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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가 수집한 고양이의 모든 것
[CULTURE] 섹시한 백과사전 ‘상절고백’을 리뷰하다
by Eunju2023.02.13
사는 게 마음 같지 않을 때 한번씩 다른 존재로 사는 상상을 한다. 만약 강아지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간식, 산책, 그리고 반려인의 사랑만 신경 쓰면 되니까 인간으로 사는 것보다 조금은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고양이로 태어났다면 지금 뭐하고 있을까? 모든 걸 나몰라라 내팽개치고 끝내주는 낮잠을 자고 있을 테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스스로가 동물이 되는 공상을 자주 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이다. 세상살이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다른 생명체로 태어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했다고 한다.
그런 호기심의 결과로 탄생한 ‘개미’는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다른 존재의 시선을 빌려 인간을 탐구하는 베르베르 특유의 기발한 우화는 최근 선보인 ‘고양이 3부작(고양이, 문명, 행성)’과도 맞닿아 있다.
20대 시절 베르베르는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전업 작가를 꿈꿨다고 했다. 2023년 지금, 그는 꿈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대표 애묘인 작가로서 고양이 백과사전을 통해 고양이 사랑을 직접 전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은 베르베르가 직접 발굴한 고양이 잡학을 다룬 책이다. 지구 최초 고양이의 모습부터 처음으로 우주를 비행한 고양이의 모습까지. 신기하고 새로운 상식이 가득 담겨 있다. 그래서 비단 고양이 집사가 아니더라도 평소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만한 책이다.
저자 피타고라스에 대하여
“제 이름은 피타고라스입니다. 실험용 고양이 사육장에서 태어난 샴고양이죠.”_7p
피타고라스는 앞서 전문에 언급한 고양이 3부작 소설의 등장인물이다. 머리에 꽂힌 USB 단자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사람 말을 이해하는 특별한 고양이다. 배우는 걸 좋아해서 웬만한 사람보다 똑똑하다.
웹 서핑을 하던 도중 피타고라스는 우연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발견했다. 그리고 고양이라는 종이 보유한 지식을 집대성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빨간 표지의 고양이 백과사전이다. 피타고라스가 설명하는 역사 속에서 고양이와 인간은 항상 얽히고설켜 있다.
영물에서 요물로
1부는 고양이 숭배와 수난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한때 인간은 고양이를 신으로 추앙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고양이를 사냥하기도 했고 이단의 상징으로 낙인 찍기도 했다.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고양이 얼굴의 여신을 만들어 섬겼다. 그리고 키우던 고양이가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 장례를 치렀다. 고양이를 괴롭힌 사람은 채찍질했고 고양이를 죽인 사람은 사형을 내릴 정도로 고양이를 소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시대는 고양이에게 혹독한 암흑기였다. 종교인들은 고양이를 흑사병의 원인으로 몰아갔다. 마녀의 부하, 타락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고양이들은 혐오와 학살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천적이 사라진 쥐들은 빠르게 증식했고, 이는 오히려 전염병 대유행을 몰고와 사람은 수 많은 죽음으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고양이의 명예는 르네상스부터 회복됐다. 사람들은 다시 고양이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피타고라스는 고양이를 싫어한 권력자들 중엔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많았다는 유머를 덧붙이며, 사람과 고양이가 과학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현대인들은 집사로서 새로운 찬양의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돈 벌어서 집고양이에게 간식을 조공하고 어쩌다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 애교를 부리면, 그 자비에 열광하는 단순한 집사의 길을 걷고 있다.
어쩌면 사람보다 나을지도
2부에서 피타고라스는 고양이의 신체 구조와 특성을 샅샅이 알려 주며 고양이의 아름다움과 우월성을 강조한다.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인간으로 사는 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몸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면서 신체와 일체를 이루는 삶을 사는 반면, 인간은 식습관이 좋지 않고 신체 리듬과 일치하지 않는 피곤한 삶을 사는 탓에 수시로 병을 얻는다.” _98p
유연한 몸과 마음을 바탕으로 유유자적, 느긋하게 사는 고양이에 비하면 사람의 생애는 불안과 초조로 가득한 시밭길이다. 배가 고플 때만 우는 고양이와 다르게 기쁠 때, 슬플 때, 상실감을 느낄 때, 그리울 때처럼 다양한 감정과 상황에서 울컥하고 눈물을 훔친다.
이런 감정선은 고양이 입장에서 봤을 때 복잡하기 그지없으며 생존에 불필요한 비효율적인 소모이다. 이런 유약한 기질의 인간을 위해 고양이는 ‘갸르릉테라피’를 제공한다. 고양이가 내는 갸르릉 소리는 인간의 마음을 진정시키며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의 세로토닌이 분비되도록 돕는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건 생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이롭다. 무엇보다 고양이는 너무… 귀엽다. 완독 후 책을 덮는 순간 독자의 마음 속에는 집사가 되고픈 바람이 새록새록 피어날 것이다.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2023)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 : 열린책들
쪽수 : 262쪽
가격 : 1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