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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퍼피워킹맘과 수다 한 판

[PEOPLE] 퍼피워커 박인주, 김성희 님을 만나다

by Summer2022.04.05

유대인 속담에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엄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엄마는 신처럼 제 아이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주관한다는 뜻이다. 아이에게 엄마의 존재 자체가 아름답고 위대한 이유다.

하지만 모든 엄마의 아이가 사람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 사랑하는 아이가 네발로 걷고, 털은 온몸에 북실북실, 가끔 음식 앞에서 침을 좀 뚝뚝 흘린다 한들 또 어떠랴. 이 또한 내 새끼인 것을.

수원 영통에서 만난 박인주 님(사진 오른쪽)과 김성희 님은 안내견 출신인 라브라도 리트리버 두루와 자두에겐 신(神)보다 더 거룩한 퍼피워킹맘이다.

두 마리 크림색 리트리버를 데리고 산책을 마친 그들과 마주앉아 이야기… 아니, 수다 한 판을 시작했다.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가 봄을 재촉하는 햇살처럼 청명했다.

Q. 두루와 자두를 처음 만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두루 엄마 : 저는 두루 이전에 개를 키워본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5년 전만해도 개를 무서워했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아이들도 자라면서 어느 순간 사람이 내게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던 차에 우연히 퍼피워킹이라는 안내견 위탁 양육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신청을 하고 두루를 만났어요. 그렇게 1년여 기간 동안 퍼피워킹을 마치고 안내견 학교로 정든 두루를 돌려보냈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두루가 꼭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서 늠름하게 안내견이 됐으면 하는 소망과 탈락해서 저와 함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뒤섞인 감정이었죠. 그러던 차에 안내견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두루가 KBS의 ‘다큐멘터리 3일’에 시험에 떨어지는 내용이 방송된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재시험을 보겠지만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하더라고요. 조마조마했는데 결국은 최종 탈락해서 두루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게 됐죠.ㅎㅎ

자두 엄마 : 저는 아버지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쭉 개와 함께 자랐지만, 집안에서 대형견을 키운 건 퍼피워킹으로 만난 자두가 처음이었어요. 행복하게 퍼피워킹을 마치고 자두를 안내견 학교로 보냈는데, 그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해서 자두가 안내견이 된다고 연락을 받았을 땐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요. 자두가 안내한 파트너는 중학교 여 선생님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안내 일을 거부한 거예요. 안내견은 파트너의 보조에 맞춰서 걸어야 하는데 어떤 이유인지 자두가 움직이지 않았대요. 파트너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안내견을 할 수 없거든요. 그 당시 저는 두번째 퍼피워킹 중이었는데, 안내견 학교에서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자두를 데려오겠다고 말씀드렸죠.

Q. 두 분은 어떻게 친해지게 되셨어요?

두루 엄마 : 자두 엄마는 건너편 아파트에 살아요. 동네에서 산책하다 우연히 만나게 됐죠. 같은 랩을 키우고 있는데, 둘 다 안내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서로 도움도 받고 통하는 게 많았어요. 같은 견종을 키우며 교류하다보니 도움도 많이 받고요.


Q. 퍼피워킹을 하신 분들끼리의 모임도 따로 있을 것같은데요.

자두 엄마 : 별도의 커뮤니티는 없고, 아름아름 지인들끼리 연락하는 정도에요.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돕거나 도움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두루 엄마 : 얼마 전에는 모임을 통해서 두루가 헌혈을 했어요. 헌혈을 하면 나중에 두루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등록은 했지만, 보호자가 반려견 헌혈을 결정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안내견 은퇴한 아이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지인에게 넘어 넘어 전달받고는 헌혈을 했죠.


Q. 퍼피워킹이나 은퇴견 케어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두루 엄마 : 나이와 환경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연세가 너무 많은 분이거나 집에 있는 아이가 어려도 어려울 수 있어요. 은퇴견들은 그래도 나이가 있고 보조한 경력도 많으니 차분해서 연세 있으신 분들도 같이 걷기 수월할 것 같은데, 퍼피워커들은 30~40 대가 제일 많은 것 같아요. 랩을 제어할 수 있는 기운이 있고 하루 3번 산책을 시킬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는 게 좋죠.


