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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알까, 존재만으로 치유라는 걸

[PEOPLE] 그래픽 아티스트 옥근남 님을 만나다

by Gayeon2023.03.06

힙합, 스케이트보드, 비보잉, 그래피티.

한 때 소수의 전유물인 서브컬쳐(Sub-Culture)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이다. 이제는 누구도 비주류 혹은 현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카테고리는 스스로 유의미한 대중성과 시장성을 이루어 냈다.

그 성장의 징검다리 중 작은 디딤돌 하나 정도는 아마 옥근남 님의 몫이 아닐까?

1세대 스트리트 그래픽 아티스트인 근남 님은 1970~80년대 미국의 펑크록과 스케이트 보드 문화를 재해석한 그로테스크하고 개성넘치는 일러스트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유수의 브랜드들이 그의 재능과 소울을 담기 위해 협업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제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 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이 활동 중이지만, 근남 님은 여전히 작품을 통해 젊은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를 언더그라운드 편집숍 ‘포스티스(pohs-tihs)’에서 만났다. 사랑스런 털뭉치, 츄이와 함께.

Q. 우선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주세요.
그래픽 아티스트 옥근남이라고 합니다. 4살 노리치테리어 ‘츄이’를 반려하고 있어요.

Q. 직접 운영하고 있는 ‘포스티스’는 어떤 공간인가요?
언더그라운드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작은 편집숍이에요. 제 작품은 거의 없고, 거의 대부분 대중과 오프라인 접점을 갖기 어려운 독립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죠. 모두 소규모로 작가가 직접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까지 하는 브랜드들이죠. 지금은 4~5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요.

Q. 그럼 입점 브랜드들은 직접 선별하고 제안하나요?
스케이트 보드라든지 스트릿 컬쳐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들을 제가 선별해서 제가 직접 연락해요. 브랜드에서 먼저 포스티스에 입점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때는 제가 검토하고 입점을 시키기도 합니다.

Q. 포스티스라는 이름이 무척 매력적인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포스티스를 거꾸로 읽으면 ‘Shit-Shop’이에요. 매장 오픈을 앞두고 이름을 고민하다가 약간 포기하는 마음으로 Shit Shop을 떠올렸어요. 그런데 거꾸로 읽어보니 뭔가 멋져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포스티스의 캐릭터도 화장실 변기로 만들었죠.

Q. 여전히 개인 작업도 왕성하게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어요.
네. 그래픽 작업은 계속 꾸준히 하고 있어요. 커머셜 워크도 진행 중이고요. 그렇다보니 포스티스는 일주일 중 목금토 3일만 운영하고 있어요. 자주 매장 문을 여는 게 목표이긴 한데, 생업도 이어나가야 하니까요. ㅎㅎ

Q. 얼마 전 ‘팀코믹스(TIM COMIX)’와 콜라보를 했더라고요.
맞습니다. 멕시코 아티스트와의 협업이고 현재 포스티스 매장에 오시면 팀코믹스 작품들을 직접 보고 구매도 할 수 있답니다.

Q. 근남 님은 국내 스트리트 신의 극초기부터 그래픽 작업을 해온 아티스티인데요. 나이가 작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나요?
제 작업들이 아무래도 스트릿의 유스(Youth) 컬처를 기반으로 한 하나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지만, 어떻게 보면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 나라도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의 문화에서 조금 더 넓고 포괄적인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콜라보는 무엇인가요?
‘서카(CIRCA)’라는 미국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와 신발을 만들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2009년이었는데, 당시에는 스트릿 문화의 종주국인 미국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는 게 엄청 놀라운 일이었어요. 서카는 스케이트보드 신에서 잔뼈가 굵은 브랜드로 제가 워낙 좋아했거든요. 영광이면서도 재미있게 작업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요즘 근남 님이 천착하고 있는 테마가 있나요?
요즘엔 뭔가 특별한 콘셉트나 테마를 잡기보다 그냥 좀 자유롭고 편하게 그때그때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그림 스타일에 있어서는 1970~9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아트에 대해 재해석했던 작업을 계속 잇고 싶어서 그 시대와 문화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어요.

