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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랑 빌리, 내일도 행복하리
[PEOPLE] 빌리스벳 이상휘 대표와 빌리를 만나다
by Eunju2023.08.09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시 구절처럼 소중한 존재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건 의미가 크다.
계속해서 말을 걸겠다는 것, 삶의 한 자리를 내어 준다는 마음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이상휘 님은 우연히 데려온 강아지에게 자신의 별명을 선물했다. 이름도 없이 막연하게 불리던 강아지는 윌리가 되었다.
금방 입양되어 떠날 줄 알았던 윌리는 결국 가족이 되었고 빌리라는 자신만의 이름을 갖게 됐다.
새로운 이름과 함께 윌리(?)와 빌리(?)의 앞으로 새로운 일상이 펼쳐졌다. '빌리스벳(Billy's vet)'을 론칭한 것이다.
Q.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빌리 아빠 이상휘입니다. 반려동물 유산균 브랜드 빌리스벳을 운영하고 있어요.
Q. 빌리는 어떻게 만났나요?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우연한 계기로 만났어요. 충남 아산에서 새끼 강아지 다섯 마리가 구조됐는데 모견은 농약을 먹고 잘못됐대요. 그 중 두 마리를 제가 임시보호하다가 빌리는 가족이 됐고! 다른 아이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입양됐어요. 하지만 빌리처럼 유산균은 못 먹을 거에요. (하하)
Q. 빌리에게 유산균을 먹이게 된 계기가 있나요?
빌리가 장이 정말 안 좋았어요. 처음 데려와 구충제를 먹이니까 변에 어마어마한 양의 기생충이 섞여 나왔어요. 동물은 모견에게 다양한 미생물을 전해 받아요. 특히 모유 수유 때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잡히는데, 빌리는 그 과정이 없었으니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안 좋았고 제대로 먹어야 할 시기에 영양 섭취를 하지 못해서 소화 기관도 약했어요. 그래서 유산균을 먹이기 시작했어요.
Q. 유산균을 먹은 후부터 빌리 건강이 많이 호전됐나요?
빌리스벳 자랑처럼 들릴까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탈이 나는 빈도 수가 크게 줄었어요.
Q.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회사에서 십 년 동안 일했으면 유산균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유산균을 먹으면 좋은 점을 알려주세요!
동물의 몸 속에는 좋은 균과 나쁜 균,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균이 있어요. 그 중 좋은 균과 나쁜 균은 항상 전쟁을 하는데요. 물리적으로 좋은 균을 넣어주면 면역 밸런스가 맞춰지고 염증 수치는 낮아져요. 특히 장에서 가장 빠르고 직관적으로 효과가 보여서 삶의 질이 좋아져요.
Q. 원래부터 반려동물 유산균 브랜드를 론칭 할 계획으로 퇴사했던 건가요?
음, 예전부터 나만의 브랜드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매일 반복되는 업무가 지루하게 느껴져서 휴식기를 갖기로 결정했죠. 퇴직금으로 한 두 달 정도 외국에 나가 쉬고 올 생각이었는데, 하필 코로나가 터졌어요. 그때 빌리를 만났고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눈 앞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바로 반려동물의 건강이었죠.
Q. 결국 빌리 덕분에 빌리스벳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군요.
맞아요. 창업 준비는 전부터 해왔고 빌리가 오고 나서 속전속결로 진행됐어요. 브랜드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다가 구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하니 론칭까지 오래 걸리지 않더라고요.
Q. 반려동물용 유산균과 사람이 먹는 유산균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사이즈와 맛이 다른 정도에요. 빌리스벳 제품은 사람 건강기능식품 제조 기준에 맞춰서 만들고 있어서 사람 먹는 거에 강아지용 라벨만 붙었다고 생각하면 돼요. 대신 당분과 감미료는 없애고 순수한 유산균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요.
Q. 어떤 유산균을 먹이면 좋은 지 추천해줄 수 있나요?
그런 질문 많이 듣는데, 저는 항상 어떤 걸 급여하던 꾸준히 매일 먹이는 게 가장 좋다고 말씀드려요.
Q. 빌리를 키우기 전에 반려동물을 키웠나요?
본가에서 ‘애기’(아래 사진)라는 말티즈를 16년동안 키웠어요. 제가 16살에 만나서 32살이 되었을 때 무지개다리를 건넜죠.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는 빌리만큼의 애정을 주지 못했어요. 한 가족임에도 동물은 동물이라는 분위기였고, 강아지를 키우는 모든 방향이 사람에게 편한 쪽으로 맞춰져 있었어요. 산책도 매일 해야 하는 건 줄 모르고 귀찮으면 안 해도 되는 거라고 안일하게 여겼던 것들이 정말 후회돼요.
