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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거실로 초대할게요
[PEOPLE] 공간 디자이너 김용철 님과 에그를 만나다
by Chloe2023.10.26
‘거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폭신한 소파와 커다란 TV가 첫 번째일 게다.
하지만 공간에 서사를 담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 ‘스튜디오 김거실’의 김용철 디자이너는 거실을 단순히 소파에 누워 리모컨 놀이 하는 곳이 아닌 ‘여러 가지 다양성으로 가는 허브(Hub)’라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네 발의 털뭉치 친구 ‘에그(?)’와 늘 함께하는 쉼의 공간이라고.
용철 님과 에그, 둘 만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궁금한 거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해요.
저는 서울 북촌에서 ‘스튜디오 김거실’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용철이라고 합니다.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고, 계란 노른자와 흰자가 섞인 것처럼 생긴 반려견 에그랑 살고 있습니다.
Q. 에그랑 함께 지낸 지 얼마나 되었나요?
에그는 지금 7살이고, 저랑 같이 지낸 지는 6년 정도 됐어요. 이제는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아는 것 같아요.
Q. 에그랑은 어떻게 가족이 된 건가요?
에그는 보호소에 있던 친구에요.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했죠. 그래서 여러 번 보호소에 가서 봉사하면서 데려올 준비를 했어요. 테스트 같은 것도 받고. 그렇게 인연이 됐습니다.
Q. 에그는 흔치 않은 ‘진도푸’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저도 처음엔 생긴 걸 보고 주변에 ‘꼬똥푸’라고 얘기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미국에서 하는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진돗개 25%, 그리고 상당히 높은 비율로 푸들이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진도푸인 걸 알게 됐어요.
Q. 에그가 집에 오고 일상이 바뀐 게 있나요?
엄청 많죠. 우선 하루에 2시간은 저를 위해 덜 산다고 생각을 해요. 에그는 실외 배변을 하기 때문에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산책을 나가야 해요. 그리고 저는 현장에 다니는 일들이 많다 보니까 에그를 데리고 가거나 아니면 중간에 집에 들러서 밥 챙겨주고 산책한 후 같이 사무실로 가거나 다음 미팅 장소로 이동합니다. 에그는 분리불안이 없는데, 제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많이 불편해졌지만, 엄청 부지런해진 셈이죠.
Q. 에그는 스튜디오 김거실 사무실에 자주 오나요?
집이 북촌에서 멀지 않은 용산인데요. 별 일 없으면 항상 에그랑 같이 출근합니다.

Q. 스튜디오 이름이 왜 김거실인가요?
제가 독일에서 집을 구한 적이 있는데요. 독일 사람들은 발코니와 거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맑은 날이 많지 않아서 햇볕을 쬘 수 있는 발코니가 필요하고, 가족 구성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거실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특히 거실은 현관에 들어와서 각자의 방으로 가기 전 허브(Hub) 역할을 하기도 하고 집주인의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가진 목적성이 거실처럼 저희 스튜디오를 거쳐 새롭게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김거실’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Q. 원래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공간 디자인에 매료된 이유가 궁금해요.
시각 디자인은 메시지나 콘셉트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일반적으로 종이나 웹처럼 단편적인데 반해 공간 디자인은 다양한 소재의 물성, 크기 등 조형적인 요소들을 실제 입체적인 경험으로 구현할 수 있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Q. 그동안 많은 작업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올드페리도넛’이 가장 유명하잖아요.
올드페리도넛은 제 첫 프로젝트였어요. 한남동에 있는 신축 건물이었는데, 준공이 되기 전부터 공사를 시작해도 된다고 해서 클라이언트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하면서 원하는 프로세스로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그 만큼 반응도 빠르게 온 것 같아요. 지금은 정말 핫한 거리가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이었거든요.
Q. 용철 님의 디자인 철학을 딱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요.
‘단정한 공간’이요. 단정하다는 건 군더더기 없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해요. 어떻게 보면 심심하지만, 본질은 놓치지 않고 중요한 포인트를 모두 갖춘 공간이죠. 저희 사무실에서 가까운 국립현대미술관(MMC)이 대표적인 단정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작업한 공간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은 어디인가요?
비교적 최근에 작업한 ‘도래 노트(Dorae Knot)’ 라는 망원동 카페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클라이언트가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셔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었어요. 20평 공간이었는데 천연 석제를 원없이 써봤죠. 그리고 국내에선 아직 낯선 개념인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를 직접 구현해서 고객들이 조금 더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 더 뿌듯합니다. 반려동물 동반 가능하니 꼭 방문해보세요.
*호스피탈리티 Hospitality
고객의 편안함과 색다른 경험, 만족에 중점을 둔 개인화 서비스
Q. 작업할 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클라이언트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현장과 환경도 중요하지만 호흡이 제일인 것 같아요. 작업은 어떻게든 마무리 할 수는 있거든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다보니, 작업이 끝나고 친구로 지내는 경우도 많아요.
