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읽기

"고양이는 우리 그 자체니까"

[CULTURE] 고양이 화가 루이스 웨인을 영화로 만나다

by Bean2022.04.15

여기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림은 낯익은 화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루이스 웨인(Louis Wain)’.

익살스러운 고양이 그림으로 영국을 뒤집어 놓은 웨인의 생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의 삶이 대체로 불운하듯 부침으로 점철된 불행의 연속이었다.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한 여자를 위해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그렸던 웨인의 일생을 사실적으로 담아 냈다.

소설은 로맨스, 동물은 고양이에 진심인 내겐 그야말로 취향저격 영화인 셈이다. 더구나 영국의 ‘잘생긴 오이’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에 황석희 번역이라니… 이건 도저히 안 보고는 못 배기는 그런 영화인 것이다.

외로운 남자와 고양이, 그리고 순애보

작곡가가 꿈이었던 루이스 웨인은 5명 여동생과 병약한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신문사의 삽화가로 일을 시작한다. 뛰어난 그림 실력과 달리 생활력은 젬병이었던 그에게 ‘가장’은 맞지 않는 옷이었지만,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영혼의 단짝인 에밀리를 만났으니 말이다.

여동생들의 가정교사였던 에밀리는 귀족 출신인 웨인과 달리 평민일 뿐 아니라, 나이도 10살 연상이어서 당시 사회 통념으론 용납할 수 없는 사랑이었지만, 웨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런 웨인과 에밀리에게 고양이 ‘피터’가 찾아 오면서 행복으로 충만한 가족이 완성된다. 그러나 곧 아내 에밀리는 유방암에 걸리고, 웨인은 아픈 아내를 웃게 하기 위해 고양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당시만 해도 영국에서 고양이는 ‘불행’ ‘변덕’ ‘질투’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웨인의 그림 속 고양이는 단숨에 대중의 머릿속을 리셋해버릴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지금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고양이 그림은 그에게 ‘루이스 웨인’을 모르는 영국인이 없을 정도의 놀라운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투병 중이던 에밀리가 세상을 떠난 후 웨인은 고양이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작품 속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고양이는 점점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그를 괴롭히는 망상은 존재를 삼켜버릴 만큼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

웨인이 망상에 괴로워할 때마다 들려오는 에밀리의 목소리.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는 걸. 그걸 포착하는 건 당신에게 달린 거야. 그걸 보는 것도 최대한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도.”

현실적이고 담담해서 슬픈 이야기

이 영화의 원제는 ‘The Electrical Life of Louis Wain’이다. 직역하면 ‘루이스 웨인의 전기(電氣)적인 인생’ 정도.

‘사랑’이라는 단어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지만, 부제를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라고 붙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짧았지만, 뜨거웠던 웨인과 에밀리, 고양이 피터의 사랑이 남긴 흔적이 오늘까지도 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하트마크를 새겨 넣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웨인의 삶을 굳이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한 외롭고 순수한 인간의 삶과 고통을 담담하고 섬세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그의 망상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장면에 다다라서는 마치 내 숨까지 차오르는 느낌이 들 만큼 사실적 묘사로 감탄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또한 영국 특유의 거친 발음과 나른한 19세기 분위기, 화려한 미장센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올 봄, 미래의 '캔 따개'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꼭 한 번 보기를 강권한다. 심장을 부여잡고 웨인의 시선으로 에밀리와 고양이들을 바라보기를… 세상에 가득한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포착하는 능력을 영화가 끝난 뒤 얻게 될 터이니.

*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리는 고양이 화가
(The Electrical Life of Louis Wain)


감독 : 윌 샤프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클레어 포이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멜로/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 1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