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읽기
웰컴 투 미긔랜드!!
[PEOPLE] 패브릭 디자이너 변윤지 님을 만나다
by Summer2022.05.16
과감하면서도 생기있는 컬러로 동물과 자연의 존재감을 담은 그림. 변윤지 작가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소재인 섬유에 한 편의 이야기를 패턴으로 녹여낸다.
마티스의 따뜻한 블루가 떠오르는 파랑 비숑과 고흐의 아몬드 꽃처럼 흐드러진 데이지 꽃 사이의 강아지들, 클림프의 연인같이 서로를 아리게 껴안아주는 빙하 위의 북극곰 두 마리. 과감한 배색에 먼저 눈이 가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빠져드는 그의 작품들은 ‘미긔랜드(miguiland)’라는 반사체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 때로는 원피스와 에이프런으로, 때로는 사랑스런 반려견의 옷으로…
서울과 부산이라는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아쉽지만 랜선 너머로 윤지 님과 반려견 ‘이세’가 살고있는 미긔랜드 투어에 나섰다. 함께 유쾌하고 즐거운 미긔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보자.
“미긔랜드 입장합니다. 줄을 서세요~”
Q 미긔, 독특한 이름입니다. 뜻이 무엇인가요?
윽 좀 부끄러운데요 제가 예전부터 사용하던 닉네임을 사업을 시작하면서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미’친 ‘긔’염둥이의 약자에요 ㅋㅋㅋ;;
Q 윤지 님의 작업은 회화와 제품화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회화의 제품화인가요? 아님 제품화를 위한 회화인가요?
저는 미술전공자인데요. 그림 그리는 걸 무척 좋아하지만 스스로를 판단하기에 순수미술을 할 만큼의 인문학적, 철학적 깊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술적 가치의 미술보다는 ‘기술’로서의 그림쟁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순수회화는 팔리지가 않기에 팔리는 ‘상품’에다 회화를 집어넣으려 한 것이 사업을 시작한 동기이자 목표입니다. 제품은 회화를 시장에 접근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바쁘게 디자인하다보면 저 스스로도 혼동이 올 때가 있어서 한번씩 호흡 가다듬으며 초심을 떠올려봅니다.
Q 여러 가지 오브제 중에 섬유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섬유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소재잖아요. 여러 가지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과 유연성 그리고 가장 편리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Q 윤지 님 작품이 품고 있는 큰 주제는 동물과 환경입니다.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동물은 원래 좋아했었지만, 특별히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계기이자 적극적으로 사업에 접목해보고자 마음먹은 사건은 있었습니다. 신혼여행으로 오로라를 보기 위해 북극권에 갔었는데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라는 곳에서 처음 북극곰을 봤는데 제가 상상하고, 대중매체에서 접했던 북극곰의 모습과 너무 다르더라고요. 지구온난화로 보금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먹을 것이 없어지자 덩치도 작아지고 앙상하게 마르고, 살기 위해 민가까지 내려오니 또 안전을 위해 총에 맞고… ‘지구온난화’라는 막연했던 개념이 눈에 담기는 그런 슬픈 상황을 맞으면서 구체화가 되더라고요. 누군가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관심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 것 같기도 해서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런 메시지들을 점차 담아갈 예정입니다.
Q 회사 혹은 단체에 소속되어 안정적으로 일하는 대신 사업이라는 험난한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교 졸업 후 디자인 회사, 입시학원 등에서 잠깐씩 일을 했었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을 했었는데요. 너무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걸 인내할 만큼 수입이 크지도 않았고ㅋㅋㅋ. 그래서 내가 주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또 사업을 시작하려면 종잣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좋은 기회들로 창작지원사업금을 지원받게 되어서 운좋게 사업을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됐죠.
Q 미긔랜드는 시네마틱 스토리텔링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궁극적으로 어떤 스토리를 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누군가 제 디자인을 보게 되었을 때 따로 주석이나 설명이 없더라도 머릿속에 앞, 뒤 이야기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창작물로 소통이 오가는 그런 단계는 사실은 모든 크리에이터가 꿈꾸는 그런 최종의 영역이기도 해서 막상 설명하려고 보니 새삼스럽기도 하네요.
Q 윤지 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3개를 골라주세요. 그리고 간단하게 이유도 알려주세요.
윽…ㅠㅠ 한참을 생각했는데 다 마음에 들기도 하고, 다 내세우기 부끄럽기도 하고, 세 개를 꼽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미완인 걸로 할게요. 언젠가 기회가 되어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되면 당당하게 세 편 꼽을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긔랜드의 가이드 ‘이세’입니다”
Q 반려견 이세를 소개해주세요.
버니즈 마운틴 독이라는 대형견종이구요. 올해로 7살이 됐습니다. 건강하고 엉뚱발랄한 어떨 땐 무지하게 영리하고, 또 어떨 땐 멍청한 매력터지는 제 베스트 프랜드이자 자식이랍니다.
