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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서 만난 러시아 미녀와 홍대곰
[PEOPLE] 엠버엔터 캐스팅 매니저 아설 님을 만나다
by Summer2022.04.01
머리를 싸매고 마땅한 인터뷰이를 찾던 내게 “이 분 어때요?” 하며 지인이 시크하게 건넨 아이폰 속엔 ‘곰이랑 살고 있는 러시아 여자’라는 계정의 프로필이 떠 있었다.
러시아? 그럼 러시아로 곰 만나러 출장을?
자세히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니 다행히 곰을 닮은 개와 한국에 사는 러시아 여자 사람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유기견 봉사활동까지 하는 파란눈의 미녀라니…
그리고 며칠 후 ‘샌드커피 논탄토’ 신촌점에서 아설(Asol) 님과 곰을 닮은 사모예드 올리버를 만났다.
약속장소가 엇갈려 연남점에서 20분 동안 씩씩거리며 기다린 작은 헤프닝이 있었지만, 부랴부랴 도착한 신촌점 문 앞까지 꼬리를 흔들며 마중 나온 ‘올리버’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Q. 안녕하세요~ 아설 님. 우선 포블스 유저들에게 짧게 자기소개 먼저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러시아 사람, 아설이라고 하고요. 합정동에서 아들 ‘올리버’와 함께 살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Q. SNS 프로필에 곰이랑 살고 있는 러시아 여자라는 표현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사모예드 품종인데요. 곰을 닮아서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요. 동네에서도 ‘홍대곰’으로 통한답니다.
Q.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러시아에서 학교를 다니고, 졸업 후 체코 프라하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는 동안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푹 빠져지냈죠.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4년전에 한국으로 오게 되었어요.
Q. 4년이요? 한국어가 진짜 유창합니다.
감사합니다~ㅎㅎ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을 따로 다니지는 않았어요.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죠. 그래서 회화는 나쁘지 않은데 쓰기가 좀 약한 것 같아요.
Q.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처음 한국에 와서는 배우와 모델로 활동했어요. 드라마와 영화도 여러 편 출연했죠. 지금은 제가 직접 출연하는 것 보다 다른 외국인 모델들을 찾고 매칭하는 캐스팅 매니저 업무를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도 편하고, 사람도 좋아하다보니 매니지먼트 일이 더 재밌더라고요. 모델은 저 대신 올리버가 하고 있어요. 가끔 지인의 촬영에 모델견으로 참여하는데, 간식도 박스 채로 받아올 때도 있어요. 효자죠~
Q. 한국에 사는 러시아 여자와 러시아 개(사모예드)라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올리버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세요.
올리버는 한국에 와서 만났어요. 이제 2년이 좀 넘었죠. 그때 사귀던 남자친구가 선물해줬어요.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이었는데 일이 많지 않아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올리버는 외로운 제겐 진짜 친구였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제가 올리버를 자기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오히려 올리버를 미워하고 때렸어요. 그 사람한테 올리버는 가족이 아니라 선물한 물건이었나봐요. 용납이 안 됐습니다. 결국 그 남자친구완 헤어지고 지금은 올리버만 제 곁을 지키고 있죠.
Q. 아설 님이 느끼는 러시아와 한국의 반려문화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러시아는 사람들이 동물을 많이 기르는 편이에요. 고양이보다 개가 특히 많고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개를 여러 마리 키웠고,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도 모두 집사들이죠.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러시아 사람들은 개를 가족처럼 키우고 산책도 자주 시켜준다는 거에요. 주변 사람들도 동물을 그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주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개를 데려와 놓고 산책도 잘 안 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안타까워요. 가족이라는 생각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책임감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러시아와 동물을 기르는 환경도 다를 듯 합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요. 러시아 사람들은 모두 동물에 호의적이에요. 반면 한국에서는 가끔 뭐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당황스러워요. 예전에 잠실에 살았는데 함께 갈 수 있는 곳도 많지 않고, 대형견이다보니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리드줄을 더 짧고 단단하게 잡는데, 어떤 사람은 굳이 다가와서 ‘입마개 하라’고 소리지르고 가요. 꼭 그런 분들은 마스크를 안 썼더라고요. 그럴 때면 ‘당신부터 입매개를 해야하지 않나요'라고 정말 말하고 싶어요.ㅎㅎ
Q. 지금 살고 있는 합정동은 어떠세요.
합정동은 사무실(신사동)과 거리가 멀어서 불편하지만, 올리버랑 살기는 훨씬 좋아요. 모두들 올리버를 좋아해주고, 근처에 함께 갈 수 있는 곳도 많아요. 특히 여기 샌드커피 논탄토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올리버를 너무 예뻐해주세요. 늘 감사하죠~
Q. 유기견 보호시설 봉사와 임시보호 활동도 열심이라고 들었습니다.
김포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친한 외국인 친구들과 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애기들 털 빗겨주고, 똥도 치우고요. 임시보호는 지금까지 총 10마리 했어요. 그 중 6마리는 미국으로, 4마리는 한국에 새 보금자리로 보냈죠. 한국으로 입양된 4마리 중 한 녀석은 러시아 모델 친구한테 입양을 보내서 자주 만나 산책하고 놀아요. 가끔 미국으로 입양간 아이들의 소식을 듣는데 넓은 마당에 수영장까지 있는 집에 살더라고요. 저보다 나아요.ㅎㅎ
Q. 러시아 사람이 한국에서 유기견을 미국으로 보낸다는 게 좀 부끄럽네요.
동물을 입양하기 전에 제발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 작은 생명체의 일생을 내가 평생 책임질 수 있을 지를요.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건 정말 무책임한 일입니다.
Q.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계획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한국에서 올리버와 함께 사는 게 즐겁고 행복하고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겨울을 좋아하는 올리버를 위해 산책을 더 자주 나가려고 합니다. 모두 다 행복한 반려생활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