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읽기

달달한 핫초코, 그리고 호수의 아이스

[CULTURE]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개와 함께’를 추천하다

by Summer2022.03.30

누구에게나 고요히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보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얼마 전 나는 지구 반대편,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네발 동물이 전하는 놀라운 위로를 경험을 했다.

시작은 <포블스>의 리더인 알렉스 님이었다. 사무실을 배회하던 그는 내게 넌즈시 ‘개와 함께’ 이야기를 건넸다. 특히 1시즌 3회인 ‘호수의 아이스’에 이르러서는 눈가에 촉촉한 것이 찔끔 맺히기도 했다고.

감정형보다는 사고형에 가까운 그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 콘텐츠라!

그 호기심은 한동안 일렁거릴 감정 경험의 서막이었다.

인간과 개의 교감이 전하는 울림

‘개와 함께’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우리 주변의 개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뜻 익숙한 기획일지 모르나 비교불가의 완성도와 몰입감은 역시 넷플릭스답다.

2개의 시즌, 총 10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에피소드는 50분 내외로 길지도 짧지도 않게 구성했다.

‘뇌전증을 앓는 소녀와 발작 탐지견’ ‘시리아 난민의 반려견 수송 작전’ ‘반려견과 컬럼비아號 사고를 추모하는 전직 우주 비행사’ 등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빛깔을 지니고 있어 흘려 보낼 것이 없고, 반려견과 인간의 교감이 만들어 낸 깊은 울림에 마음이 울렁이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호수의 아이스’는 뭐랄까… 최고라곤 말하기는 어렵지만, 계속 마음 속에 떠오르는 그런 에피소드였다.

동화 같은 어촌 풍경 속 노견 ‘아이스’

이태리의 작은 어촌 마을의 어부인 알렉산드로는 매일 아침 반려견 아이스와 함께 호수로 나선다. 뱃머리는 늘 아이스의 차지. 혹독한 겨울에도 그들의 오랜 일과는 계속된다. 어획량이 줄어 생활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겼지만 파트너 아이스와 함께라면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다.

나는 ‘호수의 아이스’를 두 번이나 시청했다. 처음엔 마음의 거리를 두고 한 번, 두번째는 흠뻑 빠져서 한 번.

두 번째 재생 버튼을 클릭하고, 영상에 몸을 맡기자 비로소 놀랍게도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연상시키는 여름 풍광, 마을 골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아이스. 호수를 가만히 바라보는 아이스는 꼭 바다에 나간 그리운 님을 기다리는 동상의 모티프 같았다.

특히 새벽녘 호수를 바라보다 성큼 호수에 뛰어들어 백조와 유영하는 아이스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 슬프기까지 했다.

흑요석 눈빛으로 전하는 위로

뱃사람 알렉산드로가 아직 어둑어둑한 신새벽 배를 타러 나서면, 잠이 눈꺼풀에 가득한 아이스도 몸을 일으켜 그의 뒤를 휘적휘적 따른다. 그리고 둘은 한 배를 타고 호수를 유유히 가로지른다.

알렉산드로는 “아이스가 있어 배에 타는 것이 외롭지 않았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그에게 뱃일을 가르쳐준 아버지의 빈자리를 오랜 시간 아이스가 채워주었다. 아이스는 그에게 때론 아버지였고, 동료였으며, 동시에 친구였다.

알렉산드로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늙은 리트리버는 사뭇 근엄한 모습으로 뱃머리에 서서 바람을 가른다.

심리학자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있으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말한다. 옥시토신은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긴장을 낮춘다. 작은 심장이 뛰는 소리와 따스한 털 뭉치의 포근함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우리는 때로 가슴에 휑하니 뚫린 구멍을 발견한다. 그 구멍의 이름은 허무와 공허. 섣부른 외면은 오히려 뾰족한 압정이 되어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그럴 때 알렉산드로를 바라보는 아이스의 눈은 분명 허무의 구멍을 단단히 메워줄 옥토가 되어줄 것이다. 맑고 무구한 흑요석 같은 눈. 그저 묵묵한 시선이 보내는 따뜻한 위안이다.

EPILOGUE

최근 인기 있는 콘텐츠들은 속고 속이고, 선혈이 낭자한 역치를 경신하는 자극으로 가득하다. 현실은 원래 건조하고 거칠거칠한 거라지만, 가슴에 쌓이는 피로감은 어쩔 수 없다.

‘호수의 아이스’는 달달하게 마음을 풀어주는 핫초코의 따스함과 충만감을 당신의 영혼에 선사할 것이다.

봄비가 추적추적 마른 대지를 적시는 밤, 김치 부침개 한 장 준비하고 알렉산드로와 아이스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장담컨데 그보다 더 소소하고 확실한 위로와 만족은 없을 것이다.



* 개와 함께 (2018, DOGS)

장 르 : 다큐멘터리

등 급 : 12세 이상 관람가

구 성 : 2개 시즌 / 10개 에피소드

플랫폼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