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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새보러 가지 않을래?

[PEOPLE] 공예 작가 곽종범 님과 깔루아를 만나다

by Eunju2024.02.07

금속공예 작가 곽종범 님과 산책냥이 깔루아를 처음 만난 건 무더위가 한창이던 작년 여름 서울숲이었다.

스냅촬영을 하는 우리를 경계하기는커녕 파란 눈을 반짝이며 카메라를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새소리에 귀를 쫑끗 세우는 신기한 고양이, 깔루아.

게다가 집사인 종범 님은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을 두드리고 구부려 일상 속의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금속공예 작가라니.

이 묘한 커플의 이야기가 궁금해 못 참고 인터뷰를 청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금속 공예를 하고 있는 곽종범이라고 합니다. 샴고양이 깔루아와 살고 있고, 얼마전부터 새끼 고양이 코코도 함께 돌보고 있어요.

Q.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셨나봐요.
아니에요. 예전에 친구랑 한 번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지만, 어릴 때부터 개랑 더 친했어요. 그래서 사실 개를 입양하고 싶었는데, 제가 작업실을 나가야 하니까 혼자 키우기가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고양이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Q. 그럼 깔루아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유기묘를 입양하고 싶었어서 여기저기 알아보기도 하고 했는데, 제가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아픈 친구를 데려오는 게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네이버 고양이 카페에 올라온 깔루아 사진을 우연히 본 거에요. 샴은 주변에서 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뭔가 홀린 듯이 한 눈에 빠져버렸어요.✨ 바로 남춘천역까지 달려가서 데려왔죠. 그때가 3개월이었는데 벌써 5살이 다 되었네요.

Q. 종범 님과 깔루아가 성향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깔루아는 처음부터 사람들을 참 좋아했어요.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요. 얘가 낯을 많이 가렸으면 이렇게까지 케미가 좋지 않았을 거에요. 제가 다른 작가들을 만나고, 다른 작업실에 방문했을 때 깔루아가 함께 있으면 분위기도 부드러워지고, 관계도 훨씬 좋아져요. 저도 지하 작업실에만 박혀있는 게 아니라 깔루아랑 바람 쐬러 밖에 나가기도 해요. 여러모로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죠.

Q. 코코는 구조한 길냥이라고 들었어요.
‘당근’에 보면 동네 커뮤니티가 있어요. 거기서 동네 주민들이 소통하는 곳인데, 코코는 거기서 세번째 구조한 고양이에요. 오지랖이 넓어서 보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더라고요.

Q. 아깽이를 구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구조해서 치료해주고 좋은 분들께 보낸 경험도 있지만, 잊고 싶을 만큼 힘든 일도 있었어요. 한 번은 아주 추운 겨울에 탯줄도 아직 붙어 있는 새끼 고양이 네마리가 버려졌다는 글을 보고 무작정 데려온 적이 있어요. 수의사 선생님이 “어쩌자고 또 일을 벌렸냐”고 타박하시면서 “눈도 못 뜨고 초유도 못 먹은 것 같으니, 모두 살리기는 어려울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렇게 4~5일 정도를 열심히 돌봤는데… 하루에 한 녀석씩 떠나더니 결국은 모두 죽었어요. 그때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너무 힘들어서 새끼 고양이 구조는 절대 안 한다고 다짐했는데… 또 이렇게 됐어요.

Q. 코코의 구조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중곡동의 한 캣맘이 돌보던 고양이 가족 중 어미와 형제들이 모두 사라지고 혼자 남은지가 3~4일 정도 됐다는 글을 봤어요. 코코의 사진에서 뭔가 삶에 대한 의지를 느꼈어요. 도와 달라는 게 얼굴에 보였어요. 바로 가서 데리고 왔죠. ?

Q. 깔루아랑 코코가 너무 사이가 좋아요. 처음부터 이렇게 잘 지냈나요?
깔루아가 암컷이지만 모성애가 있는 애는 아니에요. 새끼를 낳아본 적은 없으니까. 처음에는 하악질하면서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어릴 때부터 많은 동물 친구들이랑 만났던 경험과 제가 임보한 아이들이랑 지낸 경험도 있어서 친해지는 법에 익숙한 것 같아요. 오히려 코코가 깔루아한테 엄청 달려들고 귀찮게 해서 힘들 거에요. 코코가 수컷이기도 하고, 에너지가 엄청나거든요.

Q. 작업실에도 고양이를 자주 데려가는 걸로 아는데요. 작업 효율면에서는 어떤가요?
딱히 영향은 없어요. 대신 제가 힘들어서 퍼져 있을 때 녀석들 어루만지면서 힐링을 하고, 애들 때문이라도 더 조심하고 집중하려고 하죠.






Q. 금속 공예 작가로 활동 중인데요. 금속이라는 소재에 빠진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건대 공예과를 졸업했는데요. 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소재를 경험해봤는데 금속은 남성적이기도 하고, 제가 공을 들인만큼 결과물이 나와서 더 매력을 느꼈어요. 그리고 제가 가구나 조명에 관심이 많아서 금속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Q. 촛대나 조명, 커트러리 등 실용적인 작업이 많아요.
작가들마다 주관적인 기호나 주관이 있는데요. 저는 공예를 배운 사람의 입장에서 기능이 있는 아름다운 오브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일반적인 조각 작품이 미학적인 아름다움에 치중해 있다면, 저는 거기에 확실한 기능이 더해진 실용적인 아름다움이 좋거든요.

