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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그리는 순간, 너를 담는 시간

[PEOPLE] Drawu 화실을 운영 중인 고아라 님을 만나다

by Summer2022.04.29

보고 있어도 그리운 반려동물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지워낼 수 없다면,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섬세한 터치와 자신만의 색이 담긴 반려동물 수채화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고아라 님을 광교 drawu 화실에서 만났다.

‘예술가는 자신의 창작물을 닮는다’는 말처럼, 세필붓으로 그린 듯한 유려한 선과 수채의 맑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물씬 배어나는 그. 은은한 재즈 선율과 크래마가 폭신하게 올라 앉은 커피잔을 앞에 두고 아라 님과 향기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Q. 작가님, 짧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drawu 스튜디오에서 반려동물 초상화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고아라 작가입니다. 말티즈 콩이와 함께 반려생활 중이고, 요즘에는 모델 활동도 병행하고 있답니다.

Q. 반려동물 초상화 클래스는 어떤 과정인가요.
내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직접 수채화로 그리는 작업을 배우고 완성하는 과정이에요. 가족같은친구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방법이라고 보시면 돼요. 클래스는 취미반과 전문가반으로 나눠서 운영 중이고, 보다 심도있는 작업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연구반도 있답니다.

Q. 클래스는 언제부터 운영했나요.
현재 7년째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니 오래됐더라고요. 굳이 따지자면 반려동물 초상화 클래스에 1세대라고 할 수 있죠ㅎㅎ

Q. 그럼 대학 졸업 후 바로 클래스를 시작하신 건가요?
원래 졸업 후 입시학원 강사로 일했었고, 제가 직접 학원을 운영하려고 준비를 하던 중이었어요. 그 때는 SNS보다 블로그가 활성화되어 있던 때였어요. 이효리 씨 블로그가 한창 인기가 많았던 그 시기죠. 그땐 저도 블로그에 진심이었던 시기라 꾸준히 작품을 올리면서 활동을 열심히 하던 중이었어요. 블로그에 우연히 지인 부탁으로 그린 반려동물 그림을 업로드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어요. 게시물에 댓글로 주문제작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Q. 처음에는 주문제작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군요.
네~ 제가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의뢰가 많이 들어오면서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분들이 반려동물의 그림을 소장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 직접 그리기를 원하는 분들도 많겠단 생각이 들었죠. 조금 힘들더라도 직접 그리는 게 더 의미도 있고요. 그래서 클래스까지 열게 되었어요.

Q. 클래스에는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대부분 반려동물을 기르고 계신 반려인들이시죠. 그 중에는 반려동물을 하늘나라로 보낸 반려인들도 꽤 많으세요. 반려견 잃어 힘들어하는 지인을 위해 선물하려는 분도 간혹 계시고요.

Q.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고 추억하기 위해 오는 수강생들이 꽤 많군요.
떠난 아이의 초상을 그리는 작업이 아무래도 그리워하는 반려인의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Q. 펫로스를 겪는 반려인들에게 도움이 된 케이스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한 분은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어려울 만큼 너무 힘들어 하셨어요. 밤엔 유골함을 안고 주무셨고, 그나마도 엄청난 불면을 겪고 계셨어요. 날씨가 좋은 날엔 아이와 함께 산책하던 일이 생각나서 커튼을 치고 집에만 계신다고 할 정도였어요. 그림이 처음인 분이셨는데, 1년 반 동안 클래스를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느셨어요. 혼자 큰 캔버스를 다 채우실 정도로요. 그렇게 작업을 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떠난 반려견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시기 시작하셨죠. 그림이 완벽한 치유는 아니지만 마음에 담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Q. 반려견 콩이가 클래스 시작하는데 역할을 했겠는데요.
사실 콩이는 drawu 스튜디오를 시작하고 나서 입양했어요. 콩이 데려오기 전에 엄청 고민을 많이 했어요. 중학교 때 키웠던 강아지가 사고로 떠나고 큰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가족들도 그 이후에 강아지를 입양하기를 꺼렸고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많았는데 반려동물의 그림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어요. 독립을 하고 나서 신중하게 콩이의 입양을 결정했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을 꼽는다면요.
딱 한 분만 꼽아야 하나요? 언급 안 한 분들은 서운해하실 거 같아서… (그럼 가장 특이하셨던 분은요?) 아, 남자 수강생분이었는데 힙한 분이었어요. 화실에 보통 재즈나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는데, 따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들고 와서 틀어 달라고 하시고ㅎㅎ. 보통 수강생분들은 제 그림스타일을 좋아하셔서 오신 분들이라 수업을 잘 따라오시는 편인데 그 분은 본인만의 스타일이 뚜렸하셨어요. 셰퍼드를 키우셨는데, 반려견은 섬세하게 그린 다음 외곽선이나 배경을 거친 붓터치로 마무리했죠. 수강생분과 제 스타일의 중간지점에 있는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ㅎ ㅎ

Q. 작가님의 그림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수채화 전공이라서, 배경에 신경을 많이 써요. 보통 반려동물 그림은 배경을 원색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풍경을 묘사하고 물감이 번진 듯한, 아웃 포커싱 효과를 넣어서 그리기를 즐깁니다.

Q. 그 중에 제일 마음에 든 작품을 추천해주세요.
고르기 너무 힘든데… 하나 꼽는다면 역시 제 그림 특징 중 하나인 배경이 들어간 작품인데요. 호주에 사시는 분인데 라브라도 리트리버를 기르세요. 그 아이의 그림을 정기적으로 의뢰해주세요. 지금도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배경이나 색감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풍이에요.

Q. 클래스 운영과 의뢰 작업 외에 개인 작업은 어떻게 하세요.
개인작업은 바쁜 일정때문에 오래 쉬었는데 작년부터 콩이 그림을 하나씩 작업하고 있어요. 화실에 제 그림이 하나도 없는 게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Q. 뒤에 있는 샤페이 그림이 아까부터 눈에 띄는데요.
하늘색 배경의 샤페이 그림은 정일우 배우께서 의뢰해주셨어요. 팬들이 선물해준 강아지였는데 동생이라는 의미로 ‘아우’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하더라고요. 안타깝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지만, 그림으로라도 아우를 마음으로 추억하셨으면 좋겠어요.

Q. 요즘엔 모델 일도 병행하시느라 바쁘시겠어요.
네~ 처음에는 모델 의뢰가 와서 재미로 시작했어요. 쉬는 날에 스케줄을 맞춰서 촬영했었는데, 올해부터 소속사와 계약을 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작합니다. 아마 더 바빠질 것 같아요.ㅎㅎ

Q. 모델과 작가, 뭐가 더 힘드세요?
아무래도 모델 일이 더 낯설어서 힘든 것 같아요. 그림은 어릴 때부터 했던 익숙한 일이고, 화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는 정적인 작업인데 반해 모델은 굉장히 역동적이더라고요. 한번은 여름에 F/W화보 촬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 여름에 야외에서 패딩을 입은데다 콩이까지 안고 뛰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처음엔 촬영장에 초콜릿이랑 군것질 거리가 많이 쌓여 있어서 의아했는데, 저도 모르게 먹고 있지 모에요.ㅎㅎ

Q. 마지막으로 수강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저희 클래스에 오시는 분들 나이나 성별이 다양해요. 젊은 분들도 많지만, 65세가 넘은 수강생분도 계셔요. 다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죠.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하세요. 제가 오히려 그분들께 배우는 게 많아요.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아라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수채화 클래스를 운영 중인 고아라 님은
말티즈 콩이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