Q. 감성적인 공간과 상반된 교촌치킨 같이 정형적이고 상업적인 공간도 작업했어요.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늘 자본주의 최전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걸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프로젝트가 잘 풀리지 않을 땐 “정신차려, 넌 아티스트가 아니야”라고 막 자책도 하고… 그래요.
Q. 용철 님 집의 거실은 실제 어떤 모습인가요? 솔직히 제일 궁금해요.
남들이랑 똑같습니다. TV가 있고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일 마치고 소파 앞에 앉아서 TV로 OTT 보는 걸 진짜 좋아해요. 에그는 소파 위에 앉아 있고요.☺

Q. 사무실이 있는 북촌도 동반 공간이 많나요?
사실 종로하고 이쪽 동네가 이미지는 보수적이잖아요. 근데 의외로 펫프렌들리한 곳이 많아요. 오히려 반려동물에 열려있을 것 같은 이태원이나 제주도보다 나아요.
Q. 반려동물과 함께 가을을 즐길 수 있는 북촌 스팟을 추천해주세요.
국립현대미술관 뒷편으로 가면 경근당이라는 곳이 있어요. 개가 잔디밭에 출입하면 안 되지만, 그 주변을 거닐기만 해도 기분 좋아요. 전 에그랑 오늘도 다녀왔어요. 공예 박물관 앞 마당과 광화문 옆 열린송현광장도 요즘 반려동물과 함께 걷기 무척 좋은 곳이랍니다.
Q. 에그랑 같이 간 공간 중 제일 맘에 들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북촌은 아니지만, 저랑 에그는 한남동에 있는 ‘33아파트먼트’라는 카페에 자주가요. 친한 형들이 운영을 하는 곳이라 처음부터 단골인데, 온 동네 개들이 다 모이는 성지 같은 곳이에요. 수평적인 로컬 공간이라 사람들의 로열티가 아주 높은 곳이에요.
Q. 에그랑 살면서 공간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저희가 같이 사는 공간에서는 에그의 스케일에 바탕해 많은 것들을 고려하게 돼요. 하지만 특정 공간이 반려동물을 배려하는 건 사실 현실적인 니즈가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나 관공서, 아니면 상업 공간들이 조금 더 반려동물에게 개방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Q. 에그를 위해 집에 변화를 준 게 있나요?
일단 바닥은 미끄럼 방지 시설을 했고, 집청소 해주시는 아주머니도 무조건 펫프렌들리가 첫번째 조건이에요. 에그가 유일하게 짖을 때가 배달하시는 분들 오실 때라서 집 앞에 관련한 안내도 붙여 놓고요. 그리고 에그가 잠을 옮겨 다니면서 자서 집 군데군데 소파가 있어요. 에그는 독립적이라 저랑 같이 잠을 안 자려고 하거든요. 제가 자다가 소파로 나오면 에그는 침대로 가서 스위치를 해요.
Q. SNS를 보니 캠핑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저 뒤에 있는 스노우피크 제품이 에그 소파에요. 캠핑가면 에그는 거기에만 있어요.
Q. 에그도 캠핑을 좋아하나요?
안타깝게도 에그가 텐트 안에서 잠을 못 자요. 답답해 하고, 바깥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더라고요. 한 번은 텐트에서 자고 있었는데 새벽에 눈 떠 보니까 에그가 없어진 거예요. 깜짝 놀라서 찾아보니 텐트 밑 공간으로 나가 밖에서 자고 있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에그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은 다는 걸. 모두 내 욕심이었다는 걸요.?
Q. 자동차 마니아인 걸로 알아요. 그 동안 용철 님이 탄 차들 중 에그가 제일 좋아한 차가 궁금해요.
차를 정말 좋아해서 그 동안 많은 차를 타봤는데, 그 중 에그가 제일 편해했던 차는 레인지로버 구형 1세대 보그였어요.? 엄청 오래된 각진 클래식 모델이었는데 좌석과 창문 사이 높이가 에그에게 딱 맞았나봐요.
Q. 에그와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프랑스나 스위스같이 동물에게 관대한 나라로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Q. 용철 님이 유학했던 독일도 무척 펫프렌들리한 곳이 아닌가요?
엄청 관대하죠. 모든 개가 교육을 받아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하잖아요. 그렇게 사회 전반에 합의가 되어 있으니까 거리에서 개를 함부로 만지거나 ‘쭈쭈쭈’하는 사람도 없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거의 모든 곳을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게 부러워요.
Q. 그동안 에그를 키우면서 제일 마음에 드는 반려 브랜드를 추천한다면요.
‘러프웨어(RUFFWEAR)’죠. 러프웨어의 내구성, 컬러감, 그리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마음에 들어요. 러프웨어 제품 중에 돌돌 말린 물통이 있어요. 디자이너다 보니까 너무 재밌고 예뻐서 괜히 사고 그랬어요.
Q. 마지막으로 용철 님과 에그, 둘만의 투게더를 정의해주세요.
수시로 함께 작업 현장을 다니는 저희는 ‘현장 투게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