는 길고양이 사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14년 ‘제주 고냉이, 울럿이 지드리다’라는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Q. 구석구석 숨어 있는 고양이 사진이 특히 많아요. 그런 아이들을 찾는 남다른 ‘촉’이 있는 것 같아요.
희한하게 다른 사람들은 못 봤다고 하는데 저는 길을 걷다 보면 고양이가 눈에 보여요.ㅎㅎ 저도 모르게 걷다가 무의식적으로 자동차 타이어 쪽이라던가 골목길 사이를 눈여겨보게 되는 것 같아요.

Q. 책 다섯 권을 사면 책보자기에 포장해 준다고 들었어요. ‘책보냥’이라는 이름과도 무관하지 않고요. 또 구상 중인 전통과 연계한 이벤트가 있나요?
저는 건축을 전공할 때도 전통 건축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한국 전통 건축이 충분히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벤트 아이템도 우리 전통과 관련된 걸 생각하고 있어요. 장서인(藏書印)이라고 자기 책에 찍는 나만의 도장이 있어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고양이 장서인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원 데이 클래스도 생각하고 있고요.

Q. 무척 재미있는 기획인데요.
처음 생각했던 책보냥 콘셉트는 ‘무면허 진료소’였어요. 간판도 병원 마크로 걸고요. 혜민서에 허준이 기르던 고양이의 후손이 하로와 하동이라는 스토리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서점을 혜민서처럼 조제실, 내과, 외과 등으로 나누고 메뉴, 굿즈도 콘셉트에 맞춰 구성하는 거에요. 상상만으로 즐겁지 않나요?ㅎㅎ 저는 세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건 ‘예술’과 ‘동물’뿐이라고 생각해요. 건담과 고양이가 제겐 그런 존재입니다.

Q. 이전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자기 고양이한테 러브레터를 쓰는 이벤트를 했었는데요. 직접 하로와 하동이에게 러브레터를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맨날 보는 사이여서 그런지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그저 그냥 아프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특히 하로한테는 까칠하게 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ㅎㅎㅎ

Q. 마지막으로 초보 집사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고양이는 처음이라’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 ‘고양이 집사 매뉴얼’ ‘고양이의 기분을 이해하는 법’ ‘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등 다섯 권을 추천하고 싶어요. 만화도 있어서 이해하기도 편하고, 고양이에 대한 기본 상식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後 TALK.
2시간의 긴 인터뷰를 마치고 나는 기꺼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개미’가 되어, 일곱 권의 책과 두 개의 굿즈를 사들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미지옥’을 나섰다.
책보따리를 들고 행복하게...

김대영

고양이를 그리고, 촬영하며
책방도 운영하고 있는 대영 님은
고양이 하로, 하동이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