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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동안 행복하자"

[PEOPLE] 힙합 뮤지션 제리케이 커플을 만나다

by Summer2022.04.06

힙합은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기점으로 서브컬처에서 어엿한 대중문화로 점프에 성공했지만, 힙합 뮤지션에 대한 대중 일반의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디스’ ‘저항’ ‘플렉스’ 같은 단어가 머릿속에 가장 먼저 연상된다.

제리케이 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논쟁도 피하지 않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지만, 솔직히 쫌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기대와 불안을 안고 그를 만나기 위해 망원동의 한 작은 카페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나를 맞이한 건 날선 독설을 쏟아내던 뾰족뾰족한 힙합 뮤지션이 아니라 평범하고 둥글둥글한 그냥 동네 집사 오빠였다. 사자를 품안에 꼭 안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자 바라기 모습 그대로다.

‘우리 강아지는 갈색 푸들, 걸어가 망원동을…’ 이란 노랫말처럼 반려견 사자와 함께 걷는 산책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는다는 그와 사랑스런 반쪽 루 님의 행복한 반려생활 이야기 속으로 어느새 푹 빠져들었다.

Q. 사자는 어떤 친구인가요?

Jerry : 사자는 고집이 좀 세고 까칠한 아이입니다.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해요. 산책을 멀쩡히 가다가 싫으면 멈춰서 안 움직여요. 호불호도 명확해요. 싫은 건 싫은 티를 팍팍 내죠. 주로 싫어하는 건 다른 강아지예요. 원래 이렇게 사회성이 없진 않았던 것 같았는데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나?ㅎㅎ 처음 데려 왔을 땐 소심하고 겁이 좀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젠 자기 뒤에 우리가 있는 걸 아는지 용감해져서 다른 강아지들 보면 막 짖어요.

Lu : 사자가 허당인게 어른 강아지들이 다가오면 안 피하고 계속 짖는데, 애기 강아지들은 짖어도 놀자고 자꾸 다가오니까 당황을 해요. 코 앞에까지 오면 아예 모른 척 등을 시크하게 휙 돌려요. 정말 귀여워요. 그리고 좋아하는 건 공인데요. 또 웃긴 게 운동장에서 놀다가 다른 강아지가 공을 물어서 가면 따라가서 같이 놀아야 하는데, 바보같이 쭈뼛쭈뼛 다시 저희 쪽으로 와요. 그럼 저희가 찾아가서 그 강아지한테 ‘미안한데 돌려줄 수 있니’ 하고 찾아오죠. ㅎㅎㅎ


Q. (제리 님 품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사자가 많이 피곤해 보여요. 나이가 몇 살이죠?

Jerry : 정확하지는 않지만 열네살 정도 됐어요. 완전 할아버지죠.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했는데, 거기엔 3살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데리고 와서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보니 6~7세 정도 됐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랑 7년을 살았으니 대략 그 나이로 알고 있죠.


Q. 사자와의 첫 만남이 궁금한데요. 사자와 어떻게 만나셨어요?

Lu : 결혼하고 둘 다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하긴 했는데, 처음 키워보는 거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랐어요. 진짜 아무것도 몰라서 강아지는 샵에서 사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죠. 근데 제리가 ‘포인핸드’에서 유기견을 찾아보는 건 어떻냐고 말하더라고요. 포인핸드 앱에 보면 관심 가는 친구들을 모아볼 수 있게 하트를 눌러 놓을 수 있어요. 어떤 친구가 저희와 잘 맞을지 둘이 상의하는 동안 하나 둘씩 검은색 리본이 붙기 시작하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저희가 고민하는 사이에 하늘나라로 가버린 건 아닐까 하고… 그래서 사자를 보자 마자 데려와야겠다 결심했어요. 보통 보호소에 들어온 지 10일이 지난 뒤부터 안락사 리스트에 오르기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사자가 보호소에 40일이 지난 후라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Q. 첫 반려동물인데 유기견이라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Jerry : 유기견이 오히려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강아지를 데리고 왔으면 대참사였을 것 같아요.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 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 것도 몰라서 실수를 엄청 했을 거에요. 그런데 사자는 초짜인 우리를 가르치는 것처럼 리드하더라고요.

Lu : 사자가 집에 오자 마자 방을 둘러보더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더라고요. 둘 다 감격했죠. 둘다 막 천재라고 불렀다니까요.ㅎㅎㅎ 만약에 저희가 애기 때부터 키웠으면 배변 훈련도 진짜 힘들었을 거 같아요.

Q. 그런 사자를 만나고 나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뭔가요?

Jerry : 사자를 만나고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됐어요. 흔히 알고 있던 사랑과는 또 다른,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온전히 저희가 보호해야 하는 생명체와 나누는 교감은 새로운 경험이었죠.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소비 패턴이 사자 위주로 변했다는 거예요. 현대카드 앱에 지출 소비 패턴 분석하는 기능이 있는데요. 지출의 대부분이 사자를 위한 소비더라고요. 동물병원을 많이 다녔거든요. 사자가 아픈 곳이 많아요. 지금은 췌장염하고 심장 쪽 질환을 앓고 있어요.

