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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완벽주의자의 심심푸리 땅콩
[PEOPLE] 리꼬르소 김성진 님과 땅콩이를 만나다
by Eunju2023.10.19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사랑을 준다.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며 표면적으로 돌보는 주체는 반려인이지만 실상 의지하는 건 사람이다. 털뭉치의 무조건적 애정은 언제나 힘이 되기 때문이다.
사랑받는 고마움을 알기에 리꼬르소 김성진 대표님은 반려견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반려문화의 성숙, 더 나아가 동물권 신장까지. 이 모든 꿈들은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려는 따뜻한 노력이다.

Q. 자기소개 해주세요.
비건 포뮬러로 프리미엄 반려동물 케어 아이템을 만드는 ‘리꼬르소(Ricorso)’를 운영 중인 김성진이라고 합니다. 반려견 땅콩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Q. ‘푸드더즈매터’는 콜라도 비건이네요. 리꼬르소가 비건 브랜드인 만큼 정체성이 일치하 는 장소에서 만나 더욱 의미 있어요.
여기는 저한테 꽤나 뜻 깊은 공간이에요. 땅콩이와 처음 외식을 했던 곳이거든요.
Q. 땅콩이도 그 날을 기억할까 궁금하네요. 성진 님도 채식을 하나요?
완전 비건은 아니고 플렉시테리언*이에요. 저는 비거니즘에서 추구하는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서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리꼬르소 역시 비건 브랜드로 전개하고 있고요.
*플렉시테리언 '유연한'을 뜻하는 플렉시블(Flexible)과 베지테리언(Vegetarian)의 합성어

Q. 리꼬르소에서 비건 가치관은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요?
모든 제품에 비건 관련 인증을 받습니다. 프랑스의 Eve vegan-01 등급, 독일 피부과학전문연구소 Dermatest사의 Excelent 등급, 그리고 미국 동물권리를 위한 국제 단체 PETA에서 동물 실험을 하 지 않는다는 Cruelty Free 인증을 공식적으로 갖췄어요.
Q. 반려동물 브랜드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어머니께서 코스메틱 공장과 사업체를 운영하세요. 거기서 제품 기획과 연구를 하면서 경력을 쌓던 중, 펫케어 용품 관련 제조 의뢰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반려인의 눈높이로 봤을 때 그 제품이 강아지한테 불편할 것 같았어요. 반려견을 위한 제품이지만 오히려 사람의 편의만을 추구하는 제품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뒤로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제품을 바라보고 더 깊이 연구하면서 가장 좋은 성분만을 담은 브랜드를 전개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Q. 리꼬르소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제품을 만들 때 원료 및 성분은 절대 타협하지 않아요. 원료의 가격이 아무리 비싸고 또 공정이 복잡해도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원료만으로 채우고 싶기 때문이에요. 일례로, 일반적인 천연향료는 리터당 2~3만원 하는 것도 있지만 저희는 70만원에서 120만원 하는 USDA 유기농 천연 향료만 사용하고 있어요. 공장에서는 제 정신이 아니라 이야기를 항상 들어요.
Q. 땅콩이를 반려하고 있는 만큼 견주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아이템을 기획할 때 가 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강한 인공 향이 들어간 제품을 예로 들면, 악취가 덮어지니 사람은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후각이 예민한 강아지는 정말 많이 괴로울 수 있거든요. 발바닥 밤 같은 경우도 사용 후 끈적끈적하면 불편하고 미끄러워 오히려 관절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요. 그래서 최대한 강아지 입장에서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동물을 의인화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다르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게 필요해요.

