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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마지못해 빚는 '떡국'
[PEOPLE] 떡국누나의 김나형 대표를 만나다
by Eunju2023.02.22
우리집 야옹이는 아이돌, 그리고 나는 고양이 팬클럽 회장! 웹 서핑을 하다가 고양이를 닮은 소품을 발견하면 홀린 듯이 장바구니에 넣는다. 가격과 쓰임새는 안중에 없이 일단 사고 본다.
그게 바로 팬심이다. 대부분의 반려인들도 마찬가지라고 예상한다. 언제나 곁에 두고 바라보고 싶은 마음, 사랑을 이루기 위한 본능적인 감정이다.
떡국누나의 도자기 화분요정은 많은 반려인들의 소장욕을 자극한 화제의 아이템이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미야 만들면 그만이다. 어떤 사람은 분노 방지용으로, 또 다른 사람은 걱정 인형으로, 각자의 마음이 필요한 모양대로 사용 중이다.
화분요정의 뮤즈는 김나형 님의 반려견, 떡국이다. 찹쌀같이 하얗고 둥그런 형태, 귀여운 눈 코 입, 누가 봐도 떡국떡을 많이 닮았다.
나형 님, 아무래도 떡국이의 찐팬인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떡국이의 매력 포인트를 이렇게 비슷하게 묘사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빚는 그를 만나러 연남동으로 향했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떡국누나’를 운영하고 있는 김나형 입니다. 반려견 떡국이와 매일 출근하고 있어요.
Q. 떡국이는 떡국을 닮아서 떡국인가요?
비슷해요. 새해 설날에 와서 떡국이라 지었어요. 먹는 걸로 강아지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고 해서 떡국으로 지었어요. 적당히 구수하면서 된 소리라 강아지가 알아듣기도 편해 만족하는 이름이에요.
Q. 예전에도 강아지 키워본 적 있어요?
아뇨. 떡국이가 제 첫 강아지에요. 그래서 가족들끼리 작은 강아지를 어찌 할 바를 몰라서 금이야 옥이야 키웠어요. 그러면서도 자주 우왕좌왕했어요. 가정 방문 선생님도 오셨다니까요.
Q. 그런 게 있어요? 처음 들었어요. 가정 방문 교육을 받았던 이야기 궁금해요.
떡국이는 아빠가 집에 돌아오면 너무 좋아서 양복 바지를 물고 늘어지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바지 세 벌 정도를 망가뜨렸거든요. 그래서 사람 반기는 방법을 다시 가르치려고 가정 방문 선생님에게 도움을 구해 행동을 교정했어요.
Q. 모색이 흰 아이를 데려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빠가 열 살일 때 하얀 진돗개를 키웠대요. 그런데 동네에서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해요. 그래서 하얀 강아지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면 아빠의 아픈 기억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떡국이를 데려왔어요.
Q. 그랬군요. 아버지 상처는 많이 회복되었나요?
그럼요~ 떡국이가 다 했죠. 웃긴 에피소드가 있어요. 아래층에서 애들이 시끄럽게 뛰는 것 같다고 인터폰이 왔어요. 사실 아빠가 떡국이랑 신나서 뛰었던 거였는데, 창피해서 아이들이 그런 척했어요. ㅋㅋ
Q. 떡국이가 하고 있는 목걸이 뭐예요?
웰터 앤 코일(welter and coil)이라는 브랜드에서 제작했던 젤리곰 인식표인데, 뒤에 핸드폰 번호를 각인할 수 있어요. 색깔별로 소장해서 매일 옷 스타일에 따라 개스널 컬러를 반영해 착용하고 있어요.
Q. 패션에 진심이잖아! 떡국이가 옷을 진짜 잘 입나봐요.
저보다 더 신경 써서 입혀요. 저는 맨날 머리 질끈 묶고 모자 쓰고 다녀요. 어차피 도자기 작업해야하고 흙이 안 묻는 날이 없으니까요. 우리 떡국이 옷장 맛보기로 보여 드릴게요.
Q. 나형 님이 제일 좋아하는 떡국이 옷은 어떤 거예요?
반려동물 브랜드 ‘누우띠(noutti)’에서 선물 받은 옷을 가장 좋아해요. 반려견 옷과 보호자 수면 바지가 세트로 있는데, 재질이 보들보들하고 아늑해서 입으면 아주 그냥 바로 잠이 옵니다.
