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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덕업일치’ 컴플릿

[PEOPLE] 비문인식에 꽂힌 김태헌, 김수민 님을 만나다

by Eugene2022.03.28

‘우연’이 누적되면 ‘필연’이 되는 법.

우연히 빌라 입구를 총총히 드나드는 주인집 강아지를 보고 무작정 반려동물에 입덕했고, 우연히 바라본 강아지 홍체의 아름다움에 느닷없이 빠져버렸다. 공교롭게도 그 초보 반려인은 생체인식 기술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었고, 그 중에서도 연구과제가 하필 홍체 인식이었다면 스토리가 너무 작위적일까?

생체인식 기반 동물등록 솔루션 개발회사 파이리코의 김태헌 대표와 김수민 디벨로퍼는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연을 ‘덕업일치’의 필연으로 완성한 주인공이다.

시작은 주인집 강아지로부터

5년 전 어느 날. 울산과학대학교 공대 캠퍼스 커플이었던 태헌 님과 수민 님. 여느 때처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태헌 님이 슬그머니 꺼내든 ‘강아지를 입양’ 제안으로부터 사건은 시작됐단다.

태헌 : 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였어요. 4층짜리 빌라에 살고 있었고, 퇴근해 1층 현관으로 들어서는순간이었죠. 갑자기 강아지 한 마리가 제 앞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가는 거에요. 줄도 없고, 사람도 없이요. 속으로 ‘쟤는 뭐지?’라고 생각하며 따라가보니 4층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거기가 주인 집이었거든요. 엉뚱하게도 주인이 강아지를 키우면, 나도 키울 수 있겠구나 생각이 번쩍 들었지 뭐에요.(웃음) 그래서 다음날 무작정 여자친구한테 얘기했습니다. ‘우리 강아지 키우자고.’

수민 : 저는 입양을 강하게 반대했어요. 당시 둘 다 학생 신분이었고, 끝까지 강아지를 책임 질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컸거든요. 그렇게 입양 생각을 접고, 아기들 구경이나 해보자 해서 들린 학교 앞 펫숍에서 오히려 제가 덜컥 첫째 ‘뚠이’를 데려와버렸어요. 아이를 품에 안고 나니 도저히 떼놓고 올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대학원생 커플은 눈떠 보니 반려인이 되어 있었고, 옆에선 이제 두 달이 갓 지나 주먹만한 폼피츠 강아지 한 마리가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꿀 떨어지는 반려생활을 시작한 그들을 찾아온 두 번째 우연은 ‘아이 콘텍트(Eye contact)’였다.

뚠이의 홍체에 빠지다

이 작은 생명체의 재롱에 빠져 부비부비만 해도 모자랄 시간에 태헌 님은 뚠이의 깊은 눈을, 그 중에서도 안구의 홍체를 뚫어져라 쳐다 봤다.

태헌 : 뚠이를 입양하고 나서 얼마 안됐어요. 그때 전 홍체 인식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슈퍼 카메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의 홍체 정보를 몽땅 뜯어가는(?) 완벽한 하이테크 기술이었죠. 그런데 뚠이의 눈을 봤는데 홍체가 너무 예쁜 거에요. 갑자기 개 홍체를 인식해보고 싶어졌죠.

수민 : 다음날 뚠이 접종을 맞추러 동물병원에 갔는데, 인식칩을 몸 속에 이식해야 한다는 거에요.께름칙한 정도가 아니라 끔찍하더라고요. 그런데 알아보니 마땅한 반려동물 대안 인식기술이 없는 거에요. 내 아이는 생체인식을 시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망설일 것 없이 태헌 님은 곧 바로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반려동물 홍체 인식’에 대한 의견을 구했고, ‘가능성’을 ‘블로오션’이라는 확신으로 바꿨다.

그렇게 반려동물 홍체 인식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첫 번째 참여한 공모전에서 덜컥 장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태헌, 수민 커플은 어깨 깡패가 되고도 남을 만큼 으쓱했다.

기세를 몰아 ‘Pet(반려동물)’과 ‘iris recognition(홍체 인식)’의 합성어인 ‘파이리코’를 회사명으로 반려동물 생체인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안심 입양’에서 길을 찾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새로운 기술로 비협조적인 동물병원을 설득하기 어려운데다 인식을 위한 별도 장비가 필요한 것도 높은 장벽이었다.

태헌 : 답은 결국 시장에 있었어요. 인식 장치를 없애고, 스마트폰으로 방향을 바꿨죠. 인식 기술도 강아지 비문(코주름 무늬)으로 전향했습니다. 홍체에 대한 전문성은 있기 때문에 눈과 코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다중 생체인식으로 기술적인 완성도를 월등히 높였죠. 그리고 많은 시장 조사를 통해 기술의 상용화의 시작을 입양 시장에 맞췄습니다.

수민 : 저희도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펫샵에서 뚠이를 입양했어요.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입양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파이리코의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생체 인식을 통해 강아지나 고양이의 품종, 접종현황, 출신 농장, 부모의 병력 등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훨씬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까요?

이 같은 사업전략 수정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안정적인 투자도 확보했고, 지난해 6월에는 생체인식 기반 동물병원 진료후기 공유 어플리케이션 ‘피터펫’을 출시했다. 11월부터는 LG유플러스와 공동으로 ‘안심입양’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국제표준 등록을 통해 마이크로칩 등록 방식 대체를 목표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고 있다.

태헌 님과 수민 님은 바쁜 일상에서도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뚠이에 이어 보호소에서 포메라니언 ‘파이’도 입양해 식구도 늘어났다. 찐 반려인으로 진화하면서 기술의 효용 가치에 대한 확신도 더욱 명확해졌다.

태헌, 수민 : 저희가 개발한 기술이 번식장-경매장-펫샵-보호자로 이어지는 부실 입양 체계를 서서히 개선하고, 종래에는 경매장이 아닌 브리더로부터 입양하는 건전한 반려 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파이리코 지켜봐주세요~

김태헌 & 김수민

파이리코를 이끌고 있는 태헌 님과 수민 님은
반려동물의 비문인식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