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읽기
두목, 죽빵 사주세요
[PEOPLE] 두목커피의 박준희 님과 봉자를 만나다
by Eunju2023.02.06
시크한 멋의 올 블랙 인테리어, 그리고 카페 앞으로 늘어선 바이크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여기는 홍대에 위치한 ‘두목커피’다. 누아르스러운 분위기 탓에 괜스레 쫄아든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섰다.
두목커피에서 보스를 맡고 있는 박준희 님은 저먼 셰퍼드를 키운다. 군견이나 마약탐지견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견종이다.
용맹한 표정으로 든든하게 앉아 있는 개의 이름을 묻자 ‘봉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박한 이름… 반전 매력이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게 친근하게 느껴지며 긴장이 사르르 풀렸다. 알찬 근육을 뽐내며 펜스를 딛고 서 있는 봉자도, 두목 사장님의 표정도 다정하게 보였다.
Q.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홍대 두목커피의 보스, 박준희입니다. 저먼 셰퍼드 봉자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Q. 카페를 오픈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는 건대 인근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했어요. 카페로 전업하게 된 건 여자 친구 영향이 컸죠. 그 친구가 오랫동안 카페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Q. 평소 매장 앞에 멋진 바이크가 많다고 들었어요.
네~ 바이크 함께 탔던 아는 동생들이 카페에 자주 찾아와요. 제가 바이크를 참 좋아하거든요. 한참 여자 친구와 같이 타곤 했어요. 처음에는 뒤에 태우고 다녔는데, 그게 멋이 없다면서 여자 친구도 자기 바이크를 구입해 따로 타기 시작했어요.
Q. 지금도 바이크 타는 거 좋아하나요?
그럼요. 그런데, 제가 할리를 팔아서 카페를 열었어요. ? 그래서 지금은 못 타지만 남 타는 것만 봐도 설레요.
Q. 카페 마감시간이 ‘??시’로 되어 있어요. 정확히 몇 시에 마감하나요?
정해진 건 없어요. 제 마음대로 퇴근하려고 저렇게 적어 뒀는데, 오히려 일찍 못 들어가고 있어요.? 이 부근에 저녁 장사를 하는 카페가 많지 않아서 늦은 시간이 되면 오히려 손님들이 많이 찾아 오시거든요.
Q. 카페 콘셉트가 되게 재밌네요. ‘두목 죽빵’이라던지…
두목 죽빵은 시그니처 디저트에요. 카스텔라 속에 생크림을 한 주먹 넣었어요. 이름이 재밌어서 주문하는 손님도 있고. 무엇보다 먹든 안 먹든 간에 일단 기억에 남기는 것, 그걸 노렸어요
Q. 가장 잘 나가는 디저트 하나 소개해주세요.
원래는 저희가 팬케이크를 팔았어요. 옛날에 엄마가 해 줬던 그런 느낌의 기본 팬케이크요. 그게 참 잘 나갔어요.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반죽해서 바로 구웠거든요. 그런데 요리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지금은 메뉴에서 뺐어요. 언젠가 저녁 한정으로 다시 해볼 생각이에요.
Q. 두목커피는 반려동물 동반이 어렵나요?
네. 지금은요. 예전에 봉자가 출근하기 전에는 사모예드나 허스키, 핏불같은 대형견부터 푸들이나 페니키즈 같이 귀여운 아이들도 놀러 오고 그랬는데, 지금은 아무도 못 와요. 봉자가 짖거든요. ? 봉자가 목소리가 커서 ‘멍!’ 한 번 하면 카페 안이 쩌렁쩌렁 울려요.
Q. 카페가 봉자 영역이 되고 말았네요. 홍대에는 동반 공간이 많잖아요. 그런 카페나 식당에 함께 가본 적이 나요?
사실 봉자랑 산책 말고 동네 카페나 식당을 잘 가지 않아요. 왜냐면 동네 사람들이 제가 봉자 아빠라는 것과 봉자가 두목커피에 출근한다는 걸 알거든요. 셰퍼드를 키우는 사람이 많지 않고 산책하면서 사람들을 자주 마주치니까요. 저는 그래서 다른 공간을 굳이 찾아가지 않아요. 다만, 제 본가가 안산이라서 그쪽에서는 좀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Q. 봉자는 언제부터 카페에 출근했나요?
카페 오픈하고 6개월 정도 후부터 데리고 출근했어요. 저도 카페 일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고, 봉자는 그동안 훈련소에 있었어요.
