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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하나의 그림

[PEOPLE] 일러스트레이터 규하나 님을 만나다

by Gayeon, Eunju2023.05.17

가장 보편적이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감정, 사랑(❤)!

아티스트 듀오 ‘하나와 둘’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맡고 있는 규하나 님은 사랑을 메인 테마로 어른을 위한 그림을 그린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러브스토리는 담백하고 알록달록하다.

그림 속 캐릭터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행복을 외치다가 외로움을 토하듯 웅크리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다시 춤을 춘다.

사랑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공평하게 버무리는 방식은 하나와 둘의 트레이드마크다.

고양이 솜이를 쓰다듬으며 사랑을 이야기하는 규하나 님의 눈이 형형하게 반짝였다. 그의 진심 어린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하나와 둘’에서 ‘하나’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규하나입니다. 고양이 봄이와 솜이랑 살고 있어요.

Q. 작가님이 ‘하나’를 담당하고 있다면 ‘둘’은 누구죠?
규둘 님은 익명의 글 작가에요.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비밀의 존재입니다. 하나와 둘의 첫 번째 그림책 ‘크리스마스 편지(The Christmas Letter)’에서 글쓰기를 맡았어요.

Q. 베일에 싸인 작가라니! 흥미롭네요. ‘크리스마스 편지’는 어떤 내용의 책인가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하는 이야기고, 진정성 있는 사랑이 테마에요.





Q. 그림 그리는 건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7살, 그러니까 제 자아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게 지루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대신 무슨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고민은 있었죠.

Q. 고민에 대한 해답은 얻었나요?
어느 정도요. 아버지가 출판계에서 일을 하시면서 좋은 그림책을 많이 선물해 주셨어요. 그 중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특히 자주 읽었어요. 왜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손이 갔어요. 그의 삽화처럼 동심을 담아 그림을 그린다면 꾸준히 지치지 않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앤서니 브라운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그린 거라면, 저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그리고 싶어요.

Q. 어른을 위한 그림은 어떤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몸, 크게 보자면 사랑을 담은 그림이요. 이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살구색과 빨간색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작가 활동을 하면서 너무 색에 제한을 두니까 그림에 제동이 걸리는 것 같아서 요새는 명도를 조절하는 식으로 서서히 색을 넓혀가고 있어요.

Q. 작업했던 그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서로 껴안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허그’를 좋아해요.

Q. 고요한 작품이네요. 이 그림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예전에 사연을 받아서 그림을 그려주는 ‘자화상 프로젝트’를 했어요. 어떤 분이 의기소침한 마음을 가진 채로 살다가 이제는 자신감을 되찾고 과거의 나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사연을 읽고, 저는 자기 자신을 안아주는 사람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그 분을 위로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지만 작업하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아 애착이 큰 작품이에요.

Q.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은 어떤 그림인가요?
‘댄스 댄스’요? 사람들이 지금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그림이에요. 사람들 각자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꿈이 있잖아요. 이런 마음들을 다양한 색깔과 춤으로 표현했어요.





Q. 하나 님의 그림 속에는 동화가 숨어 있네요.
맞아요! 저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문장을 먼저 준비해요. 최근 작품 중 ‘그녀는 그를 라이터 불처럼 껐다, 켰다 할 수 있지’ 역시 이야기를 떠올린 후에 스토리를 응용해서 한 장의 짧은 그림으로 압축한 거예요.

Q. 작품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주로 사랑, 그리고 관계 속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마음들을 그림으로 풀어 내고 있어요. 꼭 보기 좋은 것뿐만 아니라 가끔은 질투나 이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 하고요. 어떤 주제를 그리던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요.

Q. 작업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진정성이요. 내가 과연 진심을 다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소재가 과하거나 지저분한 요소가 없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면서 그려요. 주로 배경은 간단하게, 인물 위주로 작업 합니다. 하지만 가끔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그리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그림 속에 장식이 많아져요. 부정적인 의미로요. 저는 그런 제 그림에 쉽게 질리더라고요. 아마 제가 느끼는 감정을 사람들도 금세 알아챌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초심을 잃지 않고 진심을 담아 작업합니다.

