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읽기
니가 사는 그집 - 003
[니사집] 집사 정가용 님과 환이의 집을 엿보다
by Eunju2023.02.07

일러스트레이터 정가용 님의 삶에 반려묘 환이가 들어온 지도 어느새 5년. 캘리포니아에서부터 시작된 묘연은 한국까지 이어졌다.
가용 님의 일상은 숨바꼭질이다. 환이가 좋아하는 공간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소파 팔걸이를 고집하더니, 어느 날부터는 이동장에 꽂혀서 한참 동안 그 안에 들어가 있곤 했다. 그러다 요새는 틈만 나면 옷장 선반 속 안 쓰는 쿠션에 누워 있다고 하니… 지루할 틈 없는 매직 하우스다.
“집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제 마음 같아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알지 못했던 저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환이의 입맛을 사로잡은 가구와 오브제들은 가용 님의 마음을 닮았다. 찬란한 꽃과 다정한 그림이 담긴 액자, 파스텔 톤 침구류, 원목 가구의 아늑한 분위기.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가용 님을 설명하고 있다.
묘(猫)한 입주 이야기

Q. 집사님이 모시고 있는 고양님을 소개해주세요.
환이는 5살 건장한 청년묘입니다. 풀네임은 '안정환'인데 남편 성과 제 성, 그리고 '환하다'에서 따온 ‘환’ 자를 조합한 이름이에요. 이름처럼 우리집을 환하게 비춰주는 존재입니다. 호기심이 넘치고 도도한 상남자의 면모를 갖고 있는 동시에, 겁도 많아서 금방 작아 지기도 하는 고양이스러운 고양이입니다. 깊고 맑은 푸른 눈에 살짝 꼬질꼬질한 하얀 털이 매력적인 사랑둥이에요.
Q. 환이는 어떻게 만났나요?
결혼 후 저는 남편을 따라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년간 지냈습니다. 그곳에서 남편은 회사를 다니고 저는 그림을 그리며 지냈죠. 연고가 없는 타지에서 집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외로웠어요. 남편과 고민 끝에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고, 유기묘 보호소를 3개월 정도 다닌 후 환이를 만났습니다.
Q. 환이를 만나고 집사님의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사실 저는 타고난 집순이입니다. 원래도 혼자 지내는 시간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런 성향이 환이를 만나면서 좀 더 심해졌어요. 좋은 의미로요. 외로움이 줄어들었고 마음은 열린 사람이 되었어요. 환이를 보면 우울한 감정은 금세 증발해버리고 긍정적인 기운이 생겨요.
Q. 집사로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이 있다면요?
고양이에게는 존재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어요. 눈만 마추져도, 혹은 꼬리만 살짝 스쳐도 답답하거나 단단하게 굳은 마음이 녹아내린답니다. 다만, 힘든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강제 집순이가 된다는 거예요. 여행을 계획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고, 외출 중에도 외롭게 굶주리고 있을 환이 생각에 일찍 귀가하기 일쑤에요.
집사의 공간 철학
Q. 선호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파스텔 러버에요. 그렇다고 너무 귀엽고 샤랄라~한 색은 선호하지 않아요. 적당한 농도를 가진 색감을 사랑해요. 그리고 북유럽의 인테리어 특유의 컬러풀하면서 우디한 감성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Q. 집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감과 아이템으로 꾸미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유행을 쫓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누구라도 단번에 우리집인 걸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색감을 가지고 싶어요.
Q. 한 공간에서 고양이와 잘 지내는 집사님 만의 꿀팁을 알려주세요.
적당한 무관심과 거리두기가 정답 아닐까요? 고양이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심심해 할 고양이를 위해 충분한 놀이시간을 가져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니가 사는 그집
01 LIVING ROOM
집사는 주로 방에서 그림을 그리며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거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다. 쉬는 시간과 하루 일과를 끝낸 저녁에는 보통 소파에 눕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환이는 소파 팔걸이나 집사의 다리 사이로 들어와 잠을 청한다.
얼마 전까지 집사 부부는 텔레비전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거실에서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아끼는 것은 다름아닌 텔레비전이다. 텔레비전이 없을 때는 집에 있을 때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만 했지만, 텔레비전이 생기니 오히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환이는 해먹류의 보금자리를 좋아한다. 특히 거실 창가 끝에 설치한 캣타워의 천해먹을 애용한다. 캣타워에는 투명 플라스틱 해먹도 있는데, 딱딱해서 그런지 찬밥 신세다. 집사는 바닥에도 작은 천해먹을 하나 더 깔아 주었지만 환이는 딱히 관심이 없다.
① LG / 올레드오브제컬렉션포제 / 3,400,000원
② 메이커스덴 / Designer Shelf / 350,000원
③ 아우스리푸 / 해먹 / 135,000원
④ 마레앤코 / 소파테이블 / 50,000원
⑤ 버즈가구 / 소파 / 900,000원
02 BEDROOM
빈티지 소품과 화분으로 꾸민 아늑한 침실. 다양한 오브제 중에서 집사가 가장 아끼는 물건은 '무라노 램프'다. 버섯 쉐입으로 전 세계 수집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제품이다. 집사는 이 램프가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매일같이 해외 사이트를 전전했고 해외 판매자들과 어렵사리 소통하며 공을 들였다. 노력이 있었던 만큼 집사에게 소중한 물건이다.
거실에 비하면 침실에는 딱히 고양이 전용 집기가 없는 편이다. 그래도 구석구석 숨을 곳이 많은 침실은 환이에게 재밌는 놀이터다. 환이는 푹신한 매트리스나 침대 밑 어두운 자리, 그리고 옷장안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보금자리는 집사의 체취를 맡을 수 있는 잠옷이다. 잠옷이 없을 때는 집사가 벗어 던져 놓은 옷 위에서 뒹굴기도 한다.
① 도모디자인 / 침대 / 870,000원
② 빈티지 / 무라노 램프
③ 모르 / 원형 테이블 / 350,000원
④ 이케아 / 칼락스 선반 / 70,000원
⑤ 메이커스덴 / 합판 책장 / 350,000원
⑥ 모브 / 트라이앵글 / 45,000원
03 KITCHEN
치워도 치워도 끝없이 지저분해지는 주방은 집사에게 벅찬 공간이다. 다만 커피타임은 집사가 놓치지 않는 하루의 루틴이자 휴식이다. 집사는 커피를 엄청 좋아하지만, 건강을 위해 하루에 두 잔 정도로 제한 중이다.
물을 잘 마시지 않는 환이를 위해 집사는 습식에 물을 적당히 섞어 준다. 환이는 밥을 먹으며 입에 묻은 물기를 자주 턴다. 그래서 오염이 되기 쉬운 벽지 앞에 밥그릇을 두는 건 절대 금지다. 다행히 침실로 가는 길목에 코팅이 잘 된 1m 남짓의 벽이 있다. 음식물이 묻어도 쉽게 닦아낼 수 있어, 환이의 고정 식사자리가 되었다.
① 2nd Dish / 원형 테이블
② 빈티지 / 타원형 화병
③ 이케아 / 알레피엘 사무용의자 / 279,000원
④ 맥널티 / 커피머신 / 140,000원
⑤ 다이소 / 버섯모양 뜨개 감싸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