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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티스트 커플의 영감 활용법

[PEOPLE] 예술가 이구노 님과 양홍조 님을 만나다

by Gayeon & Eunju2023.05.03

훌륭한 취향은 오랜 고찰과 경험으로 완성된다.

을지로 좁다란 골목에 숨어 있는 작고 비밀스러운 편집숍, 트리라이크스워터(treelikeswater)는 포토그래퍼 이구노 작가와 세라미스트 양홍조 작가가 마련한 취향을 파는 상점이다.

매력적인 출판물, 위트 있는 디자인의 오브제, 개성 넘치는 물건들. 무궁무진한 영감으로 가득한 이곳에 들어서면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외칠 용기가 생긴다.

남다른 분위기로 눈길을 사로잡는 두 예술가는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기대감을 품은 채 고색의 계단을 올랐다. 명랑한 표정의 레몬이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겼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구노 : 안녕하세요. 로우스튜디오(@rawwstudios)의 포토그래퍼 이구노입니다.
홍조 : 저는 세라미스트 양홍조입니다. 헤어리버드박스(@hairybirdbox)라는 브랜드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저희는 을지로에서 편집숍 트리라이크스워터를 운영하면서 올해 세 살 된 ?레몬이를 함께 반려하고 있답니다.

Q. 털빛이 오묘해요. 이름이 레몬인 이유가 가늠이 안가요.
홍조 : 처음에 데려왔을 때는 모색이 밝은 고동색이었거든요. 레몬즙을 뿌린 것 같아서 레몬(?)이라 지었어요.

Q. 매력 포인트가 많은 아이인 것 같아요. 두 분은 레몬이의 어떤 부분이 제일 사랑스럽나요?
홍조 : 앞발 뒤에 갈퀴처럼 있는 털이요. 그리고 요즘에 갑자기 생긴 털도 귀여워요. 귀 양쪽 끝에 검정 털이 뿅 하고 나왔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자랑하고 싶은 건, 레몬이 가르마가 굉장히 확고하거든요. 완벽한 대칭으로 갈라져 있어서 상당히 귀여워요.
구노 : 저도 갈퀴털이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홍조 님이 말한 뒤로 눈에 띄어요. 그리고 레몬이가 클수록 모량과 털이 자라는 방향, 모색이 많이 달라져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털갈이한 후로 엉덩이 털이 뽀글뽀글 올라오더라고요. 콧등 위엔 핑크색이 있어요. 그게 특이해서 좋아요.

Q. 레몬이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몸집이 크네요.
홍조 : 저는 원래 정말 작은 강아지를 데려오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쉽게 케어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주는 커다란 정성으로 큰 사랑을 받길 원했어요. 그런데 구노 님은 작은 강아지가 무섭다는 거예요! 그 이유가 웃긴데, 자기가 해치게 될 까봐 그렇대요. ?
구노 : 해친다기보다… 작은 강아지는 조금만 건드려도 다칠지 모르니까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반대로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강아지를 데려오자고 했어요.

Q. 그런 이유라면 레몬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구노 : 뭐, 제가 맨날 맞아요. 레몬이는 사람이 앉아 있으면 올라타거든요. 그리고 감정 표현을 잘해서 바라는 게 있으면 손으로 쳐요. 자길 바라봤으면 할 때는 사람 어깨를 쳐서 보게 하거나 물이 먹고 싶으면 그릇을 치는 등 표현을 하는 편이에요.

Q. 확실히 보더콜리의 피가 섞였나 봅니다. 똑똑하네요. 레몬이는 매일 트리라이크워터스로 출근하나요?
구노 : 이 공간은 주말에만 운영해요. 그래서 평일에는 저를 따라 촬영장에 가곤 합니다. 간간히 반려견 모델도 하는데, 최근에는 ‘하이드 아웃’ 브랜드에서 등산을 콘셉트로 화보를 찍었어요. 1인분 몫을 해서 기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표정도 너무 좋고 카메라를 잘 보더라고요.
홍조 : 최고의 강아지에요. 주말에 트리라이크스워터스에서 레몬이는 매니저 역할도 톡톡히 해요. 사람들 오면 반겨주고 자기를 기억 속에 각인해서 언젠가 또 오도록 하는 마법을 쓴답니다. 몇몇 손님들은 오셔서 레몬이만 찾기도 해요.

