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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후추, 사랑하는 후추
[PEOPLE] 베지터블플라워 양태인 디렉터를 만나다
by Gayeon & Eunju2023.06.07
버섯 그림을 새긴 접시, 납작하거나 길쭉한 버섯 모양 인센스 홀더, " WE LOVE MUSHROOM"이 적힌 티셔츠. ‘베지터블 플라워 스튜디오(Vegetable Flower Studio)’는 버섯으로 가득하다.
왜 하필 버섯인지 궁금했다. 디렉터 양태인 님은 부패한 죽음을 새 생명으로 탈바꿈시키는 버섯의 신비한 능력에 매료되었고, 세상이 한층 깨끗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버섯을 담은 물건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반려견 후추랑 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첫 번째 반려견 이름 역시 후추였다. 옛날 후추와 지금의 후추. 견종도 모색도 다르지만 두 강아지는 어렴풋이 닮았다.
외로운 일상에 운명처럼 찾아온 지금의 후추는 어쩌면 추억과 그리움을 양분으로 태어난 옛날의 후추일지 모른다. 태인 님이 특별히 애정을 갖게 된 버섯처럼 말이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베지터블 플라워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양태인입니다. 골든 두들 후추와 함께 살고 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Q. 집이 비밀스러운 아틀리에 같아요. 인테리어 스타일부터 공간을 채우는 소품까지, 태인 님만의 매력과 분위기가 느껴져요. 여기서 일도 하시는 거예요?
네. 함께 프로젝트를 꾸려갈 사람들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주거용 사무실을 고안했어요. 어려서 플로리스트를 할 적에, 파리에 있는 고흐의 집에 간 적이 있어요. 그 공간을 보고 나서 고흐가 고흐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이유가 느껴지더라고요. 클라이언트도 마찬가지로 저의 사적인 공간을 둘러보면서 저를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라이프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사는 집을 공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대단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위험할 수 있어요. 초대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를 찾는 사람들은 제가 어떤 스타일의 작업을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고, 대체로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 오세요. 그래서 오히려 저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어 저는 선호해요.
Q. 베지터블 플라워 스튜디오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제가 즐겨 쓰고 제 눈에 예뻐 보이는 것들,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판매에 몰두하는 상업적인 회사가 아니라 편하게 소통하기 위해 탄생한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가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품 제작을 넘어 브랜딩과 비주얼 디렉팅에 집중하고 있어요.
Q. 경험이 재료가 되는 브랜드인 만큼 태인 님의 취향이 많이 녹아 있는 것 같아요. 굿즈는 어떻게 기획하나요?
주로 제가 자주 사용하고 애착이 있는 물건들을 만들어요. 스테디셀러인 숏 에이프런은 무려 8년 동안 착용했던 거즈 앞치마를 모델로 제작했고,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와 작업복도 제가 꾸준히 입는 옷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인센스 홀더 역시 마찬가지로 제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고요. 제가 즐겨 하는 걸 만드니까 사람들이 또 그걸 즐기고, 서로 주고받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 브랜드를 지속하는 힘을 줘요.

Q. 굿즈에서 하나같이 애정이 느껴지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아요. 이 귀여운 도자기는 무엇인가요?
콤포트 서울(COMFORT SEOUL)의 삐용이 아세요? 검은 고양이 캐릭터요. 베지터블 플라워와 콤포트가 협업해서 제작 중인 인센스 스틱이에요. 아직 오픈하지 않았지만 포블스 친구들에게만 살짝 보여드려요.
Q. 반려동물을 위한 용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대표적인 건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커플로 사용할 수 있는 볼(bowl)이에요. 용량이 크고 묵직해서 활용도가 높아요. 저는 한 그릇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걸 좋아해서 여기에 볶음밥과 반찬을 몽땅 올려서 야금야금 먹어요. 그리고 후추 밥그릇도 여러 개 구비해두고 식사가 끝날 때마다 설거지해주죠. 강아지나 사람이나 한 번 먹었으면 씻어야 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Q. 후추가 애용하는 반려동물 용품은 무엇인가요?
베지터블 플라워 목걸이요. 항상 하고 있는 거니까요.
Q. 버섯을 테마로 한 물건들이 많이 보이던데, 이유가 있나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후추 산책을 하면서 미세하게 느낀 게 있어요. 세상에 쓰레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응가 봉투 같은 일회용품 살 때 분해되는 풉백을 고르거나 강아지 키우는 친구들과 풉로깅을 하는 등 나름대로 작은 실천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소심하게 움직일 뿐 생활하는 모든 걸 환경친화적으로 바꾸진 않았어요. 대신 버섯의 매력을 담은 굿즈를 만들었죠. ?