Q. 작가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밖에 안 되었는데 수제화 브랜드 ‘손신발’,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체레미 마카’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있어요. 하나와 둘이 이만큼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감히 추측해보자면 사람들이 꾸준한 노력을 알아준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단순히 빠르게 유명해지겠다는 욕심은 없었고, 묵묵히 좋은 그림을 보여드리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봐 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열심히 그렸거든요. 하루도 빠짐없이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렸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만 골라 인스타에 올렸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작업실을 만들어 화구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지금은 디지털 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아크릴 등 손으로 작업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개인전을 열고 싶어요.

Q. 미래를 기대하는 하나 님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여요.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은 느낌은 어떤가요?
너무너무 행복해요. 아무리 작업이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즐거워요. 제 일을 사랑하는 만큼 작은 작업이라도 대충 할 수 없어서 더 좋은 것 같고, “이 정도면 됐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뭘 더 할 수 있을지 매 순간 고민하고 있거든요.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제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새삼 되뇌게 되네요.

Q. 그러고보니 오늘 봄이(고양이)는 같이 안 왔네요?
네. 봄이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서요.

Q. 솜이는 반대로 용감한 고양이네요.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도 이렇게 인사해주고.
진짜 개냥이에요. 제가 부르면 알아듣고 달려와요. 대신 사람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편이라서 집에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면박을 줄 때가 잦아요.

Q. 봄이 성격은 어때요?
봄이는 시크하지만, 한 번 마음을 연 상대는 되게 좋아해요. 한 번씩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긋이 쳐다보며 꾹꾹이를 해요. 애교…겠죠?

Q. 아이들은 어떻게 만났나요?
솜이는 봄이가 세 살 정도 됐을 때 어머니께서 입양했어요. 봄이가 외로워 보인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고 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재밌는 건… 원래 어머니는 고양이를 싫어했어요. 그런데 제가 데려온 봄이에게 푹 빠져서 고양이를 좋아하게 됐어요.

Q. 고양이만의 묘한 매력이 있죠. 어릴 때 고양이 키워본 적이 있나요?
중학생 때 쟁이라는 아기 고양이를 키웠어요.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다가 사장님 고양이가 낳은 새끼를 우연히 봤는데 작고 보슬보슬하고… 한 눈에 반해서 데려왔어요.

Q. 고양이를 처음 키울 때 많이 어렵지 않았어요?
어떤 습성이 있는지 기본적인 것도 잘 몰라서 헤매기도 했고 실수를 정말 많이 했어요. 고양이가 골골~ 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내는 건지 몰라서 병원에 데려간 적도 있어요. 저는 고양이가 방귀를 계속 뀐다고 생각했어요. ? 의사 선생님한테 많이 물어보고 책도 사서 공부했던 기억이 나네요.

Q. 그래도 어린 나이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던 모습이 멋져요. 두 마리 고양이와 사는 삶은 어떤가요?
쉽지 않아요. 솜이가 최근에 자주 아팠어요. 새벽에 허둥지둥 일어나 병원 가는 게 일상이었죠. 매일 밤잠을 푹 못 자다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생명을 키운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고양이를 예뻐만 해주는 거 말고 다른 의미의 책임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어요.

Q.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에요?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있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와서 품에 쏙 안길 때가 있거든요. 그 순간이 정말 귀해요. 고양이도 너무 귀하게 느껴져요. 어떻게 이렇게 소중한 게 다 있지 싶어요. 아기가 있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아요. 이토록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알려줘서 봄이와 솜이에게 너무 고마워요.

Q. 아이들과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봄이, 솜이 모두 데리고 포토 스튜디오에서 정말 제대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늘 인터뷰하면서 솜이와 사진을 남기니 절반은 이룬 게 아닐까요!

Q. 고양이로부터 영감을 받으시기도 하나요?
음… 봄이, 솜이가 하는 행동을 사람에게 이입을 시켜서 상상해 보기는 해요. 예를 들어서 고양이는 만지려고 하면 막 피하다가 무심하게 가만히 있을 때는 다가와서 친한 척을 하잖아요. 그 모습이 꼭 밀당 같아서 남녀 간의 간질간질한 관계가 떠올라요.

Q. 하나 님과 봄이, 솜이의 투게더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간질간질 투게더’입니다.


규하나

사람과 사랑을 테마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규하나 님은
봄이, 솜이와 간질간질한 반려 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