Q. 반려견 모델이라니, 멋져요. 사진 결과물은 잘 나왔나요?
홍조 : 다들 좀… 무섭다고 그래요. 실물은 순둥순둥 귀여운 느낌이 있는데 사진은 너무 늑대같이 나와서 그런가.
구노 : 레몬이가 사진을 잘 안 받는 편이에요. 사람을 닮은 갈색 눈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가 걸을 때 꼿꼿하게 서서 걷지 않고 사냥하듯이 살랑살랑 걸어요. 제가 봐도 무서울 것 같더라고요.





Q. 두 분이 함께 반려견을 입양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홍조 : 구노 님을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제가 정~말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어요. 전에 키우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한동안 이별의 슬픔에 못 데려오고 있다가, 문득 제 인생이 우울한 이유가 강아지가 없어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보드라운 털, 무조건적인 사랑이 주는 행복감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졸랐죠. 저 혼자 키울 수 없는 걸 너무 잘 아니까 함께 키우자고.
구노 : 그래서 유기견 보호소를 열심히 알아봤어요. 처음에는 진돗개를 데려오려 했는데 입양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서 수일 동안 조율을 하던 중, 우연히 길을 걷다가 행복해하는 보더콜리를 마주쳤어요.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거기에 꽂혀 있던 찰나에 청주 보호소에 있던 레몬이를 발견했어요. 무언가를 두려워하면서 간절하고 애절한 그 눈빛에 마음이 움직여서 바로 데려왔습니다.

Q. ‘세라미스트’라는 직업이 생소한데요, 어떤 작업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홍조 : 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말하곤 해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머릿속의 상상을 흙으로 자유롭게 빚어내요. 그래서 제 손에서 탄생한 조각들은 저를 많이 닮았어요. 그리고 세라믹이 물에 강하기 때문에 깨뜨리지 않는 이상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 저는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Q. 멋지네요. 세라믹 아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홍조 : 사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시작했어요.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감정을 배출하기위해 취미로 조금씩 작업을 했고 주변 지인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부터 직업이 되었어요.

Q. 식기보다 오브제 작업을 많이 하는데, 특별히 소품 제작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요?
홍조 : 식기를 하고 싶은데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오브제로 다시 넘어오기 힘들다고 그러더라고요. 수요가 있다 보니까 고정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작업을 마음껏 하는 지금을 조금 더 즐기고 싶어요. 동시에 오브제에도 실용적인 부분을 덧붙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물건이 일상에 녹았으면 좋겠거든요. 예술 작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 밀착되길 바라요.

Q. 구노 님은 요새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구노 : 브랜드 룩북 촬영 위주로 하고 있고, 매거진 해외 지사에 연결 고리가 있는 친구들과 개인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포토그래퍼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구노 :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꿈도 없었는데 우연하게 연이 닿아서 카메라를 들게 됐어요. 군대 선임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는데 그 밑에서 배우다 보니까 저도 사진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참 좋아해요. 사진을 찍다 보니까 사람을 만나는 것도 편해져서 좋더라고요.

Q. 어머니에게 간이식을 하는 과정을 담은 ‘unfinished Life’는 매우 일상적인 사진집이에요. 사진이 꾸밈 없어 보여요.
구노 : 저는 항상 있는 그대로, 날것의 사진을 찍고 싶어요. 장식보다는 자연스러움, 그 중에서도 제 눈에 예뻐 보이는 것을 좋아해요. 취향이 확고한 편입니다.

Q. 트리라이크스워터를 찾는 손님들의 사진을 촬영하시는 것 같던데요?
구노 : 이벤트성으로 나가시기 전에 한 장씩 찍고 있어요. 알고 오시는 분들도 은근히 있어요. “사진 찍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홍조 : 모르고 계셨다가 되게 당황하시고 재밌어라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반응을 보는 건 소소한 재미에요.

Q. 한 바퀴 둘러보니 멋진 취향으로 가득한 공간이네요. 특히 큐레이팅한 물건에서 깊은 애정이 느껴집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구노 : 하나의 전문 분야를 파고드는 사람보다는 가볍게 취향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 재밌는 걸 찾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오는 것 같아요.
홍조 : 맞아요. 영감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와요. 저희가 다루고 있는 책과 유리 공예의 디테일을 보면서 무언가를 느끼고 얻어 가셔요. 그래서 머뭇거리고 있는 손님에게 먼저 다가가서 한두 마디 건네면 굉장히 질문을 많이 하면서 관심을 드러내 주세요. 그게 저에게 참 크게 다가왔어요. 좋은 쪽으로요.