Q. 원래 가야금을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경력이 독특해요.
오랜시간 가야금 연주자 생활을 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수료했어요. 그래서 제가 좀 딱밤이 매서운 편입니다. 가야금은 현을 뜯기도 하지만 튕기기도 하거든요.
Q. 음악가로서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는 무엇인가요?
완벽함이에요. 실수를 피하려고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했습니다. 악기를 연주할 때는 아주 사소한 실 수 하나가 무대를 망치기도 하고, 중요한 콩쿠르 입상을 결정하기도 하거든요.
Q. 악기는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는 변수가 수두룩하잖아요.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아요.
맞아요. 돌발 상황이 끊임없이 생기는 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나는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이제는 비상식적인 상황도 잘 받아들일 만큼 익숙해 졌습니다. 동그랗게 깎여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이것도 도전인데, 제가 또 도전을 좋아 하거든요.
Q. 음악을 했던 경험이 비즈니스 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무대에 설 때는 긴장감이 대단해요. 특히 경쟁이 치열한 수준 높은 콩쿠르는 5분 연주를 위해 1년을 준비하고 무대에 오르다 보니 악보 한 마디, 한마디를 수만번 이상 연습하곤 했어요. 이렇듯 꼼꼼한 성향이 습관이 되어 타 브랜드와 차별점으로 다가온다고 자부해요. 리꼬르소를 운영하면 할 수록, 주변에서 이 브랜드는 작은 것도 대충이 없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기 때문이에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미국,일본,태국,베트남,대만,말레이시아 등에도 수출을 시작했어요. 궁극적으로는 수출만으로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Q. 수출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 전체를 유기동물 센터에 기부하고 수준 높은 반려동물 문화를 형성하는 교육에 사용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언젠가 그럴 수 있게 된다면, 리꼬르소와 리꼬르소의 팀원들이 갖고 있는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땅콩이와는 어떻게 만났나요?
충남 서산에 계시는 외가 쪽 지인께 시골에서 강아지가 너무 많이 태어나서 버려지거나 팔려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사진을 받았는데, 검은 꼬물이들 사이 땅콩색 강아지 한 마리가 내내 눈에 밟혔어요.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죠. 땅콩이 모견은 치와와 믹스인데 동네에서 인기가 많은 인싸(?)라서 아빠는 누군지 모른대요.
Q. 땅콩이가 성진 님의 첫 반려견인가요?
그 전에 푸들을 키웠어요. 14살이 됐을 때 땅콩이를 데려왔고, 1년이 지나 무지개다리를 건넜죠. 그 아이를 키울 때는 지금만큼 반려문화가 좋지 않았고 저도 모르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커요. 지금 땅콩이가 받는 것의 십분의 일만 해줬어도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Q. 과거는 그 시대만의 문화가 있는 거니까요. 그 아이한테 못 해줬던 거 땅콩이한테 다 해주면 되죠.
땅콩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하고, 좋은 것만 주려고 노력해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땅콩이에게 좋은 사료와 비싼 간식을 주면, 농담으로 ‘촌놈’이 서울와서 출세했다고 말씀하세요.
Q. 땅콩이랑 살면서 힐링이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애견 카페나 운동장에 가끔 가서 오프리쉬로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요. 땅콩이가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무래도 도시 생활을 하니 내내 리드줄에 매여 있잖아요. 그래서 땅 콩이가 에너지를 마구 발산하면서 쉬지 않고 뛰는 게 보기 좋아요.
Q. 뛰뛰하는 건 보기만 해도 힐링이죠. 땅콩이 성격은 어때요?
엄청 외향적이에요. 친구들 보기만 하면 놀자고 꼬시고 다녀요. 그래서 땅콩이 기에 밀려 힘든 친 구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어디를 데려가도 항상 “정말 잘 논다” “도대체 지치질 않는다” “이렇게 구김살 없는 강아지는 첨 본다”는 말을 들어요.
Q. 친구들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외로움을 타진 않나요?
네. 독립심도 강해서 분리 불안도 없거든요. 외출했다 집에 돌아가면 장난감이 거실에 몽땅 꺼내 져 있어요.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그래~ 오늘은 이거 갖고 놀았구나~” 혼잣말하면서 청소를 하죠.
Q. 성격 좋은 건 믹스견의 최대 매력인가 봐요. 요새는 유전자 검사로 쉽게 혈통을 판별할 수 있 다던데 궁금하진 않나요?
음, 사실 제가 아는 지인도 DNA 검사를 했는데 너무 웃겼어요. 결과가 ‘코리안 트레디셔널 도그’ 로 나온 거예요. 어떤 견종이 섞였는 지 알려고 한 검사에서 한국 잡종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의 기분이란… 땅콩이도 백 퍼센트 코리안 트레디셔널일 것 같아서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Q. 땅콩이와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리꼬르소를 시작하면서 제대로 여행 한 번 못 갔어요. 그래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땅콩이랑 이 탈리아 여행을 가고 싶어요.
Q. 이탈리아를 꼽은 이유가 있나요?
리꼬르소의 어원이 이태리어이기도 하고, 이탈리아에서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가 브랜드에 영향을 많이 줬기 때문이에요. 코로나 당시 나라 전체가 셧다운 됐을 때, 이탈리아 사람들이 우리 강아지 산책해야 된다고 정부에 항의를 했을 정도로 반려문화가 성숙해 있어요.
Q. 리꼬르소는 이태리어로 무슨 뜻인가요?
‘의지함, 믿음, 힘을 빌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반려인에게 의지가 되는 브랜드가 되고자 이렇게 이름을 지었어요. 건강하고 안전한, 그리고 믿을 수 있는 든든한 브랜드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Q. 개인의 반려문화를 더욱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단어네요. 마지막으로 성진 님과 땅콩이의 투게더를 정의해주세요.
‘드림 투게더’요. 버려질 뻔했던 땅콩이처럼 소외되고 방치되는 강아지 없이 세상 모든 반려동물이 행복한 세상이 되길 꿈꾸고 있거든요. 그리고 땅콩이와 그 꿈을 함께 꾸고 있다고 생각해요.
Q. 멋진 꿈, 꼭 이룰 수 있길 바랄게요.
응원 고맙습니다. 리꼬르소와 팀원들 모두 저와 마음이에요. 창업 이래로 도움이 필요한 보호소에 기부 활동을 하고 있고 반려동물 문화 세미나를 후원하는 등 성숙한 반려문화가 자리 잡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사회적 활동의 반경을 늘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