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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회장님이 사랑한 털뭉치
[CULTURE] 故 이건희 회장의 애견사랑을 돌아보다
by Chloe2023.01.27
지난 2020년 고인이 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부친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탁월한 경영 수완뿐 아니라 미친(?) 컬렉팅 DNA도 고스란히 물려 받은 것으로 유명했다.
한 동안 떠들썩했던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공개된 피카소와 모네 등 세계적인 화가와 이중섭, 김환기 등 국내 대표 작가의 작품들은 그의 높은 안목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했다.
또한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던 자동차도 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병철 회장은 개인 명의로 124대의 슈퍼카를 소유했던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된 바가 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찐 애견 마니아일 뿐 아니라 국내 애견문화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혼의 단짝 친구
이건희 회장의 애견 사랑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직후 부모님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초등학생 이건희 어린이는 이방인의 설움과 외로움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이겨낼 수 있었다.
그 친구가 바로 첫 번째 반려견인 페키니즈였다. 그는 훗날 자신의 첫사랑인 페키니즈를 통해 ‘사람과 동물과 영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귀국한 이건희 회장은 평생 반려견과 함께 했다. 유독 요크셔테리어, 치와와, 포메라니언, 저먼셰퍼드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으며, 마니아로서 다수의 유럽 명견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1970~80년대 국내 애견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그는 1986년부터 길렀던 포메라니안 '벤지'를 특별히 아꼈는데, 16살까지 살다가 2009년 무지개다리를 건넌 벤지를 위해 체세포를 보관해 뒀다가 동물 복제가 가능해진 2017년 충남대 동물자원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벤지를 복제하기도 했다.
진돗개와 안내견
이건희 회장의 애견 사랑은 비단 개인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국견인 진돗개를 세계인에게 알린 건 유명한 일화이다.
그는 1975년 '진돗개 애호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한때 진돗개 100여 마리를 키우며 진돗개 혈통보존에 노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세계 유명 브리더와의 협력과 삼성그룹의 도그쇼 협찬 등 노력을 통해 진돗개의 정식 견종 등록에 힘썼고, 2005년 드디어 KC(영국켄넬클럽)과 FCI(세계축견연맹)에 진돗개가 정식으로 등록되었다.
또한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삼성화재를 통해 국내 최초 안내견 학교를 설립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삼성그룹은 안내견 학교를 기업 홍보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애견’에 대한 대중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