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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 쓰고 너를 볼게

[PEOPLE] 안경 디자이너 신정인 님과 밤이를 만나다

by Eunju2023.12.15

색안경(色眼鏡)은 사전적으로 선글라스을 뜻하지만, 일상에선 주로 ‘주관이나 선입견에 얽매여 좋지 아니하게 보는 태도’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 동물을 대하면 좋겠어요” 처럼.

하지만 여기 색안경을 끼고 반려견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K-색안경의 대명사인 젠틀몬스터에서 아이웨어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신정인 님.

그의 색안경 너머에 있는 밤이와 반려생활은 어떤 색깔일까? 슬쩍 들여다 보았다.






Q. 먼저 자기 소개부터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젠틀몬스터에서 아이웨어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신정인이라고 합니다. 옆에 있는 사랑스런 친구는 우리 가족 밤이에요.

Q. 밤이는 왜 이름이 밤이죠?
밤이는 2015년 크리스마스에 가족이 되었는데요. 제가 처음 봤을 때 코가 완전 밤 같아서 ‘밤이’로 이름을 져야겠다고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Q. 밤이는 모색이 독특해요. 실버 푸들인가요?
아니에요. 처음에는 완전 찐 갈색의 초코 푸들이었는데 점점 모색이 바뀌더라고요. 가끔 지나가는사람들한테 밀가루 뿌렸냐는 농담도 들어요.

Q. 밤이는 사진을 쫌 아는 강아지인가봐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는 모습을 보며…)
네~ 잘 찍어요. 가끔 제가 인터뷰할 때 항상 제 옆에 와서 앉는 거에요.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늘 인터뷰 사진에 밤이랑 같이 나왔어요.

Q. 밤이의 최고 매력은 무엇인가요?
약간 멍청한 느낌!? 멍할 때 보이는 ‘소녀 감성’이 있어요. 눈치 볼 때 흰자가 많이 보이거든요.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왔다 갔다 할 때도 밤이는 안 일어나고 누운 채로 저를 위로 쳐다 보는데 그 모습도 너무 귀여워요.

Q. 아침에 밤이가 정인 님을 배웅하지 않는 게 신기해요.
원래 아침 일찍 산책을 시켰어요. 그러면 밤이가 아침마다 펄쩍펄쩍 뛰면서 엄청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침대에서 안 나오는 거에요. 제가 다 준비하고 리쉬를 들고 부르는데도 안 오고. 밤이는 산책보다 집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퇴근하고 와서 산책을 해요.






Q. 정인 님은 안경의 매력에 어떻게 빠지게 되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좋아했어요. 그때는 단순히 달라보이고 싶어서 빨강색 안경을 쓰고 그랬었거든요. 시력은 좋았지만 패션 아이템으로 안경을 계속 썼어요.

Q. 젠틀몬스터에서 일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해요.
안경 디자인을 배운 적도 없이 그냥 안경이 좋아서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아이웨어 브랜드를 찾았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죠. 그때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이라는 곳에서 안경 디자인 공모전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무작정 안경 디자인을 그려서 보냈는데 대표님께서 덜컥 연락을 주셔서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거에요. 너무 좋아서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Q. 디자인을 하면서 고집하는 기본칙 같은 게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면 ‘아트’고, 남이 좋아하는 걸 하면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디자인할 때 저보다 대중의 선호를 생각하면서 작업하려고 해요. “이걸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을까? 구입하고 싶을까? 사용하고 싶을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죠. 타깃과 의도가 명확해야만 작업을 할 수 있는 성격이라 그걸 제일 신경씁니다.

Q. 이제 아이웨어 디자이너가 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잖아요.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요.
아무리 좋아해도 같은 일을 오래하다 보면 해이해지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다행히 그런 부분들이 좀 적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진심으로, 좀 더 오래, 더 재미있게 할 지 고민해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Q.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을 소개해주세요.
이건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와 콜라보했던 제품 중 한 모델인데 제가 워낙 작고 동그란 안경을 좋아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었어요. 약간은 제가 쓰고 싶은 사심을 담아서.ㅎㅎ 그래서 마음먹고 공을 들여 만든 거라 애착이 많이 가는 안경 중 하나에요.

Q. 저는 안경테에 귀걸이를 접목한 디자인이 정말 놀라웠어요.
그것도 ‘데이제르(D’heygere)’라는 브랜드와 콜라보한 모델이에요. 그쪽 아이덴티티가 귀걸이를 활용한 제품들이 많아서, 어떻게 아이웨어랑 잘 융합해서 우리만의 새로운 느낌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제품이에요. 1년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Q. 젠몬은 제품뿐 아니라 그걸 보여주는 공간 디자인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아이웨어는 물론이고 공간과 예술적인 부분까지 모든 걸 회사 안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있어요. 대표님을 포함해서 모두가 아이디어를 내고 반복해서 다듬고 다듬죠. 당연히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진행해요. 팝업 같은 경우 보통 최소 준비 기간이 1년이나 걸려요.