Q. 두목커피에서 봉자 직책은 뭐예요?
영업 부장이에요.
Q. 봉자가 마케팅 수완이 좋다고 들었어요.
저번주에 일주일동안 휴가를 다녀왔어요. 오픈하고 처음 가진 휴일이에요. 그런데 손님들이 봉자는 찾고, 나는 찾지도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사장인데 말이죠. ㅎㅎ 그만큼 봉자 보고 싶어서 오는 손님들이 많아요. 봉자 자리가 창가라서 슥 지나가다가 봉자 보고 들어오기도 하고요. 당장 매장에 들어오지 않아도, 언젠가 기억하고 카페를 찾아주더라고요. 봉자가 사료값 하는 것 같아요.?
Q. 준희 님은 셰퍼드를 데려온 이유가 있나요?
여자 친구도 저도 큰 반려견을 원했어요. 게다가 둘 다 성격이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는 성격이라 ‘반려견의 끝’이라는 셰퍼드를 키우기로 결정했어요. 아마 제 인생에서는 봉자가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일 거예요.
Q. 왜 이름을 봉자라고 지었나요?
셰퍼드가 멋있게 생겨서 최대한 이름을 촌스럽게 짓고 싶었어요. 반전 매력인 거죠.
Q. 봉자는 셰퍼드인데도 우아하고 귀엽게 생겼어요.
봉자는 훈련 라인보다 쇼 라인에 가까워요. 봉자 부모견이 세계 도그쇼에서 우승도 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셰퍼드에 비해 곱게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Q. 봉자 성격은 어때요?
영리해요. 눈치도 되게 빠르고요. 비가 오거나 날씨가 안 좋아서 산책 못 하는 날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요.
Q. 봉자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저만 좋아하는 거! 나만 바라봐 주는 게 정말 좋아요.
Q. 봉자는 뭘 좋아하나요?
식탐은 없고 물욕은 조금 있어요. 공을 엄청 좋아해요.
Q. 전에는 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봉자와 함께 살아보니까 어떤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힘든 점이 많긴 해요. 일상이 온통 봉자니까요. 다행히 저는 자영업자라서 시간을 봉자에 맞출 수 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는 단점이 수십가지는 될 것 같아요.
Q. 그럼 봉자를 키우면서 느끼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그냥, 봉자를 보고 있으면 모든 단점이 다 사라져요.☺
Q. 봉자를 데려오기 전에도 산책을 자주 하는 편이었나요?
걸어 다니는 걸 싫어해서 항상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어요. 그래서 봉자를 키우면서 생활습관도 많이 바꼈죠. 산책도 엄청 자주 나가고.
Q. 산책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하루 기본 세 번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전에 길게 한 번, 아르바이트생 퇴근 전에 한 번, 그리고 퇴근 후에 마지막 산책을 해요. 손님이 적은 타임 맞춰서 중간중간 똥책도 하고요. 퇴근 후 산책은 보통 근처 산에 있는 산책로로 가는데, 거기 농구 코트가 늦은 시간에 막혀 있어서 사람이 적어요. 한적한 곳을 찾는 반려인한테 꿀팁이에요.
Q. 아는 동생이나 지인이 개를 입양하고 싶다고 하면 추천할 것 같나요?
웬만하면 안 해요. 그 친구가 가령 자영업을 한다면, 그러니까 일하는 시간이 유동적이라면 괜찮아요. 하지만 보통 회사 다니는 게 일반적이라서 추천하지 않아요. 그리고 집에서 근무해도 반려견을 키우는 건 보통 부지런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 이런 걸 모르는 몇몇 사람들은 카페에 있는 봉자를 보고 불쌍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Q. 봉자가 왜 불쌍하다고 하는 건가요?
펜스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봉자가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제가 보이는 곳에서 함께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이런 생활을 결정한 거예요. 비록 카페에서 저는 일을 하지만 언제든 봉자를 챙겨야 할 때 돌볼 수 있어요.
Q.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니까요. 봉자는 하루 종일 아빠 곁에 있으니 충분히 행복해 보여요. 준희 님은 앞으로 봉자랑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요. 행복하게, 다만 끝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재밌게 살고 싶어요.
Q. 포블스는 ‘Live Together’ 챌린지를 하고 있어요. 준희 님과 봉자의 투게더를 정의한다면 무엇인가요?
근무 투게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