Q.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의 뿌리는 미국의 하위 문화잖아요. 한국적인 정서로 풀어내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국적인 요소를 담는 게 저도 즐겁고, 보는 분들도 재밌어 하더라고요. 단적인 예로 1970년대에 있었던 스케이트보드 아트웍을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스케이트 보드 타는 장면으로 바꿔서 그렸던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 부담스러워했는데, 외국 친구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Q. 츄이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원래 노리치 테리어(Norwich Terrier)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츄이를 데리고 왔을 때는 한국에 노리치 테리어 켄넬이 딱 한 곳 있었고, 거기서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Q. 츄이 성격이 굉장히 차분해요.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편이기는 해요. 그래도 밖에 나가면 활발하게 잘 놀아요. 어떨 땐 집에 있으면 너무 기운이 없어 보일 때가 있어서 ‘어디 아픈가…’ 하다가도 산책 나가면 엄청 뛰어다녀요. ‘온앤오프(On & Off)’가 확실한 것 같아요.





Q. 노리치 테리어의 매력은 무언가요?
다른 개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볼 땐 우리나라 환경에서 키우기에는 제일 좋은 견종인 것 같아요. 모든 게 완벽해요. 헛짖음 없고, 참을성이 정말 좋아요. 털도 안 빠지고요. 어릴 때 몇 가지 기본 트레이닝만 잘 시키면 이보다 더 이상적인 개는 없을 것 같을 정도에요. 그런데 모색도 누렇이다 보니까 어릴 때는 모두 똥개인줄 알더라고요. ㅋㅋㅋ

Q. 츄이가 오프리시인데도 길가로 절대 나가지 않네요. 교육을 잘 시킨 것 같아요.
츄이를 입양하고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처음 1살까지는 되도록 함께 있었어요. 그리고 침착하고, 흥분하지 않도록 가르쳤어요. 강아지 때 집에 들어갔을 때도 절대 아는 척 않고, 옷 다 갈아입고, 씻고 앉았을 때 예뻐해준다든지… 그런 식으로요.

Q. 츄이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츄바카 애칭이 츄이에요. 외모가 꽤나 닮았거든요. 원래 츄이가 암컷이라 츄바카 여자친구 이름으로 지어줄까 했는데,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그냥 츄이로 했어요.

Q. 팔뚝에 이 타투, 츄이 맞죠?
네~ 츄이 맞아요. 제 몸에 있는 모든 문신은 타투이스트가 그려준 건데, 츄이만 유일하게 제 손으로 직접 새겨 넣었어요.

Q. 츄이가 오고 나서 일상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죠. 어딜 가더라도 무조건 애견동반이 되는지부터 확인하고요. 또 츄이는 실외 배변을 하는 아이라서 눈이 와도, 비가 와도 꼭 산책을 나갑니다.

Q. 근남 님 작업에도 츄이가 영향을 주나요?
그럼요. 제가 작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지쳤을 때 츄이를 보면 사르르 녹는 게 있어요. 엄청 좋은 힐러라고 해야 하나. 특히 장난감을 물면 머리를 흔드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요. 츄이가 워낙 심성이 착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노리치 테리어를 테라피독으로도 많이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Q. 추천해줄 반려용품 브랜드가 있을까요?
‘지독(zeedog)’을 추천해요. 튼튼하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요. 국내 브랜드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어서 잘 쓰고 있어요.

Q. 반려동물을 위한 콜라보나 아이템 제작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너무 하고 싶었는데, 아직 못 해봤어요.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제품들 위주로 형성이 되어있는 것 같아서요. 기회가 되면 포스티스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싶어요!

Q. 근남 님과 츄이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외국여행을 같이 가보고 싶어요. 특히 츄이의 고향인 영국의 노리치(Norwich)를 꼭 가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 질문인데요. 근남 님과 츄이의 투게더를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음… 산책 투게더!? 츄이랑 같이 걸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랍니다.


옥근남

대한민국 스트리트 문화를 이끈
1세대 그래픽 아티스트 옥근남 님은
노리치테리어 츄이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