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읽기
고독한 묘식가가 인정한 맛집
[culture]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에’를 강력 추천하다
by Bean2022.05.13
진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배고파 우는 고양이에게 단지 ‘밥을 먹여야지’ 라는 생각으로 잡곡밥을 물에 말아 준 적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괜히 혼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속으로 고양이가 빨리 밥을 먹고 떠나길 바랐지만, 고양이는 밥이 아니라 날 한심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볼 뿐이었다.
우연히 골목을 지나다 이런 내 모습을 본 한 캣맘이 참치캔 한 개를 건네며 말했다.
“고양이는 참치를 좋아해요.”
내가 불려 놓은 밥과 참치를 섞어주자 이내 고양이가 밥을 먹기 시작했다. 며칠을 굶은 듯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는 고양이 모습에 마음 한 구석이 어찌나 짠하던지.
이용한 작가의 신간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에’를 받아 들고선 뜬금없이 그 때 일이 생각났다.
그래, 고양이 식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손맛 좋기로 소문난 고양이 ‘시골밥상’
시골에 내려간 이용한 작가 부부는 이웃집 몰래 고양이 식당을 열었다. 도시보다 시골에서의 고양이 인식이 더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시골에 사는 고양이라고 하면 낭만이 넘칠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고양이들의 삶은 어디든 팍팍하기 마련이다.
시골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더욱이 좋지 않아, 그는 4-5년 간은 고양이 밥을 주는 ‘미친놈’으로 마을에서 불렸다고 한다.
식당 첫 손님은 ‘바람’이었다. 바람처럼 왔다 가는 바람이는 큰 얼굴과 체구를 보아 대장냥이가 분명했다. 별 다른 반응 없이 밥만 먹고 가던 바람이가 하루는 테라스에 새를 물어다 줬다. 마치 고양이의 보은처럼 말이다.
인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할 줄 알았던 바람이는 희귀병에 걸려 만난지 1년 3개월 만에 이름 그대로 바람처럼 그의 곁을 떠났다.
식당이 맛집으로 소문이 나 손님이 많아질수록 이웃의 불만도 커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고양이가 밭을 헤쳐 놓는다는 민원이었다. 그는 ‘고양이가 쥐나 두더지가 오지 않도록 막아줘, 오히려 밭이 헤치지 않는다’고 항변을 했으나 소용없었다.
주민들은 쥐약을 놓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몇 마리의 고양이를 잃었다.
그는 독자가 보내준 전복을 포장도 뜯지 않은 채로 이웃집 할머니에게 주거나, 비싼 선물이 있으면 무조건 할머니 몫으로 챙겼다. 뇌물공세(?) 덕이었던 건지 할머니는 ‘고양이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높이 치자’는 제안을 받아주었고, 그 해 고양이 손님의 쥐약 사고는 조금 줄어들었다.
백선생도 깜놀할 고양이들의 묘생 맛집
그는 아내의 일자리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사를 해야 했다. 처음 집을 구할 때와 다를 것 없이 첫 번째 조건은 마당 있는 집이었다. 이미 마당 냥이가 되어버린 ‘아비’의 새끼들을 무사히 포획하는 일도 중요했고, 다섯 마리나 되는 집냥이의 적응도 문제였다.
고양이 식당 2호점과 3호점은 이사한 동네에서 이웃으로 만난 인연이었다.
2호점은 할머니가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었다. 마당 한 켠 흐드러지게 핀 목련이 예뻐 그는 2호점을 ‘목련식당’이라 불렀다. 고양이뿐 아니라 너구리도 단골인 식당이었다.
칠순이 넘은 할머니는 불편한 거동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들이 배라도 곪을 새라 매일 밥을 챙겨주셨다. 고라니와 너구리 같은 산 짐승들의 먹이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줍지 못하도록 도토리를 주워다가 다람쥐를 챙겨주곤 했다.
한국에선 고양이와 공존하는 것도 어렵지만,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3호점은 프라이팬에 가득 사료를 얹어 고양이 밥을 먹이곤 하는 캣대디였다.
캣대디 말에 따르면 이웃집에서 개를 풀어놓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양이 식당의 문을 닫으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실제로 고양이 사냥을 시켜 몇 마리는 고양이별로 가기도 했다.
하루는 사료를 주고 간지 얼마 안 돼, 3호점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사료를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
사료를 들고 올라가는 길에 3호점 집이 몽땅 불타버린 걸 봤다. 그 와중에도 고양이를 굶길 수 없다는 마음에 감격한 이용한 작가는 SNS에 이 사연을 올려, 생활용품부터 고양이 용품까지 기부를 받았다.
카모메 식당? 힐링엔 ‘고양이 식당’이지!
이 책은 15년간 캣대디로 살아가고 있는 이용한 작가의 생생한 길 고양이 관찰 일기이다.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자칭 캔따개를 자청한 그의 마당은 줄 서서 가는 맛집이 되었다.
골목길 어귀에서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는 까칠한 고양이도 그저 사랑스럽다.
모두 부디 아프지 않고, 사람의 해코지를 민감하게 피해가며 길고양이의 삶을 그저 묵묵히 살아가길. 작가의 말을 빌어 늙어 죽을 때까지 죽지 않기를 바라본다.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는 고양이 얘기로 가득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있는 이용한 작가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두 세시간은 순삭이다. 고양이 시점으로 풀어낸 이야기엔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난다.
오늘도 도심 속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당신.
고양이 식당의 따끈한 힐링 한 그릇이 절실한 시간, 지금이다.
後 Talk.
고양이 서점 ‘책보냥’ 덕분에 고양이 식당 주인님 친필 사인 엽서는 구했지만, 언젠간 책에 직접 사인을 받고 말 게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