Q. 젠몬은 반려동물과 출근을 할 수 있나요?
반려동물을 제지하지는 않아요. 저희 1층에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거기 항상 강아지가 돌아 다녀요. 보호자 없이도 엘리베이터도 자연스럽게 타고 다니고요. 직원들도 다들 개가 있는 걸 아니까 서로 조심하고 배려를 하면서 같이 지내고 있어요. 가끔 대소변을 바닥에 실수할 때도 있는데 치우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보호자한테 가서 치우라고 얘기해요.ㅎㅎ

Q. 나한테 잘 어울리는 안경을 찾는 팁 하나 주세요.
안경을 안 쓰던 분들은 잘 어울려도 어색하고 쑥스러워 하세요. 그래서 처음에는 메탈이나 클리어 테처럼 프레임이 얇은 안경을 추천해요. 썼을 때 부담없는 꾸안꾸 느낌 있잖아요.

Q. 밤이는 안경이 잘 어울리는 편인가요?
잠시만요. 안경 하나 갖고 올게요. 이건 예전에 저희 프로젝트로 만든 사람 안경인데 밤이한테 씌워봤더니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요. 밤이가 털이랑 눈이 예뻐서 안경이 잘 받는 것 같아요.






Q. 집에 밤이를 위한 용품이 많은 거 같아요.
집을 저희 부부가 원하는 스타일로 꾸미다 보니 밤이한테는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저희가 머무는 공간에 밤이 침대를 두었고, 가구 같은 것도 관절에 무리 안 가게 낮은 걸로 골랐어요. 침대 옆 계단도 잘 사용하고 있고, 밤이가 아침에 급하게 일어나서 그냥 침대에서 뛰어 내려올 때가 있어 주변에 카페트도 두세개씩 깔았어요.

Q. 반려생활은 밤이가 처음인가요?
사실 밤이 이전에 ‘마요’라는 잉글리시 쉽독 친구가 있었어요. 그땐 많이 미숙하고, 모르는 것도 많았어요. 마요가 다 커서 36kg이었는데, 도시에서 함께 지내기엔 너무 컸어요. 그때 집은 훨씬 좁았고요. 결국 마요에게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줘야겠다 결정하고 와이프가 전국을 수소문해서 면접도 보고 통화도 하면서 강원도에 계시는 좋은 분을 찾았어요.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사시고, 따님도 장애가 있어서 마요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죠. 정성스럽게 마요 소개서를 정성스럽게 써서 새로운 가족에게 보냈어요. 마요한테 너무 미안하죠.

Q. 그때 마요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밤이를 데려온 거군요.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끝까지 책임을 져야겠구나 마음을 먹고 밤이를 데리고 왔어요. 와이프는 처음에 밤이한테 정(情)이 잘 안 갔데요. 아직 마음 속에 마요가 있어서. 그런데 쪼꼬만 녀석이 계속 졸졸 따라다니고, 밥도 주고 교육도 시키다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족이 됐죠.

Q. 정말 자식 같을 것 같아요.
맞아요. 지금은 저희 자식이죠. 너무 사랑하고. 해외여행 가면 부모님 댁에 맡기는데… 자식이 있다면 딱 이렇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걱정되고, 그리워요.

Q. 밤이랑 같이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작은 거라도 뭐든 같이 해보려고 해요. 제가 원래 안 그런 성격이지만 캠핑도 한 번 가보고… 이것저것 같이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합니다.

Q. 밤이가 벌써 8살이네요. 나이가 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거울 것 같아요.
개는 털이 풍성하니까 사람처럼 주름이 보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밤이 나이를 잘 못 느꼈는데, 갑자기 허리 아픈 걸 알고 나서 충격을 받았어요. 밤이와 더 많이 시간을 같이 보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가족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혹시 밤이랑 자주 가는 공간 중에 추천할 만한 곳이 있나요?
밤이가 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애견카페에 자주 가지만, 저희 부부를 닮아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라 집에 같이 있는 걸 제일 좋아해요. 그래서 주로 아파트 단지 산책을 해요.

Q. 밤이랑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 인가요?
저는 ‘버선발로 와서 맞아준다’고 표현하는데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 와 바닥에 누워있으면 제 위에 올라와서 밤이가 계속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려요. 그때 너무 행복하고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에요.

Q. 특별하게 애정하는 반려동물 브랜드가 있나요?
저는 옷도 잘 안 입히고, 샤워도 3달에 한 번 정도 해서 용품을 잘 쓰지는 않는데요. 최근에 ‘멀로(Merlot)’에서 선물받은 10꼬르소꼬모 콜라보 제품은 잘 입고 있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정인 님과 밤이의 투게더를 정의한다면요.
침대에서 우린 세 식구가 같이 자는데요. 자다가 이불을 들췄을 때 꼬순내가 확 나거든요. 그 냄새가 너무 좋아서 우리는 ‘꼬순내 투게더’입니다.





後 Talk.
인터뷰를 마치고, 밤이의 즐거운 산책을 위해 퍼팔(PAWPAL0)의 하네스와 리쉬, 풉백 세트를 선물했어요. 바로 하네스를 착용하고 당당하게 정원으로 나서는 밤이가 넘넘 멋졌어요.




신정인

글로벌 브랜드 젠틀몬스터에서
아이웨어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정인 님은
밤이와 함께 행복한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