Q 이세. 미긔만큼 독특한 이름입니다.ㅎㅎ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있을 듯한데요.
신랑이랑 연애를 8년 하고 결혼했는데요. 신랑 본가에 정원이 있어서 대형견을 키우고 있었어요. 그 아이가 ‘복동이’라는 이세의 부견이었고요. 버니즈는 대형견이지만 버니즈 아가들은 진짜 너무 사랑스럽고 그냥 인형이거든요 ㅠㅠ
언젠가 복동이가 교배를 해서 아가들이 태어났고 그 아가들을 구경갔다가 너무 예뻐서 그냥 돌아오질 못하고 한 마리를 더 들인거죠. 그 아기 강아지한테 신랑이 붙여준 원래 이름이 복동이,Jr라 해서 “주니어야…” 이렇게 불렀었는데 저는 뭔가 영어로 된 겉멋든 이름이 너무 마음에 안들더라고요ㅋㅋㅋㅋ 그래서 “이세둥이야~” 이렇게 불렀었는데 그러다보니 그게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부견인 복동이도 함께 키웠었는데 결혼하고 2년차인 20년 여름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Q 버니즈의 매력 혹은 특징은 무엇인가요?
일단 그 덩치에요. 외출했다 돌아오면 거의 저와 비슷한 몸뚱이로 미친 듯 반기며 덮쳐지는(?) 순간이 대형견을 키워본 분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로망이구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 종별 특성인지 우리 아이들의 특성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너무 순둥이에요.
Q 이세와 함께 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면요?
이세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이 소중한 기억이었지만, 이 질문을 딱 보고 떠올랐던 장면은 이세가 귀에 지방종이 생겨서 수술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마취를 했다가 깨어나서 몽롱한데다 마취 때문에 하반신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휘청휘청 저한테 필사적으로 기어와서 안기던 장면이 생각이 났어요.
Q 도시에서 대형견을 기르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좋은 점과 불편한 점 하나씩 알려주세요.
딱히 도시라서 더 어려운 점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가끔 산책 시에 일부 좋지 않은 시선들과 수근거림이 불편하죠. “왜 입마개를 안하고 다니냐”부터 “그런 큰 개를 왜 기르냐” 는 말까지 들어봤습니다 ㅋㅋㅋ
Q 미긔랜드에서 이세는 어떤 존재인가요?
마스코트이자 모든 발상의 원천입니다.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처럼 되었으면 합니다.
Q 이세와 꿈꾸는 반려생활은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이대로 오래오래 지냈으면 하는데 부견인 복동이를 보내면서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어요. 그래서 매 순간을 감사히 최선을 다하고 소중히 새기려고 노력합니다.
“미긔랜드 작업실 구경하고 가실께요”
Q 미긔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요?
동물들과 함께하는 디자인 세상.
Q 미긔랜드 작업실이 매우 멋집니다. 이 공간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윽 실제로 보셨으면 아니실텐데 ㅋㅋ 서면인터뷰인 게 정말 다행입니다. 거의 고물상이에요 ㅋㅋ 좀 지저분하지만 꽤 넓고 복층이라 작업실로 활용도는 좋습니다. 작업실1(문서작업, 디자인), 작업실2(인쇄/봉재), 창고, 휴게실로 세분화해서 이용 중입니다.
Q 친환경 브랜드를 지향하는 만큼 섬유 소재도 세심하게 선택할 것 같습니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시나요?
작년 한 해 사회적기업연구원 예비사회적기업가 과정 지원으로 폐 플라스틱 재활용 섬유 개발작업 등에 참여하기도 하였는데 막상 브랜드를 론칭하고 제작에 들어가니 단가가 높아서 소재로 활용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메시지 전달에 주력할 예정이지만, 추후에는 스텔라 매카트니 같은 콘셉트의 친환경 브랜드를 목표로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Q 미긔랜드 제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흔한 제품을 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Q 반려동물 맞춤옷 전문제작도 아직 하고 있나요?
브랜드 론칭 전에 지인들로부터 개인의뢰를 받아 하나 둘 작업하다 보니까 시장성이 있는 것 같아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지금은 맞춤옷 작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 여유가 생기거나 고객 요청이 많거나 하면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는 개인의뢰는 받지 않고 소형견 위주의 완제품 판매만 진행 중입니다.
Q 앞으로 미긔랜드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만들고 싶은가요?
일단 단기 목표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겁니다. 저 스스로 하는 디자인과 생산 등의 모든 작업이 재미있다 보니까 사업운영도 무척 즐겁습니다. 하지만 취미가 아니고 사업이다 보니 시장성 확립이 당면 과제이고요. 안정적으로 시장진입이 되면 즐기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종합 디자인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질문엔 없지만 더 전하고 싶은 얘기, 혹은 하지 못한 얘기가 있다면 편하게 덧붙여주세요.
비록 서면 인터뷰지만 너무 좋은 인터뷰어라고 칭찬드리고 싶습니다. 미긔랜드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