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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가 산으로 간 까닭

[PEOPLE] 별밤하루 삼둥이와 이현아 님을 만나다

by Gayeon2023.01.11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아니, 우리는 누구나 변한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같을 수 없다. 상황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고, 태도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상황을 바꿀 크고 작은 수 많은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그 선택이 결국 우리이고, 선택의 방향과 결과는 때론 우리를 낯선 곳에 홀로 세우기도 한다.

M본부 사업국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 이현아 님은 유기견 ‘밤이’를 입양할 결심을 하면서 인생의 궤도가 180도 바뀌어 버렸다. 자칭 ‘집순이’였던 그가 운전을 하고, 산과 바다로 떠나는 캠핑이 즐거워 졌으며, 염세적이던 머릿속엔 꽃과 계절이 입력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아 님의 회색 세계를 온통 알록달록 총천연색으로 만들어 놓은 별, 밤, 하루를 만나기 위해 청담동 카페로 향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해주세요.
별, 밤, 하루 삼둥이와 캠핑과 여행을 즐기며 반려생활 중인 이현아라고 합니다.

Q. 별이와 밤, 하루를 만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밤이는 제 첫 강아지인데 유기견 공고를 보다가 반해서 입양했어요. 그 후부터 습관적으로 포인핸드를 보곤했는데, 별이가 눈에 들어왔어요. 임보를 하다가 좋은 곳에 입양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데려왔는데, 오자마자 바로 둘째가 됐어요.ㅎㅎ
셋째는 진짜 힘들어서 입양 계획이 없었어요. 하루는 구조자 분의 인스타를 보고 이동봉사만 도와 드리기로 했었는데, 그 날 밤 11시에 구조자 분께 다급하게 연락이 온 거에요. 이번이 두 번째 파양인데 데리고 계신 분이 “하루도 못 데리고 있겠다”고 한 모양이에요. 아이를 학대할까봐 걱정돼서, 저한테 하루만 맡아 달라고 전화를 한 거였어요. 그래서 이름이 ‘하루’랍니다. 그렇게 임보를 하다가 한 식구가 되었어요.

Q. 임보하다가 입양하는 분들 보면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저는 오히려 임보를 하다가 입양을 보내는 분들이 더 대단했어요. 너무 정들어서 못 보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입양을 보내야 선순환이라고 들었어요. 계속 그런 임보 가정이 유지가 돼야 입양이 활성화되는데, 입양된 친구에겐 좋은 일이지만 임보 가정이 하나 없어지는 거니까요. 자기 마음이 아플 걸 알면서도 더 좋은 환경으로 입양을 보내고, 다른 아이를 데리고 와서 임보를 또 하는 게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Q. 별밤하루 전에도 개를 키워 본 적이 있나요?
개를 어릴 때부터 엄청 좋아했지만, 키우지는 못했어요. 제가 어느 정도로 개를 좋아했냐면, 기억도 안 나는 어린 나이에도 동네에서 개만 지나가면 너무 좋아서 울었대요. 옛날 사진을 보면 다 개를 끌어안고 찍었을 만큼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그 때 엄마가 원래 개를 키울까 생각하셨는데, 나중에 개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제가 그걸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못 키우게 하셨어요.

Q. SNS올린 별밤하루 사진을 보면 보통 수준이 아니에요. 원래 사진 관련된 일을 했었나요?
아니요! 그냥 쌩 초보였어요. 아이들이랑 함께 할수록 모든 순간들을 사진에 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카메라와 렌즈가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어요.ㅎㅎ 아직 1000장 찍으면 한 두 장 건지지만, 그래도 과거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진화하고 있는 게 보여서 다행이죠.

Q. 현아 님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 한국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풍경이 멋져요. 마치 유럽같아요!
저도 한국에 이렇게 예쁜 곳이 많은 줄 얘네 만나고 알았어요. 원래 저는 집순이라 맨날 부모님이 “왜 날도 좋은데 안 나가냐”고 많이 말씀하셨거든요.ㅎㅎ 아이들 만나고 운전도 처음, 캠핑도 처음, 산도 처음. 집순이에겐 모든 다 처음이에요!

Q.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셈이네요.
반려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엄마한테 “내가 이렇게 잘 노는 사람인지 몰랐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는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일했는데요. 그때는 굉장히 염세주의적이었거든요. 지금은 인터넷에서 요즘 어디에 꽃이 예쁘다더라, 어디 바다가 멋지다더라 하는 걸 매일매일 검색해봐요.
원래 부모님이 여행을 엄청 좋아하셔서 어렸을 적에 항상 저를 데리고 다니셨는데, 제 눈에는 다 똑같은 산이고 풀이었어요. 그래서 불만이 많았죠. 그런데 그 곳들을 제가 얘들과 다니고 있어요.ㅋㅋ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님 마음이 많이 이해되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이랑 서먹했던 감정들도 많이 풀렸어요.

