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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_박혜원 님과 버터가 답하다

[問101] 반려인 101명에게 묻다

by Eugene2022.04.18

박혜원 32세 / 주부 / @butterleeeee

버터 시바견 / 2.9살 / M

우리는… 365일 24시간 함께 붙어있는 우리는 서로의 껌딱지. 여느 가족과 다를 바 없이 좋았다가 미웠다가, 우당탕탕 시끌벅적 매일이 정신없는 만년 초보 개엄마와 철딱서니 없는 개아들.

네가 없는 내 삶은 상상 할 수 조차 없어. 일 때문에 너를 호텔에 잠깐 맡겼던 어느 날, 무의식적으로 너를 찾던 순간 깨달았어. 이미 너는 내 삶에 당연한 존재가 됐다는 걸… 견주가 분리불안이라는 말이 있잖아.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내가 보는 버터는… 애교 많은 아기돼지. 항상 해맑은 표정으로 모든 사람에게 엉덩이를 들이미는 사랑둥이. 처음보는 낯선 사람인데도 이름만 부르면 쪼르르 가서 애교를 피우는 모습에 배신감도 들지만,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을 수 밖에 없게 돼. 누구든 간식이라도 주면 바로 주인이 바뀌는 것도 어찌나 웃긴 지 몰라.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산책 중에 놓친 강아지가 닭집에서 치킨을 얻어먹고 있었다고 하더라. 어이가 없고 귀여워서 한참 웃다가 생각해보니, 버터도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물론 줄을 놓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먹보, 버터찡.

버터가 보는 나는… 호구와 호랑이 엄마 사이 어딘가? 제멋대로 굴면 단호하게 혼내는 호랑이 엄마지만, 귀여운 표정 한번이면 바로 맥을 못 추고 쓰러지는 슈퍼 을. 예쁘게 웃으면서 계속 바라보면 “살 쪄서 안돼-”라고 하면서 결국은 냉장고로 가서 간식을 꺼내주는 걸어다니는 간식창고? 버터가 지금의 몸매가 된 건 아무래도 먹을 것에 마음 약한 내 탓이 아닐까.

내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버터를 나도 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밖에!

우리의 일상은… 새벽까지 깨어있는 야행성 엄마를 둔 탓인지 버터도 오후 늦게까지 잠에 취해 있을 때가 많아. 물론 버터는 새벽에도 자고, 낮에도 자서 그냥 잠꾸러기 같기도 해(웃음). 점심시간 쯤 버터를 깨워서 밥을 먹이고, 집안일을 좀 하다가 집 근처로 산책을 잠깐 다녀오는 게 평소의 패턴.

차를 운전하는 게 영 무서워서 31년을 뚜벅이로 살았는데, 버터와 더 많은 곳에 놀러가고 싶어서 작년에 운전면허를 땄어. 운전을 시작한 후에는 부지런히 아침에 일어나서 새로운 동네로 산책을 가기도 해. 새로운 곳에 가면 호기심이 많은 버터는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느냐 어찌나 바쁜지, 엉덩이를 씰룩이며 열심히 걷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져.

산책을 하고 오면 버터는 소파 위에 자리잡고 단잠에 빠져. 그럼 난 그 동안 저녁밥도 먹고, 사진 작업도 하고. 일을 마치고 퇴근한 신랑과 맥주 한 캔을 가볍게 나눠마시며 넷플릭스를 보기도 해. 버터가 밤 10시쯤 깨어나면 늦은 저녁밥을 챙겨 먹인 다음 장난감을 가지고 같이 놀다보면 하루가 끝.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카페 나들이. 난 맛있는 커피를 좋아하고, 버터는 예뻐해주는 낯선 사람이 많아서 카페를 좋아해. 덤으로 카페에서 얌전히 잘 있으면 엄마 주머니에서 간식이 계속 나오니까 1석 2조.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여름의 더위. 이중모를 가진 북방견인 버터는 더위에 무척 약해서 여름이 다가오면 산책을 나가자마자 집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해. 그래서 쿨스카프와 쿨조끼로 무장을 하고 항상 밤에 산책을 나가는데, 그마저도 버터는 힘든 지 억지로 걸어올 때가 많아서 안쓰러워. 올 여름은 작년만큼 덥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꿈꾸는 건… 버터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캠핑카 여행 떠나기! 원래는 우리 부부의 버킷 리스트였는데, 검색해보니까 강아지와 함께 갈 수 있다고 해서 언젠가는 꼭 버터와 함께 가보고 싶어. 비행기를 장시간 타야 하고, 검역절차도 복잡해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버터가 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면… 사랑해. 내 강아지! 이 한마디만큼 버터에 대한 내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 있을까. 내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버터를 나도 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밖에!

쉿! 이건 비밀인데… 기다리던 자견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사진을 보자마자 찐빵같은 얼굴에 반해서 처음으로 만나러 갔던 날. 버터 네가 부견과 모견의 좋은 점을 가장 많이 물려받았다는 말을 들었어. 그런데 이건 비밀인데, 그 날 다른 동배 강아지가 눈에 밟혀서 살짝 고민을 했었어. 누가봐도 예쁜 강아지는 내가 아니어도 금방 엄마아빠가 생길텐데, 그렇지 않은 아이는 엄마아빠를 찾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까봐 걱정이 됐어. 마음같아서는 둘 다 데려오고 싶었지만, 그럴 형편은 안 됐거든. 다행히 형제 강아지도 금방 좋은 가족을 만나서 마음이 놓였어. 지금도 가끔 그 강아지는 어떻게 자랐을까, 버터와 많이 닮았겠지 하는 생각을 해. 버터는 모르겠지만, 그 때 널 두고 고민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