Q. 상휘 님뿐만 아니라 많은 반려인들이 비슷한 슬픔을 갖고 있어요. 그 당시의 반려문화였으니까요.
애기에게 못 해준 게 자꾸 떠올라서 빌리 임보도 되게 망설였어요. 자신이 없었거든요. 나중에 빌리를 데려오고 나서도 애기가 생각나서 혼자 많이 울었어요. 지금은 빌리 사진을 정말 자주 찍는데 애기 키울 당시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사진도 귀했거든요. 그래서 남아있는 사진들은 대부분 애기가 늙은 후 뒤늦게 남긴 추억들이라 사진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슬퍼져요.

Q. 그래도 애기는 분명 가족들과 충분히 행복했을 거예요. 상휘 님은 지금 빌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여러가지 경험을 많이 시켜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 옛날에는 택배를 물어 뜯으면 단호하게 뺏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살펴볼 수 있도록 기다려요. 그러면 사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스스로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되도록 “안돼”라고 하지 않으려고 해요. ‘반려견 행동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고요. 최대한 아이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빌리를 데려오고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예전에는 우리만을 위한 장소를 다녔지만 이제는 빌리와 함께 갈 수 있는 맛집, 카페를 찾아 다녀요. 그리고 빌리 덕분에 집에만 갇혀 있지 않고 자연을 즐기게 됐어요. 아스팔트 바닥보다 흙을 밟게 해주고 싶으니까요.
Q. 일상과 더불어 가치관도 달라졌네요.
맞아요. 예전에는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해요. 환경에 대한 관심도 커져서 짧게나마 비건을 실천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길거리에 위험 요소가 참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반려가족이 늘어나면서 강아지 산책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쓰레기도 늘어나고 방치되는 게 현실이거든요.
Q. 그래서 풉로깅(Poop+Plogging)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건가요?
그쵸. 반려인들끼리 성숙한 반려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단순하게 시작했던 이벤트에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서 뿌듯했어요. 저희가 말릴 정도로 쓰레기를 많이 주우시는 분도 있었거든요. 이렇게 조금씩 사람들의 행동과 의식이 쌓이면 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10월에도 제 3회 가을 풉로깅 을 준비하고 있어요.
Q. 상휘 님은 새로운 것에 주저하지 않고 시도하는 걸 되게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려고 애써요.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해서 많이 달라졌죠. 그때는 퇴근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만 싶었고 주말에는 기분 전환하기 바빴는데, 저만의 사업을 하면서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에요. 다양한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있지만 재미있게 꾸려가고 있어서 행복해요.
Q. 빌리의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제 별명이자 영어 이름이 ‘윌리’에요. 처음에 빌리를 임보할 때는 금방 떠날 거라 생각해서 별 생각 없이 윌리라고 불렀는데, 사람들이 “윌리 똥 싼다(?)”같은 말을 할 때 흠칫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름을 바꿨어요. ‘윌리엄’의 애칭을 ‘빌리’라고 한대요.
Q. 빌리 이후로도 꾸준히 임시보호를 했더라고요.
지금까지 총… 7번 했어요. 가장 기억나는 아이는 하얀 말티즈 멜로우에요. 그 아이가 집에 왔을 때가 빌리가 한참 텃세를 부리던 시기인데, 신기하게 멜로우랑은 잘 지내더라고요. 멜로우는 샌프란시스코로 갔어요.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임보했던 토피(아래 사진)라는 아이는 저희 부모님께서 입양하셨어요.

Q. 7마리 강아지들의 삶을 7번이나 구했네요!
그래서 이래저래 마음이 어렵습니다. 생명을 살리니 정말 좋은 일이지만, 빌리를 키우는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서요.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한 생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현실적인 한계로 매번 갈팡질팡해요.
Q. 임보하면서 감동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사람 손길에 심한 트라우마를 가진 강아지가 있었어요. 평소에는 너무 사랑스럽고 애교도 많은데 잡아 올리면 너무 무서워서 사람을 물더라고요. 자기 혼자 놀라서 혀를 물 정도로요.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아이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보호자가 나타났어요. 6개월 후에 다시 만났는데 그 아이가 안을 수 있는 강아지가 됐더라고요. 그때 정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Q. 망원동 반려문화가 좋기로 소문났는데, 직접 살고 있는 주민 입장에서 어떤지 알려주세요.
망원동은 강아지랑 아무데나 들어가도 환영받을 정도로 열린 동네에요.그래서 더 많은 반려인이 모이고, 더 더 많은 반려동물 동반 공간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 빌리스벳 고객님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하!) 한번은 당근하러 나갔는데 제가 빌리 아빠라는 걸 아시더라고요. 그때 수 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어요. 내가 가격을 제대로 책정했나, 채팅할 때 실수한 건 없었나 등등…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항상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던 날이었어요.
Q. 강아지랑 갈 수 있는 망원동 맛집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닭곰탕집 혜성유통을 추천해요. 사장님이 강아지를 좋아하셔서 반려견을 위해 고기를 따로 빼놓으세요.
Q. 빌리와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외국에서 한 달 사는 거요. 태국 치앙마이에서 해보고 싶어요.
Q. 빌리와 상휘 님의 투게더를 정의해주세요.
유산균을 같이 먹는 우리는 ‘황금똥 투게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