Q. 두 분은 예술가로서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구노 : 음…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순간이나 일상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감성을 찾아내려고 해요. 앞서 말했듯이 날것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편이라서요.
홍조 : 구노 님은 취향이 확고해서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면 신기하게 한결같아요.
구노 : 이것저것 찍더라도 결국에는 그냥 결이 비슷하더라고요.
홍조 :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요. 그래서 아마 그런 데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위트 있고 재밌는 작업을 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어렸을 때 공부한 패션 전공도 어느 정도 작품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얼마전 세라믹 클래스 진행 중에 홍콩에서 온 수강생이 제가 패션을 전공한 걸 알아보더라고요. 패션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도 자주 오고요. 말 한 마디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드러나는 걸 보면 저의 인생이 작품에 반영된 듯합니다.

Q. 특별히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다면요?
홍조 : 빈티지를 많이 입어요. 브랜드가 있고 없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옷의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만화 다음으로 옷을 좋아해서 하도 많이 입었다 벗었다 해보니까 저만의 스타일이 생긴 것 같아요.
구노 : 요새는 룩을 나눠서 입고 있어요. 평일에는 스포티한 옷을 주로 입고 주말에 트리라이크스워터로 출근할 때는 정장을 입어요. 꼼데가르송과 요지 야마모토를 선호합니다. 볼륨 있는 라인과 동양인 체형에 맞춘 패턴이 제 몸에 꼭 맞아요.

Q. 범상치 않네요! 보통이라면 반대인데요.
구노 : 프리랜서라 그런지 한번씩 회사원처럼 입고 싶을 때가 있어요. ? 옷을 차려 입으면 꼭 그런 복장에 어울리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주말에 나왔을 때도 정장을 일단 입고 나왔을 때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뭔가 깔끔하게 행동해야 할 것 같고 주변이 정리되어 있어야 할 것 같고… 괜히 차분해지고.

Q. 레몬이랑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구노 : 같이 수영하는 거였는데, 대충 이룬 것 같아요. 작년에 같이 바닷가에 갔을 때에는 레몬이가 물에 안 들어오려고 버텼어요. 그래서 안 되나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강에 놀러간 날에는 수영을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보호자가 먼저 들어가면 자기도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고 따라서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 이후로는 수영에 자신감이 생겨서 물에 들어가는 걸 정말 좋아해요.
홍조 : 이제 날씨가 슬슬 따뜻해지니까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할 생각에 설레요. 저는 레몬이랑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요. 하다못해 제주도라도 같이 가고 싶은데 현실적인 문제를 자꾸 생각하다 보니 엄두가 안 나네요.

Q.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홍조 : 프라하에 가고 싶어요. 분위기도 편할 것 같고 강아지에 대한 시선도 편견 없이 부드러울 것 같아서요.

Q. 레몬이랑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
구노 : 강아지가 집에 있으면 ‘타박타박’ 소리가 나요. 저는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좀 안정이 돼요. 한 번씩 일이 바쁘면 홍조 님의 집에 레몬이를 맡겨 둬요. 그러면 집이 고요한데 ‘타박타박’ 소리가 없으니까 적적해져요.
홍조 : 특별한 순간에 레몬이랑 함께 할 때마다 사진을 남겨요. 찍었던 사진을 보면 레몬이 포함해서 모두가 웃고 있는데 그게 너무 좋아요. 레몬이가 정말 엄청난 행복을 가져다줘요.

Q. 마지막으로 두 분과 레몬이의 투게더는 무엇인지 정의해주세요.
홍조 : 아… 어렵네요. 서로의 일상이 닮아가는 것 같아서 그걸 아우르는 단어를 찾고 싶은데. 제가 늦게 잠에 들어서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레몬이가 어렸을 때는 무작정 자기가 일어나면 새벽에도 저를 깨우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어느정도 저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제가 늦게 잠에 들면 정오까지도 안 깨우고 기다려 주더라고요. 이런 걸 함축해서 말할 수 있는 게 뭘까요?
구노 : 서커스 투게더?
홍조 : ㅋㅋㅋㅋㅋㅋ
구노 : 아! 동행 투게더!!


양홍조, 이구노

세라믹을 재료로 위트를 빚는 양홍조 님과
날것의 순간을 포착하는 이구노 님은
보더콜리 믹스 레몬이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