Lu : 심장만 아플 땐 아침 저녁으로 약만 챙겨주면 됐는데 췌장염은 더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해서 떨어질 수가 없어요. 분리불안도 심하고요. 코로나 때문에도 있지만 요즘은 사자를 두고는 나갈 수가 없어요. 저도 분리불안이 생긴 것 같아요.ㅎㅎ 제리에게 사자를 맡기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도 ‘사자 괜찮아?’ ‘사자가 나 안 찾아’… 나도 모르게 계속 전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Q. 사자를 만나고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네요.

Jerry : 그렇죠. 결정적으로 수면 시간이 빨라졌어요. 예전에는 새벽까지 작업하고 늦게 잠들었는데, 사자가 초저녁부터 자자고 보채는 바람에 일찍 자기 시작했죠. 지금은 제가 사자보다 더 일찍 잡니다.ㅎㅎ 사자가 중간에 화장실간다고 종종 깨우긴 하지만 전체적인 수면 시간도 길어졌어요. 건강하게 변한 거죠.


Q. 그래서 그런가… 음악의 느낌도 좀 달라진 것 같더라고요.

Jerry : 음악 스타일이 변한 것이 백퍼센트 사자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사자가 영향을 많이 줬죠.


Q. 사자의 어떤 모습에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한데요.

Jerry : 사자에 관련된 노래뿐 아니라 다른 노래를 작곡할 때도 사자와 보내는 일상 속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오드아이’ 는 회색이 아닌 한쪽 눈이 완전히 새카만 색일 때 거기 비춰진 내 모습을 보다가 떠올린 곡이고 ‘갈색 푸들’도 산책하고 같이 있는 시간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나온 곡이었어요. 지금은 음악에 예전처럼 전념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에요. 하지만 오드아이 발매 후에 시간이 좀 지나 갈색 푸들을 만들었던 것처럼 나중에 사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생기면 또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랩 아닌 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있어서, 아마 전혀 다른 스타일의 노래로 발매할 수도 있겠네요.

Q. 사자를 보면서 계속 궁금했는데요. 사자는 왜 사자가 되었나요? 진짜 안 어울리거든요.ㅎㅎ

Jerry : 사실 루는 계속 ‘셜록’을 밀었어요. 보호소에 사자를 데리러 갈 때까지 셜록을 고수했는데 사자를 만나보니 잘 걷지를 못하더라고요. 사자처럼 잘 뛰라고 사자로 이름을 지었어요. 근데 하루 이틀 뒤 미용실에 데려갔는데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물론 병원에 데리고 가니 수술이 필요하다고 해서 슬개골 수술을 했고 지금은 잘 걷는 편입니다.


Q. 제리 님의 노래 ‘갈색푸들’은 ‘우리 강아지는 갈색 푸들 걸어가 망원동을..’이란 노랫말로 시작하죠. 주로 즐겨찾는 망원동 산책 루트가 있으신가요?

Jerry : 망원동은 산책하기 아주 좋은 곳이에요. 평지 산책로가 많거든요.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한강 주변 산책로라 주로 거길 가요. 한강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간혹 한적한 곳도 있어요.

Lu : 망원동은 반려동물 친화적인 곳 같아요. 대부분 카페나 브런치 파는 곳이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합니다. 부담없이 사자랑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사자와 함께 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Jerry : 언젠가 소파에 앉아서 루와 힘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사자가 평소에 제 배 위에 잘 안 올라오는데 그 날은 뭔가 느낌이 이상했는지 쓱 올라오더라고요. 마치 제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사자를 안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Lu : 저는 함께 했던 첫 산책이요. 사자가 겁도 많고 낯도 많이 가려서 움직이질 않는 거에요. 제리가 사자 곁에서 괜찮다고, 안심하라고 진정시켜주고, 저는 바깥 세상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 사자 앞에서 팔을 휘적이며 체조하듯 이리저리 돌아 다녔어요. 강형욱 님이 그렇게 하더라고요.ㅎㅎ 그렇게 첫 번째 산책에 성공했죠.


Q. 마지막으로 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Jerry : 아프지 말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해주고 싶죠.

Lu : 그게 사자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지만… 정말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사자 데리고 온 뒤로 공부한다고 여러 영상을 봤더니 알고리즘이 강아지 영상 잔뜩 보여주더라고요. 우연히 강아지와 이별하는 내용의 영상을 보게 됐거든요. 너무 슬퍼서 사자를 보면 걱정이 됐거든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함께 있을 때 행복하게 잘 지내자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마지막 순간이 돼서 후회 없을 것 같더라고요.

後 Talk.
인터뷰를 마치고 나자 수줍게 건낸 사인 CD.
제리케이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HOME'이었다.
타이틀곡 'Back Home'부터 사자가 피처링한 '갈색 푸들'까지... CD플레이어는 없지만, 어느새 내 플레이리스트 상단을 차지한 소중한 곡들.

Thank you~ Jerry!!!

JerryK & Lu

힙합뮤지션 제리케이 님과
소품샵 '프롬루'를 운영 중인 루 님은
토이푸들 '사자'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