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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이니까, 오늘도 같이 오니!

[PEOPLE] 크리에이터 늘이농 님과 오니를 만나다

by Gayeon, Eunju2023.03.22

대한민국은 더글로리 과몰입 중.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극중 캐릭터를 패러디한 동영상 크리에이터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많은 숏폼 사이에서 늘이농 님의 영상은 특히 눈에 띈다. 흔한 메이크업 패러디가 아닌, 배우의 분위기와 고유한 특징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녹여내는 콘텐츠는 만들기 쉽지 않으니까.

"간식으로… 방금 내가 쟤 하늘이 됐어 ㅋ”

박연진 분장을 하고 커다란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며 익살스럽게 명대사를 따라하는 늘이농 님. 그의 알록달록한 반려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동영상 크리에이터 늘이농입니다. 자기가 말티즈인 줄 아는 커다란 댕댕이, 오니와 반려생활 중이에요.

Q. 오니는 무슨 뜻인가요?
일본어로 도깨비라는 뜻이에요. 오니가 어렸을 때 정말 도깨비를 닮았어요. 양쪽 눈동자 색깔이 다르고 털도 많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보시면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별명이 많아요. 오벨리스크, 오니기리, 오링링링(?)…

Q. 오니랑은 어떻게 만났어요?
눈맞춤으로 운명임을 직감했어요. 처음 딱 눈이 마주쳐서 키우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어요. 하얗고 동글동글한 아기 오니… 첫날에는 입양할 결심을 굳히지 못해서 그냥 집에 갔거든요. 그런데 오니가 아른거리는 거예요. 이미 이름도 붙여 버리고!

Q. 대형견을 키우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순해요. 제가 이왕이면 큰 물건을 쓰는 성격이에요. 핸드폰도 가장 커다란 기종을 쓰거든요. 그래서 이왕 데려오는 거 큰 개를 데려왔어요. 그런데 제가 대형견을 우습게 봤던 거더라고요. 미리 예습했음에도 쉽지 않았어요. 키우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그래도 오니 데려온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그냥 어떻게 하면 더 잘해줄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에요.

Q. 눈물 날 정도라니.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삶이 바뀌는 것, 이제껏 살아온 패턴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내가 해야 하는 스케줄이 있는데 일보다 오니가 우선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실이 싫어서 슬프진 않았고, 내가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에 힘들었어요. ‘왜 이것밖에 못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많이 울었죠.

Q. 그래도 오니와 함께 살면서 좋았던 기억이 분명 더 많을 거예요. 제일 즐거웠던 추억 하나 이야기해주세요.
같이 노지 캠핑장에 갔던 날이 기억이 제일 좋아요. 사람이 아예 오지 않는 곳이 있어요. 거기서 눈치 보지 않고 뛰고 싶은 만큼 달려 다니는 오니를 보고 있으니까 제가 다 힐링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도시에서 대형견을 키우기가 녹록치 않아요. 사람만큼 큰 개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사실 이런저런 소리를 듣기도 하거든요.

Q. 대형견을 향한 은근한 편견 아닌 편견, 차별 아닌 차별이 있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속상할 것 같아요.
충분히 이해해요. 당연한 거라고 느끼기도 하고요. 산책 중에 오니 실루엣을 보고 오던 길을 뒤돌아서 도망가는 사람도 있어요. 어쩌면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으니 제가 조심해야죠. 그래서 오니와 길을 걷다가 맞은편에 사람이 다가오면 저는 오니가 안전하다는 제스처를 취해요. 결국 모든 건 대형견 보호자가 어떻게 처신을 하고 케어를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거든요.





Q. 산책할 때 특히 신경을 많이 쓰겠군요.
네, 맞아요. 그래서 산책이 즐거운 만큼 피곤해요. 주변을 살피느라 에너지를 계속 써야 하고 오니 챙기면서 힘도 쓰고. 그래서 만약 강아지 입양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면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깊게 해야 합니다.

Q. 늘이농 님 친한 친구가 오니를 보고 너~무 예뻐서 본인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이야기할 것 같나요?
저는 정말 반대할 거예요. 귀여워서 키우는 거라면 무조건 반대. 저는 오니를 데려오면서 절대 게을러지지 말고 오니랑 한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일단 생명을 키우기로 결심하면 끝까지 책임져야 해요. 한번 키워보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Q. 오니는 정말 에너지가 넘치네요! 놀아주면 살이 저절로 빠지겠어요.
맞아요. 사람들이 간혹 다이어트와 체중 관리를 물어보는데, 저는 딱히 하는 거 없고 오니같이 활발한 개 키우면 된다고 말해요. 오니 데려오고 제가 3kg가량 빠졌어요. 터그 놀이를 하면서 팔 근육이 튼튼해지고 매일 밖에 나가면서 덕분에 건강해졌어요.

Q. 오니는 집 안에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편인가요?
집에서는 얌전해요. 거의 안 움직여요. 카펫처럼 맨날 널브러져 있어요. 어릴 때부터 집 안을 휴식공간으로 정했어요. 밖에서만 놀기로 약속한 거죠. 놀고 싶다고 장난감을 물고 오면 딱 일어서서 안 놀아준다는 행동을 취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내에서는 쉬고 밖에 나오면 신나게 놀아요. 그래서 낯선 공간에 오면 제대로 한번 놀아야겠다는 보상 심리가 있나봐요. ? 오늘도 엄청 신이 났네요.

Q. 오니와 함께하면서 제일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거창한 건 아닌데, 일을 마치고 촬영방에서 나오면 오니가 자고 있다가 저를 쳐다봐요. 그렇게 눈을 마주치는 순간 외롭지 않고 든든한 기분이 들어요.

