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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_ 정지선 님과 짜장봉이가 답하다
[問101] 반려인 101명에게 묻다
by Eunju2023.04.20
우리는…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와 글린다 같은 존재야. 한 마디로 베스트프렌드. 서로 오해할 때도 있지만, 서로의 존재 덕에 계속해서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어. 나는 짜장이와 봉이에게 사랑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더 나은 가족이 되는 것을 느끼고 있거든.
내가 보는 짜장, 봉이는… 짜장이는 예민하지만 공감능력이 최고야. 누군가는 반려견과 반려인이 나누는 공감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해. 짜장이는 내 눈만 마주쳐도 무슨 말을 하는지 80퍼센트의 확률로 알아들어. 어쩔 때는 남편보다 내 마음을 잘 알아줘. (과장이 절대 아님) 그런 만큼 예민하기도 엄청 예민해. 완벽한 푸들 유전자인듯. 장소가 바뀌면 멍멍, 밥이 바뀌어도 멍멍, 방안 온도가 바뀌면 바로 토해. 그래도 잘 구슬리면 한숨을 쉬면서 싫어하는 것도 참을 정도로 배려심이 넘치는 강아지야.
봉이는 맑은 눈을 가진 예쁜 강아지야. 7개월이 될 때까지 제대로 걷지 못한 채 케이지에 갇혀 지냈어. 그래서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교감하는 능력이 조금 부족하면서 소심한 편이야. 그런데 봉이는 내가 평생 본 개 중에서 가장 예쁜 강아지야. 엄마의 서툰 미용솜씨 때문에 지금 미모가 숨겨져 있지만… 제대로 털 기르고 예쁘게 미용하면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강아지일 거야. 신이 나고 즐거울 때 광안을 뽐내면서 뽀뽀공격과 엉덩이 비비기를 하는 애교덩어리기도 해.
짜장, 봉이가 보는 나는… 짜장이가 보는 나는 잔소리쟁이인 동시에 자신을 챙겨주는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짜장이를 위해 무언가를 하면 과장 아니고 한숨을 백 번 정도 쉬어. 싫지만 해주는 느낌이야. 봉이가 보는 나는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켜주는 사람인 것 같아. 봉이는 다른 사람들 무릎 위에도 곧잘 앉아서 잠에 드는 강아지야. 나 아니어도 돼(약간 씁쓸).
우리의 일상은… 시끄럽고 정신없어. 말 그대로야. 덜렁거리는 나와 혼자서 하고 싶은 게 많은 짜장이와 혼자 하는 걸 무서워하는 봉이가 함께 있으니 얼렁뚱땅한 일상이야. 그리고 우리 가족은 산책할 때가 정말 코미디야. 한 마리는 가려고 뛰고 한 마리는 절대 안 가려고 버틴다니까. 강서구 동네에서 팔을 대 자로 벌리고 산책하는 사람, 접니다… 그리고 허공에 대고 말을 쏟아내면서 강아지 두 마리와 맨날 뛰어다니는 사람, 저예요… 혼잣말하는 게 아니라 짜장이랑 봉이에게 칭찬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 정신없는 산책이 끝나면 씻고 간식을 먹는 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야.
짜장, 봉이가 싫어하는 건… 짜장이가 싫어하는 건 층간 소음이야. 예민한 강아지라 조금만 시끄러우면 짖어 대거든. 우리집이 방음이 좋아서 다행이지. 짜장이 DNA에는 집 지키는 유전자가 숨어 있나봐. 봉이가 싫어하는 건 혼자 있는 거야. 소심한 쫄보라서 옆에 사람이 있어야 안심하는 편.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그냥 누가 있으면 돼. ?… 짜장이 덕분에 봉이도 분리불안은 없어. 그저 자신을 쓰다듬어줄 인간이 있다면 좋아하는 것뿐이야!
우리가 꿈꾸는 건… 같이 해외여행을 가는 거야. 지금 신혼여행을 하느라 부모님께 아이들을 잠시 맡겨 두었는데 여행하는 내내 짜장봉이가 생각났어. 애들도 같이 오면 외국 강아지들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행복해할 텐데…는 사실 핑계고 내가 그냥 아이들이랑 모든 걸 함께 하고 싶어. ? 내가 꾸는 두 번째 꿈은 지금 살고 있는 김해에 넓은 강아지 운동장을 짓는 거야. 짜장과 봉이에게는 거기서 다른 강아지들에게 운동장을 소개해주는 일을 맡겨야지.
짜장, 봉이가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짜장에게. 짜장아, 우리는 너를 정말정말 사랑해. 근데 있잖아, 짜장아. 살면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야. 너가 하고싶은 일만 할 수는 없어. 너가 미워서 항문낭을 짜는 게 아니고 심장사상충약을 주는 게 아니란 말이야. 잔소리는 아니야. 항상 한숨 쉬면서도 잘 참아줘서 고마워. 사랑해. 인간인 우리도 살아가면서 많이 참는단다. 이 험한 세상. 쉽게 살 수는 없단다. 아니 사랑한다고, 잔소리는 아니야. 삐치진 말아.
봉이에게. 봉이야 우리는 너를 정말정말 사랑해. 하지만 똥은 먹으면 안돼. 그리고 짜장이도 예쁨받아야지. 봉이랑 함께 살고 있잖아. 질투심을 조금 줄여야 해. 참을 줄 알아야 해. 짜장이도 너를 위해 배려 많이 해. 짜장이를 좀 이해해줘. 사랑해 봉이야 건강해야 해.
쉿! 이건 비밀인데… 짜장이가 사람말을 할 줄 안다! 사실 넝담~ 우리 가족의 비밀은 없어. 이미 짜장봉이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3개씩이나 사진을 올리고 있어서 그 날 뭐하고 놀았는지, 뭘 먹었는지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지. ? 대신 우리집 가훈을 알려줄게. “강아지의 하루는 사람의 삼일과 같다”라는 말이 가훈이야. 되게 슬픈 말이지만 우리는 이 말을 항상 되새기며 비가 오지 않는 한 무조건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짜장봉이의 하루를 허투루 보낼 수 없으니까. 심지어 우리 남편은 발목에 아킬레스건염이 생겼을 때도 무조건 산책을 했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나가지 못한 적도 몇 번 있는데… 이제 여기서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했으니 더 이상 무를 수 없어. 열심히 더 많이 사랑할게. 고마워, 포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