Q. 퍼피워킹을 신청하면 심사 같은 절차가 있나요?

두루 엄마 : 집에 방문해서 환경을 봐요. 그리고 일부러 큰 개를 데리고 집에 불쑥 들어가면서 신청자의 반응을 살피죠. 그리고 엄청난 활동성과 털빠짐도 눈 앞에서 리얼하게 확인시켜줍니다. 그리고 “이런데도 하실 수 있겠어요?”라고 묻죠. 이걸 견디지 못하면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거든요.


Q. 개를 한 번도 안 키워본 사람도 가능할까요?

두루 엄마 : 저도 처음이었는데요. 뭐~ㅎㅎ

자두 엄마 : 오히려 개를 처음 키워보는 분들을 더 선호하세요. 오랫동안 개를 키웠던 분들은 고집이 있을 수 있으세요. 내 방식대로 하려고 하는 경향도 있고요. 반면에 처음 하는 분들은 백지이다보니 프로그램의 룰을 정확하게 지키고 공부도 열심히 하세요.

Q. 아이들과 함께 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두루 엄마 : 예전에 주방에서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제가 엄살 부린다고 생각하고 사람 가족들은 부엌에 코빼기도 안 비추더라고요. 그런데 두루만 유일하게 와서 제 안부를 살피고, 걱정해주는 거에요. 울컥했죠.ㅎㅎ 평소 두루는 랩답지 않게 무뚝뚝하고 조용한 스타일이거든요.

자두 엄마 : 자두는 제가 집 앞에만 잠깐 나가도 현관 앞에 앉아서 절 기다려요. 다른 식구들한텐 안 그러거든요. 사실 자두와는 거의 맨날 붙어 있으니까 어떤 순간보다 소소한 모든 일상들이 소중해요. 그래서 자두와 추억을 만들려고 여행도 자주 가는 편이에요.


Q. 아이들이 대형견이라 불편한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두루 엄마 : 곤란한 경우도 많았죠. 전혀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저랑 두루랑 산책하고 있을 때 위협하고 간다던가. 같이 사는 아파트 라인에 사는 할머니는 무섭다면서 저를 밀쳐서 넘어진 적도 있어요.ㅎㅎ 대중에게 안내견이 많이 친숙해졌지만, 여전히 대형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자두 엄마 : 안내견 조끼를 벗으니까 사람들 시선이 달라지더라고요. 조끼를 벗고 얼마 후 이사했는데, 그 동네에선 자두가 안내견 출신인걸 모르니까 초반에 힘들었어요. 하필 또 맨 꼭대기 층이라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눈치가 보였죠. 그래서 자두가 안내견 출신이고, 우리 가족이 대형견 케어를 오랫동안 해왔다는 사연을 적어서 엘리베이터에 붙였어요. 그랬더니 자두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생길 정도로 편해졌어요.


Q. 반대로 재미있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자두 엄마 : 엘리베이터에 붙인 자두 안내문을 보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자두를 만나고 싶다고 현관문 앞에 쪽지를 붙이고 갔더라고요. 그 아이 집에다가 ‘괜찮으니까 놀러오라’고 답장을 붙였더니, 할머니랑 그 아이가 자두를 보러 집에 놀러 왔어요. 개를 정말 키우고 싶어하는 친구라 열심히 공부하더니 어느 날 비숑을 입양했더라고요. 가끔 그 집 강아지를 봐주기도 해요. 자두 덕분에 오히려 이웃들이랑 더 친해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두루와 자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루 & 자두 엄마 : 애들이 말을 하면 좋겠지만, 말을 못해서 사이가 좋은 것 같기도 해요.ㅋㅋㅋ 넌 내게 힘이 되는 가족이니까, 오래오래 건강하고 같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 안내견학교 자원봉사 프로그램

- 퍼피 워킹
안내견으로 성장할 강아지들을 생후 8~9주부터 약 1년간 사회화를 위해 위탁?양육하는 자원봉사 활동.

- 은퇴 안내견 홈케어
은퇴 안내견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가정에서 돌보는 자원봉사 활동.

- 견사 자원봉사
견사에 주 1회 정한 요일에 방문하여 안내견을 보살피고 환경 정리를 돕는 자원봉사 활동.

문의 : mydog.samsung.com

박인주 & 김성희

박인주 님과 김성희 님은
안내견 출신 두루, 자두와 함께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