Q. 옷걸이 뽀짝하고 귀여워요.
떡국누나에서 출시를 고민하고 있는 강아지 행거에요. 다견 가정에서 이름과 사이즈를 헷갈리지 않게 각인할 수 있게 만들려고 테스트 중이에요.
Q. 나형 님이 이렇게 최선을 다해 돌보는 만큼 떡국이는 참 행복하겠어요. 부러운 강아지에요!
결국 떡국이도 우리 가족이니까, 이렇게 옆에서 정성껏 사랑을 주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제 마음은 ‘늘 곁에 머물고 싶은 사랑스러움을 만든다’라는 떡국누나의 슬로건과 맞닿아 있어요.
Q. 브랜드 슬로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려주세요.
떡국누나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담은 물건들을 통해 사람들이 사랑하는 존재를 투영할 수 있는 매개체를 제시해요. 반려인들은 자신들의 반려동물을 닮은 것을 보면 ‘우와 우리 애기 같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소장하고 싶어 해요. 의미가 없다면 단순한 컵으로 남을 도자기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고양이 모습을 캐릭터로 시각화 함으로써 반려인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마음의 그릇을 제공하는 거예요.
Q. 떡국누나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학부를 졸업하고 유럽 여행이 가고 싶었는데 수중에는 세뱃돈으로 받은 15만원뿐이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곰곰이 고민하다 전공을 살려서 석고로 강아지 피규어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인기가 좋아 금세 여행 경비를 모을 수 있었어요.
Q. 대단해요. 그때부터 사업을 계획했던 건가요?
아뇨. 그때는 영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공부가 너무 싫은 거예요. 학창 시절 내내 서울대를 가야 된다는 목표로 공부를 죽어라 했어요. 목적을 이루고 나니까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시간을 쓰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조소과가 취업이 어려운 전공이기 때문에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내 일자리가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누군가 나를 취업 시켜주지 않을 걸 대비해 내가 나를 취업 시키고자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가꾸었어요.
Q. 2018년 동생이 사업에 합류하기 전까지 떡국누나를 혼자 운영했다고 들었어요. 혼자서 힘들지 않았나요?
자유로우면서 외로웠어요. 때론 나의 부족함을 체감하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피드백을 줄 사람이 없으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된 느낌도 들었어요. 게다가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하고, 매출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벅차더라고요. 그래서 동생이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동생도 조각을 전공했고 눈썰미가 좋으니까 시너지가 났던 것 같아요.
Q. 동생과 함께 일하는 건 어때요?
서로 스타일이 달라서 오히려 잘 싸우지는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스타일, 그러니까 존재하지 않는 형태를 빚어서 만드는 것에 자신 있는 타입이고 동생은 기존에 있는 것들을 가지고 매치해서 연출하는 걸 잘해요. 그래서 제가 제품을 개발하면 동생이 대중적인 입맛에 맞도록 사진을 찍는 등 전반적인 디렉팅을 함께 하고 있어요.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날것의 대화를 많이 해요.? 그렇게 아웅다웅 하다가 떡국이 자는 게 눈에 들어오면 “가서 좀 만질까? 만질 때가 됐어!” 하면서 쉬곤 해요.
Q. 떡국이는 떡국누나에서 직급이 뭐예요?
가장 중요한 뮤즈! 바지 사장으로 있는 것도 있고.? 실무를 보러 밖으로 파견 나갈 때는 떡팀장으로 부르기도 해요.
Q. 브랜드 이름에 ‘떡국’이 들어가서 떡국 파는 곳으로 오해받는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어느 날 어떤 어머님이 떡국 떡 1kg에 얼마냐고 여쭤 보셨어요. 고객님 마음을 지켜줘야 하니까… 거듭 고민하다 “저희는 반려동물 용품과 소품 판매하는 곳이에요. 이름이 헷갈려서 죄송해요. 맛있는 떡국 파는 곳이 많으니까 다른 곳에 한번 문의해보시겠어요?”라고 정성스럽게 답변했어요. 그랬는데 읽씹 하셨어요. ㅋㅋㅋ 되게 쿨하게.