Q. 작품성과 실용성은 모든 작가들의 딜레마일 것 같아요.
사실 그 경계가 명확치는 않아요. 다행히 제가 학교 다닐 때 도자, 목공, 금속 여러 재료를 많이 경험한 게 지나고 보니 큰 도움이 되었어요. 경계를 넘는 데 부담이 없어졌어요. 그게 저만의 특색이 되었고, 앞으로도 새로운 장르와 소재들을 믹스한 여러 가지 작업들을 해보고 싶어요.

Q. 인스타그램에서 조약돌을 사용한 촛대(?)를 봤는데 멋지더라고요.
돌탑에 영감을 받아서 쌓는 형식으로 만들었던 작품이에요. 한 기업의 의뢰를 받아 트로피 오브제로 만들었는데요. 이 회사의 상징이 조약돌이었어요. 지인과 이야기하던 도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함께 제작하게 되었죠. 저 혼자 모든 걸 할 수 없으니까 다른 오브제를 다루는 작가님들과 협업을 자주 하고 있어요. 서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콜라보레이션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여러 작가들 만나고 다른 공방도 둘러보는 걸 좋아해요. 깔루아랑 같이 다니는데, 깔루아 덕분에 대화도 매끄럽고 관계도 좋아져요. 깔루아가 윤활제 역할을 하죠.

Q. 작업실이 위험하지 않나요?
지금까지 다녀본 작업실 중에 제 작업실보다 더럽고 위험한 곳은 없었어요.?

Q. 고양이를 위한 용품을 만들어 볼 계획은 없나요?
목걸이나, 인식표, 캣휠은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제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없어 실천은 못했어요. 그런데 사서 쓰는 게 최고긴 해요. 너무 잘 나와 있어요.ㅎㅎ






Q. 깔루아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삶에 변화가 있었나요?
코로나 시기에 외출 제한도 있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고 해서 작업실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때 깔루아한테 위로를 많이 받았죠. 아마 저 혼자 있었으면 헤어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깔루아 덕분에 많이 웃게 되고, 얘가 저를 힘들게 하는 만큼 힘을 내려고 했어요. 이제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죠.

Q. 깔루아랑 처음 산책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깔루아를 일부러 산책냥이로 키우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 정도로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처음 동물병원에 갈 때 이동장에 넣었는데, 엄청 울고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래서 품에 안고 다니다가 안전이 걱정돼서 에코백에 넣어 얼굴만 내밀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광합성도 할 겸 근처 공원에 데리고 갔는데, 의외로 주변에 새도 보고, 자연을 느끼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생활 속 루틴처럼 자연스럽게 같이 산책을 하게 되어요.

Q. 깔루아는 걷는 걸 좋아하나봐요?
깔루아가 어깨에서 내려오고 싶어하지 않는 날도 있어요. 그런 때는 그냥 어깨에 올리고 다녀요. 걷고 싶을 때는 자기가 움찔움찔하면서 적극적으로 저한테 의사 표현을 해요. 그러면 내려서 함께 걷고요.

Q. 어깨에 아프지 않으세요?
사람들은 깔루아가 엄청 무거운 줄 알아요. 근데 4kg밖에 안 되거든요. 그냥 털빨이에요. 얘가 살이 찌고 무거웠으면 아마 오십견 왔을 거에요. 한 살 때부터 이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어요.

Q. 깔루아가 동네에서 인기가 많겠어요.
산책 다니는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엄청 예쁨을 받아요. 그리고 얘가 아주머니들한테 예쁜 짓을 해요. 이제 동네 어르신들 중에 많은 분들이 깔루아가 샴이란 걸 아세요. 돌아 다닐 때 마다 “얘는 무슨 종이냐”고 물어보셔서.. ‘샴’이라고 말씀드렸거든요. 그랬더니 마주칠 때 마다 “샴온다~ 샴온다” 그러세요.

Q. 산책과 관련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2년 전인가… 유모차에 탄 애기랑 깔루아를 인사 시켜준 적이 있어요. 그 때 엄마가 “고양이 이름이 뭐에요?” 물으셔서 깔루아라고 답했더니 애기 이름도 ‘루아’라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목소리가 너무 익숙한 거에요. 코로나 시절이라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하고 계셔서 몰랐는데, 알고 보니 SES의 바다 씨였어요. 저희 동네에 사시는데 가끔 만나면 깔루아를 엄청 좋아해주세요. 친구분들에게 자기를 ‘깔루아 이모’라고 소개해주시고. 깔루아 덕분에 학창시절의 우상이었던 바다 씨와 친구가 되었죠.

Q. 깔루아랑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캠핑을 해보고 싶어요. 카라반 캠핑은 해본 적이 있는데, 진짜 캠핑은 못 해봤거든요. 깔루아가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해요. 특히 자연 속에서 새 보는 것도 좋아하고, 시원한 곳에 올라가서 풍경 보는 걸 좋아해서… 여유가 되면 좀 더 다녀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마지막 포블스 공식 질문입니다. 종범 님과 깔루아의 투게더를 정의해주세요.
저희는 작업할 때도 미팅할 때도 늘 붙어 있으니까… ‘언제나 함께 하는 투게더’라고 하고 싶어요.

後 Talk.
종범 님의 후드 주머니 속에 폭 들어가 산책 중인 깔루아 누나를 구경하는 코코의 사랑스런 눈망울을 잊을 수 없어요.
혹 새 가족을 만나더라도 늘 코코의 행복을 기원할게요!!

곽종범

일상 소품을 작품으로 만드는
금속공예 작가 종범 님은
깔루아, 코코와 행복한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