Q. 오니랑 찍었던 영상의 반응이 좋던데 앞으로 함께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 있나요?
아쉽지만 지금으로서는 오니와 본격적으로 영상을 만들 계획은 없어요. 오니랑 찍은 콘텐츠가 인스타그램에서 천만이 넘는 조회수를 찍은 만큼 사람들이 오니를 정말 좋아해주는 건 감사해요. 하지만 오니만 보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한 순간, 이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오니가 원하는 건 그냥 저랑 행복하게 사는 건데… 오니를 자주 영상에 출연시키는 건 그저 제 욕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오니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늘이농 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요. 그럼 앞으로 오니와 함께하는 콘텐츠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가끔씩 얼굴을 비추거나 재밌는 추억을 기록한 영상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오니가 대단한 개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 또한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오니를 가르치거나 훈련하고 싶지는 않아서, 앞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Q. 늘이농 님은 언제부터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나요?
20대 초반, 저는 공시생이었어요. 대학을 다니며 교정 공무원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공부를 하다가 문득 공부는 나중에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옷을 참 좋아해서 옷과 관련된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난생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커리어를 쌓을 목적으로요. 실은 제가 SNS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남들 다 하는 버디버디, 싸이월드 아무것도 안 하다가 처음으로 늘이농 계정을 만들었어요.

Q. 늘이농은 무슨 뜻인가요?
‘하늘이의 옷장’이라는 뜻이에요. 제 이름에서 따왔어요. 차근차근 데일리룩을 올렸어요. 다른 데일리룩 계정들과 차별점은 착장에 콘셉트가 있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전남친이랑 이별한 후 입은 옷처럼 스토리와 적절한 코멘트를 넣어서 데일리룩을 올렸어요.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사진을 올리다 브랜드 측에서 패션 디자이너 제안을 주셔서 하이스쿨 디스코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디렉팅하게 되었죠.





Q. 전공했던 법학, 심리학과는 전혀 다른 진로를 택하게 되었네요.
네. 1년 동안 브랜드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으면서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웠어요. 옷을 입을 줄만 알았지 옷에 대한 지식은 전무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면서 일했어요. 그래서 그때 배웠던 기술을 지금껏 써먹고 있어요.

Q. 패션에서 숏폼 콘텐츠로 뛰어든 계기가 있나요?
원래 내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마음과 유튜브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쪽 분야가 워낙 레드오션이다보니까 망설였거든요. 나만의 개성과 특별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내내 고민하다가 틱톡을 접했어요. 저랑 잘 맞을 것 같아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인생이 도전의 연속이죠. ? 이제는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두렵지 않아요.

Q.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쇼핑몰을 준비하고 있어요. 영상에 출연할 때 잠옷을 자주 입어요. 그래서 잠옷을 판매하면 구독자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길 듯하여 쇼핑몰을 구상 중입니다.

Q. 늘이농 님은 드라마 더글로리 패러디로 유명하잖아요. 처음에 어떤 배우를 패러디했나요?
송혜교 배우님이 연기한 문동은이요. ?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해서… 그날 서운해서 술을 마셨어요. 제가 봤을 때는 너무 웃겼거든요. 놀랍게도 다음날 영상이 확 떴는데 그 이유가 문동은이랑 하나도 안 닮았고 안 똑같아서 주목을 끌었던 거더라고요. 몇몇 사람들은 말 끝에 ‘연진아’만 붙이면 문동은이냐면서 다음에는 최혜정을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Q. 제 눈에는 박연진을 따라 한 분장이 제일 닮아 보이더라고요. 늘이농 님 만의 커버 비법이 있나요?
메이크업은 제가 전공자도 아니니, 따로 비법이라 할 것이 없어요. 다만 저는 배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구해서 빙의한 것처럼 따라하려고 노력해요. 더글로리 패러디를 준비할 때는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요약본을 모두 시청했어요. 캐릭터가 가진 말투의 특징을 캐치하기 위해서 영상을 계속 틀어 놓고 생활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지하상가를 이잡듯 뒤지면서 닮은 듯한 의상을 준비했어요.

Q. 짧은 영상인데에 반해 숏폼은 품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 콘텐츠네요. 빠르게 트렌드를 쫓아 가는 일이 힘들지는 않나요?
제가 좀 느려요. 다른 크리에이터 님들에 비해서 촬영 속도도 편집도 느려요. 느려서 느린농(늘이농)인 것 같기도 하고. ? 예전에는 제가 틀린 걸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더글로리 콘텐츠가 뜨고 나서 심적으로 고생했던 걸 몽땅 보상 받은 기분이에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심혈을 기울이는 방법이 저의 스타일이라는 것도 깨달았고요. 가볍게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Q. 다들 자기만의 방법이 있는 거죠. 늘이농 님의 마음가짐이 단단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모습에서도, 그리고 오니를 케어하는 모습에서도 진심이 느껴져요. 오니와 늘이농 님의 투게더를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단짝 투게더’요. 24시간, 맨~날 오니랑 붙어있으니까요!





後Talk
긴 인터뷰 시간동안 놀고 싶은 마음 꾹 참고 착하게 우리를 기다린 오니에게 멍푸치노를 한 잔 선물했다. 출출했는지 챱챱 소리 내며 우유 거품을 만끽하는 오니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 집, 멍푸치노 맛집이네!”

*Special Thanks To 아오커피 (@aaaooo_coffee)




늘이농

느리더라도 꾸준히 도전하는
동영상 크리에이터 늘이농 님은
올드 잉글리쉬 쉽독 오니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