Q. ㅎㅎㅎ 웃픈 비하인드 스토리네요. 그래서 새로운 리빙라인은 슈슈비앙(chouchoubien)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론칭한 거예요?
그런 셈이에요. 외국인들, 특히 일본 사람들이 ‘떡국’을 발음하기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불어로 ‘귀여운, 사랑스러운’이라는 형용사인 ‘슈슈’와 ‘좋은, 좋아하는’이라는 뜻의 ‘비앙’을 합성해 ‘슈슈비앙’을 만들었어요. 떡국이가 어릴 때 슈슈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떡국누나의 슈슈비앙 라인은 러블리한 감성의 플레이트를 선보이고 있어요.
Q. 리빙 분야를 새롭게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좋아해서 시작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코로나라는 시련을 겪으면서 단순히 피규어 같은 소품만 판매해서는 브랜드를 이끌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 속에서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살펴봤는데 먹는 거에 몰입한다는 걸 알았어요. 특히 내가 뭘 먹고 있다는 걸 떠나서 갖춰 두고 먹는 걸 보여주고 싶어하는 심리,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예쁜 그릇이 소비된다는 걸 발견했어요.
Q. 슈슈비앙 라인은 그런 고민에서 탄생했군요. 반려가족의 호응을 이끌어낼 만한 디자인은 어떻게 고안했나요?
보통 사람의 식기와 반려동물의 그릇은 다르잖아요.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생각에서 착안해 소속감을 느끼고 동질감을 얻을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자 했어요.
Q. 리빙 라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때요?
기대보다 많이 귀여워해 주셨어요. 그리고 저 스스로가 리빙 제품을 만드는 게 재밌다고 느껴요. 그릇 모으는 걸 좋아하거든요.

Q. 떡국누나 인스타그램에 도자기 화분요정이 유명하던데 어떤 용도로 쓰는 소품인지 이야기해주세요.
화분요정은 유치원에서 떡국이와 친한 친구들을 위해 하나씩 만들어주면서 제품으로 정착한 아이템이에요. 용도는 딱히 정해진 건 없고 그냥 존재 자체로 귀여운 소품입니다! 최근에 전해 들었던 가장 귀여운 용도는 회사 책상에 붙여 놓고 퇴사 방지 요정으로 쓴다는 이야기였어요. 화분요정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대요. “누나 아직 그만두면 안 돼… 먹여 살릴 강아지가 있어… 내 까까를 사야 해.” 그리고 어떤 보호자님은 화분요정을 한 번에 네 개를 사셔서 가까운데 두고 슬플 때마다 볼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만든 화분요정이 위로가 된다고 하니 뿌듯했어요.
Q. 앞으로 떡국누나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브랜드의 영역을 넓히는 게 목표에요. 그릇으로 시작했지만 가치 있는 오브제를 만들고 싶어요. 유골함이나 메모리얼스톤함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의미있는 물건을 만들면, 많은 반려인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 연남동에 지내면서 떡국이랑 자주 가는 공간은 어딘가요?
저희가 바잇미 연남점 단골이에요. 출근길에 거기서 퍼프치노 한잔 때리고 ‘일하기 싫다~’ 이러면서 두둑해진 끙아 봉투를 들고 출근해요. 연남동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진짜 많아요. 아마 서울에서 가장 펫프랜들리한 동네가 아닐까요?
Q. 떡국이와 함께 하는 일상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떡국이는 퍼푸치노를 먹고 바로 걸으면 토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떡국이를 앉힌 채로 등을 토닥토닥 해서 트림을 시켜요. 마치 아기들 식후에 하는 것처럼요. 바잇미에서 떡국이 등을 두들기고 있으면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 기다려요. 그리고 떡국이가 트림을 하면 모두가 성공이라고 외치면서 기뻐하죠. 이 맛에 떡국이 키웁니다! ?
Q. 가족의 삶에서 떡국이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저에게 떡국이는 진짜 동생이에요. 그리고 엄마는 떡국이를 자식처럼 생각하세요. 떡국이 치열이 되게 고른데, 엄마는 그게 자길 닮아서 그런 것 같대요.? 떡국이는 배 아파 난 강아지에요.
Q. 나형 님과 떡국이의 ‘투게더’를 정의한다면 무엇인가요?
떡국이가 저의 모델이자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에 저희의 투게더는 ‘크리에이티브 투게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