Q. 다음 시즌에는 어떤 야채가 나올까요?
모르겠어요. 야채나 과일이 아닐 수도 있고 동물이 될 수도 있고.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곧 이사가요. 마지막이나마 후추와 추억을 남기게 되어서 좋아요. 옛날에 키우던 후추랑은 추억을 많이 남겨 두지 못했거든요.
Q. 옛날에도 후추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키우셨어요?
네. 베들링턴테리어였어요. 이탈리아 아그리젠토에서 여행을 하던 중 이상하게 그 지역 강아지들이 저를 쫓아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 후추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마음이 정말 힘들었어요. 다시는 강아지를 안 키우려고 결심을 했을 정도로요. 후추와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5년 동안 살던 남산의 집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이사를 했어요.
Q. 지금의 후추와는 어떻게 만났나요?
남산에서 이웃으로 지내던 언니에게 후추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소개받았어요. 떠나보낸 후추랑 이름이 같아서 그런지 더 예뻐 보였어요. 그리고 종은 전혀 다르지만 묘하게 옛날의 후추랑 닮았더라고요. 그 이후로 후추를 종종 만났고, 보호자님에게 사정이 생겨서 후추를 제가 데려오게 됐어요. 다시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만남이 더욱 운명 같아요.

Q. 다시 후추와 살게 되면서 슬픔과 허전함은 극복됐나요?
후추가 이 집에 오면서 모든 게 따뜻함으로 채워졌어요. 그래서 사실 먼저 간 후추한테 너무 미안해요. 제가 이상한 건가 싶을 만큼 예전의 후추가 떠오르지 않아요.
Q. 이별의 아픔이 아물어서 다행이에요. 강아지 천국에 있는 후추가 선물처럼 보내준 아이인가봐요. 후추와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요?
아침 루틴이 있어요. 잠에서 깨면 후추가 저한테 신호를 보내요. 밖에 나가서 피피 타임을 가져야 하거든요. 제가 안 일어나고 계속 누워서 자는 척 장난을 치면 후추는 빤히 기다려요. 엄청 착하죠. 거실로 나와서 마당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면 혼자서 배변을 마치고 들어와요. 그러면 직접 만든 후추 발수건으로 발 닦고 저는 제 할 일 하고 후추도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해요.
Q. 여기 쌓인 장난감이 모두 후추 거에요?
네. 후추 장난감 부자에요. ? 지금 있는 것들은 겨울용이고 여름용 장난감은 또 따로 있어요. 매번 세척을 해서 바꿔줘요.
Q. 후추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은 무엇인가요?
원픽은 삑삑 소리 나는 손바닥 크기의 마카롱이에요. 이상하게 그걸 제일 좋아해서 여러 개 쟁여 놓고 망가질 때마다 새 걸로 바꿔줘요.
Q. 후추 성격은 어때요?
세상 착해요. 어떤 강아지랑도 잘 어울리고요. 후추 친구 중에 레오라는 애가 있는데, 후추는 레오를 만나면 몸을 낮게 하고 다리를 벌리면서 미리 지고 들어가요. 그래서 레오가 친하게 지내는 애들이 많이 없는데 후추는 좋아해요. 그만큼 착한 성격이에요.
Q. 후추와 함께 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멍 때리면서 후추가 친구랑 노는 걸 바라볼 때가 그렇게 행복해요.
Q. 후추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버킷리스트가 저는 없어요. 지금 이 생활이 충분히 행복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제 신조가 “오늘 행복하자.” 거든요.
Q. 보통 여행을 평생 소원으로 꼽는 보호자님이 많은데, 후추랑 여행을 떠나보고 싶진 않나요?
후추가 좁은 곳에 갇혀 있는 걸 무서워 해서요. 비행기를 타면 아마 혼자 있어야 할 텐데, 싫어하는 걸 감내하게 하면서까지 가고 싶지 않아요.
Q. 태인 님과 후추의 투게더는 무엇인가요?
“행복하게 투게더”가 제일 맞는 것 같아요. 저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제일 좋아요. 오로지 그걸 위해서 사는 것 같아요. 미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오늘 하루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