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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5_김송이 님과 미음이들이 답하다

[問101] 반려인 101명에게 묻다

by Eunju2023.03.28

김송이 34세 / 패션 브랜드 매니저 / @flatt_white

모시,몽고,밀크 폼피츠,코숏 / 8살,3살,1살 / M,F,M

우리는… 한 집에 사는 한 가족이자 으르렁 4각 관계. 가족이면서도 미음이들(모시, 몽고, 밀크)은 서로 친하지 않아. 조금만 부딪히기만 해도 으르렁 거리는 사이지. 하지만 딱히 그럴 일이 없다면 아주 평화로운 사이기도해. 서로에게 무관심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거기에 4각 관계가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서로 좋아하거나 쫓아다니지는 않지만 내가 주는 예쁨을 독차지 하고싶어 하기 때문이지. 그런 거 보면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 아이들 각자마다 애정을 갈구하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더 그런가봐.

내가 보는 미음이들은… 모시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고집불통에 독불장군. 하얀 털에 크고 동그란 예쁜 눈을 가지고 있어 산책 중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말 잘 듣고 순할 거라고 예상하시지만, 모두가 감쪽같이 속고 있는 거야.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목이 터져라 짖고 자기만 봐줄 때까지 빙글빙글 도는 게 특기.

몽고는 요조숙녀야. 사료도 몸매를 관리하는지 쪼금쪼금 나눠서 소량만 먹고, 애교도 많은데 그 애교를 되게 조용하고 그윽하게 부려. 가끔 소파에 앉아 있다가 무언가 팔이나 허벅지에 살짝 닿는 느낌이 들어서 옆을 보면 몽고가 조용히 헤드번팅을 하고 있더라고. 선천적으로 안구가 없이 태어난 길냥이여서 그런지 행동이 조심스러워. 그래서 성격도 조용조용한 것 같아.

밀크는 그냥 먹보야. 유난히 식탐이 많아. 아마 어미와 길에서 몇 개월을 돌아다니다가 구조된 몽고와는 다르게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되어 식당 환풍구에 갇혀 구조된 아가였으니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가끔 사람 음식까지 탐을 내서 집에서 식사할 때 꽤나 골치야. 머리도 좋아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치곤 해. 말썽쟁이 밀크.

미음들이 보는 나는… 미음이들의 마음은 평생 알 수 없겠지만 내 생각으론 바빠서 놀아주지도 않고 혼만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 핑계를 대자면 요즘 새로 이직한 회사가 바쁘기도 하고 계속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아가들한테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죄책감이 많이 쌓여 있었거든. 집에서 가끔 쉬고 있을 때에 아가들의 동그랗고 순둥순둥한 눈들이 다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낄 때면 마음이 아프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해. 아이들의 삶은 사람처럼 길지 않은데… 이렇게 하루를 보내기엔 아까운 시간들인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야. 어서 빨리 다시 좋은 집사가 되도록 노력해야지.

모시, 몽고, 밀크~ 미음이들은
나랑 똑닮은 잠만보야

우리의 일상은… 누나가 출근을 하는 날은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저녁에 퇴근해서 들어오면 보고 함께 잠을 자는 것이 다야. 물론 아가들은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서 내 옆을 왔다 갔다 오가며 뭘 하는지 구경을 하고 나가는 문 앞에서 배웅을 해주기도 하지. 모시는 누나 나가지 말라고 짖기도 하고 때로는 고양이들과 함께 빤히 쳐다보고 서있기도 하고 말이야. 마치 눈으로 인사하듯이. 하지만 쉬는 날에는 청소하는 누나를 다같이 졸졸 쫓아다니면서 궁금증을 못 이기고 이것저것 건드리면서 꼭 사고를 치고는 돌아가면서 누나한테 혼이 나고, 청소가 끝난 후 침대와 한 몸이 된 누나의 옆을 둘러 싸고는 다 함께 잠을 실컷 자. 우리 모시, 몽고, 밀크는 누나랑 똑같이 모두 잠이 정말 많은 잠만보들이거든. 신기한 건 항상 누나가 침대에 누우면 소리만 들어도 다들 어떻게 아는지 침대로 한데 모여 다들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을 잘 준비를 한다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건… 우리는 다들 몽글몽글한 이불 속을 좋아해. 푹신한 무언가를 깔고 앉거나 누워서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는 것 말이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추위에 유난히 약해서 겨울을 너무 싫어 하거든. 어른이 된 지금도 변함없이 여전히 추운 겨울을 싫어하고. 고양이들도 나처럼 추위에 많이 약하고 푹신한 것 위에 올라 앉는 걸 좋아해. 반면에 모시는 푹신한 자리에 누워있길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불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우리가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소음이야. 갑자기 들리는 커다란 소리나 꾸준히 들리는 불규칙한 소음들을 싫어해. 고양이들은 모두 침대 밑이나 소파 밑으로 숨어 버리고 모시는 끊임없이 소리를 따라다니며 큰 소리로 짖고, 나는 귀를 막고 모든 신경이 곤두서 예민해져.

우리가 꿈꾸는 건… 모두 다 같이 여행 가보고 싶어. 한 번 다 같이 여행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밀크가 너무 아기였어서 밀크를 병원에 맡기고 몽고랑 모시만 데려갔어. 몽고는 밖을 나가는 고양이가 아니라 숙소에 자유롭게 두고 모시만 데리고 산책을 나갔었는데 숙소에 돌아와서 보니 몽고가 사라진거야. 알고 보니 숙소 깊숙한 곳에 꽁꽁 숨어있었던 건데, 우리는 모두 몽고가 밖으로 탈출 한 줄 알았지. 고양이는 낯선 장소를 힘들어하는데 우리가 억지로 데려간 게 아닐까 싶었던 순간이었어. 그래서 내가 앞으로 꿈꾸는 것은 모두가 모든 것에 잘 적응해서 여행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 바쁘게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여유롭게 우리 모두 그곳에 적응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꿈꾸고 있어.

미음이들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너무 아플 때 아프다고 해주면 좋겠어. 말 못하는 아가들이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이 시간을 흘려 버릴까봐 나는 그게 제일 걱정이야. 아플 때만이라도 너희의 말을 알아듣고 빨리 치료해주고 조치를 취해서 너희들이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

쉿! 이건 비밀인데… 아가때부터 8년 가까이 함께 지낸 모시에게는 매우 특별한 비밀이 있어. 흥분해서 짖을 때 옷을 입히면 조용해진다는 거야. 모시는 옷 입는 게 너무 싫은가 봐. 그래서 집에서도 가끔 사고를 치거나 좀 장난이 심할 때 ‘옷 입는다 모시!’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면 단번에 알아듣고 순간적으로 조용해져. 그럴 때면 너무 사람 같고 신기해서 웃음이 나곤 해. 모시에게 옷은 어떻게 보면 리모컨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할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