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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반려도 도슨트가 필요해

[CULTURE] 뉴욕의 거리에서 반려예술(?)을 만나다

by Seoyeon2023.01.13

평소 할리우드 가십을 좋아하는 나는 뉴욕(New York)이란 도시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커다랗고 화려한 빌딩과 거리, 패션과 예술의 심장, 그곳을 홀로 거닐 날이 올 줄 알았을까?

내가 경험한 뉴욕은 친절하고 따뜻했다. 웃음과 감사 인사가 넘치는 도시이기도 했다. 스몰토크를 좋아하는 반면 타인에 크게 관심이 없는 미국 사람들의 성향을 닮았다. 그런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별명처럼 밝았고, 동시에 외롭기도 하고.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져 알록달록하달까.

무엇보다 사랑이 가득한 도시였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고, 서로의 사랑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

어쩌면 낯설어서 더 매혹적이었을 뉴욕의 정취와 반려문화를 추억해본다.

친구와 계획했던 뉴욕 여행이었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나는 혼자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두려움 반, 설렘 반. 아니, 사실 내 마음 속은 온통 걱정으로 가득했다. 냅다 우주로 홀로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달까…

하지만 여행을 끝마친 지 일주일이 흐른 지금, 내게 있어 뉴욕은 세상 무엇보다 매력적이고 그리운 도시가 되었다. 뉴욕의 공기와 빛, 바람... 모든 게 그립다.

생각해보면 혼자서도 척척 지하철을 타고, 용감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혹시, 나 뉴욕 체질이 아닐까?

반려견들이 하나 같이 사람들에 무심하다는 것이 뉴욕 반려문화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강아지들은 주인의 발걸음 속도에 맞춰 총총 걸었다.

소호 거리에서 백발의 할아버지와 닥스훈트가 산책하는 모습을 보았다. 연로한 그의 느린 걸음을 기다리며 총. 총. 총. 총. 함께 걷는 반려견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예뻤다. 건강한 교감의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

서울의 거리에서 자주 보았던 아이들은 보통 산책에 신이 나 앞서 나서기 일수였지만, 뉴욕의 개들은 흥분하는 법이 없었다.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산책을 할 때 털뭉치끼리 귀엽게 인사를 하고 주인들끼리 가볍게 눈인사 후, 무심하게 지나친다. 사람의 도시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강아지들. 그들의 건강한 삶이 인상적이었다.

예술을 동경하는 나에게 뉴욕의 가장 큰 매력은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갤러리가 있다는 것. 다양하고 독창적인 작가와 장르의 전시가 넘쳐났다. 심지어 아이스크림 뮤지엄도 있다는 사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물론 나도 그들 중 하나.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그림을 감상하는 손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이 가득한 공간을 향유할 수 있다니. 그들의 유년시절이 탐났다.

배움은 훔쳐 먹는 거라는 말처럼, 무얼 보고 자라느냐가 정말 중요하니까. 어린 날의 기억에 모마(MOMA) 미술관의 앙리 마티스가 있다면? 처음 가본 뮤지엄이 메트로폴리탄이라면? 인생의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을 터.

작품을 실제로 마주해보니 앙리 마티스의 ‘춤’은 압도적이었다. 처음 마주하는 쨍한 색감에 심장이 하염없이 두근거렸다. 그 앞을 나는 한참동안 떠나지 못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도 내 발길을 오랫동안 묶어 두었다. 작품 속에서 ‘예술이 휴식을 선사할 수 있다’는 모네의 믿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앉아서 관조하다가, 때론 우뚝 서 관찰하기도 하며 수련과 함께 한 시간을 온전히 즐겼다.

그렇게 미술관은 나를 편안하게 보듬었다. 머릿속은 고요히 가라앉고, 마음속은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이 주는 공간의 힘을 나는 좋아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작품을 보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자유로운 모습이 참 좋았다.

모마 미술관은 이번 뉴욕 여행의 1순위였다. 그리고 내가 예술을, 갤러리를 좋아하는 까닭을 다시금 일깨운 공간이었다.

소호에서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매장을 들렀다. 입장을 위해 줄을 기다리는데 내 앞에 화이트 테리어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뉴욕의 웬만한 명품 매장은 반려견도 입장이 가능했다.

첼시의 리틀 아일랜드 부근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에서도 귀여운 털뭉치 커플을 만날 수 있었다. 리쉬만 있다면 매장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강아지들은 바닥에 편안히 엎드려 있고 사람들은 그 옆에서 무심하게 줄을 서 있었다.

뉴욕은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견에게도 자유로운 도시였다. 이러한 문화는 반려인들의 매너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강요하지 않아도 예절을 지키고 누가 먼저 나서지 않아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

이에 발맞춰 서울에도 뉴욕처럼 반려견에게 조금 더 열려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사람과 개, 모두가 행복한 뉴욕의 반려문화… 좋다! 참.

뉴욕은 낭만이 있다. 지하철에서 콘트라베이스와 트럼펫, 아코디언을 든 세 연주자들이 들어와 깜짝으로 벌이는 공연, 승강장의 프리허그, 갑자기 불쑥 나타나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을 선물해주는 사람.

이번 여행을 통해 뉴욕이 더 좋아졌다. 자유가 존중받는 이곳에서는 뭘 입든, 뭘 하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무관심으로 타인을 배려하지만, 처음 보는 사이도 서로를 향해 칭찬을 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뉴욕은 그런 도시였다.

2023년 1월 1일, 새해를 알리는 첫 일출을 나는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보았다. 뉴욕의 해는 별빛처럼 반짝거렸다. 온통 뉴욕에 취해 있던 터라 모든 순간이 극적이었을 지 모른다.

브루클린 브릿지 위는 새해를 축복하는 뉴욕커들로 북적였고, 반려견과 조깅하며 새해를 맞는 사람들도 여럿이었다.

2023년 첫 날. 낭만과 사랑, 털뭉치가 어우러진 이방의 도시의 새벽 바람이 불현듯 옷 속을 파고들었다.

모두들... Happy New Year!

서연

패션과 예술을 사랑하고
모든 털뭉치가 사랑받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서연 님은 미래의 반려 뉴요커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