Q. 별밤하루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곳만 추천해주세요.
일단 여수에 있는 낭도에요. 제가 벌교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들린 돈가스집 사장님이 추천해주신곳이었어요. 여자가 혼자 큰 개를 두 마리(하루 입양 전)를 데리고 여행하는 모습이 신기하셨나봐요. “집에 갈 때 여수와 고흥 사이에 섬 4개를 연결한 다리가 있으니 꼭 거기를 들렸다 가라”고 하시는 거에요. 백리섬길 드라이브 코스인데, 계획은 다리만 건너고 서울로 올라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낭도라는 곳이 너무 아름다운 거에요. 거기서 계획에 없던 일주일을 지냈어요. 내가 정말 한국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아쉽지만 지금은 유명해져서 아이들에게 그닥 친화적이지 않은 분위기인 것 같아요. 야영장은 소형견만 가능하게 바뀌었다고 하고요.





Q. 낭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게 된 것같아 조금 아쉽네요. 나머지 두 곳은 어디인가요?
제주도와 영남 알프스를 추천하고 싶어요. 제주도는 밤, 별이랑 한 4~5번 정도 다녀왔어요. 저희는 유명한 곳보다 오히려 차 타고 가다가 멋진 곳이 보이면 그냥 내려서 뛰어 놀아요. 제주도는 워낙 이국적이라 좋은 곳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한림읍 금능을 특히 좋아해요. 금능에 가면 얘들도 너무 좋아해서 3박 4일 텐트 치고 거기서 안나와요.ㅎㅎ
영남 알프스는 밤이랑 5년 전에 처음 갔어요. 백패킹 완전 초보였는데, ‘산이 이렇게 예쁘구나’와 ‘산에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구나’를 동시에 느낀 곳이라 정말 기억에 남아요. 5년째 영남 알프스를 프로젝트처럼 매년 가고 있어요. 올해도 갈 거고요. 갈 때마다 같은 장소에서 사진이 찍는데, 그게 되게 좋더라고요. 처음에 갔을 때는 밤이만 있었는데, 3년 뒤에는 별이가 있고, 작년부터는 하루도 함께 있고요. 초보자를 위한 코스도 있으니 꼭 한 번 가보세요.

Q. 현아 님이 제일 듣기 싫다고 했던 질문을 물어볼게요. 별밤하루의 종은 뭔가요?ㅎㅎ
별이랑 밤이는 미국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서 결과가 나왔는데, 하루는 이제 검사해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밤이는 ‘브리타니 스파니엘’이랑 ‘비글’ 반반이에요. 흔하지 않은 믹스라고 하더라구요. 그냥 우연히 믹스가 될 수는 없는 종이라 알아봤는데, 사냥하시는 분들이 기능성에 따라 믹스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밤이는 그쪽에서 온 것 같아요.
별이는 보더콜리가 할아버지인 진도 믹스에요. 모색은 보더콜리 블루멀에서 나온 것 같아요. 하루는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부모견이 제주에서 사냥을 하던 친구들이 아닐까 싶어요. 밤이보다 훨씬 새에 대한 반응이 빠르거든요. 보통 사냥감을 보면 소리를 내지 않는데, 하루는 깍깍거리면서 새를 쫓아 달려가요. 자기 위치를 알리는 거죠. 한 번은 산에서 우연히 사냥을 하는 분을 만났는데, 하루가 보기에는 엄마가 되게 무능한 사람으로 보일 거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목이 터져라 알려주는데 엄마는 혼만 내고 안 잡아주는 거라면서요. 첨 들어본 얘기인데 맞는 말인 것 같아요.ㅎㅎ

Q. 세 마리 모두 성향이 다를 텐데, 성향에 따라 어떤 활동을 즐기는지 궁금해요.
아이들 성향이 너무 달라서 제 주변 분들도 우스개 소리로 별이를 먼저 키웠으면 카페에만 다녔을 거라고 하세요. 하루나 밤이는 산에 가면 같이 뛰는데 별이는 산에 가도 저랑 맞춰 걸어요. 그래서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을 별이랑만 해요. 다른 친구들은 제가 맞춰서 뛰려면 오버 페이스가 돼서 지쳐요. 근데 별이는 저를 적당히, 은근히 끌어주거든요. 저처럼 야매(?) 러너들이 데리고 뛰기 좋아요.ㅎㅎ 하루 같은 애들은 정말 선수들이 데리고 뛰어야 하고요!

Q. 성격도 모두 다를 것 같아요.
밤이는 차분한 걸 좋아해요. 자기 성향이랑 맞으면 잘 뛰어 노는데 누가 갑자기 와서 부딪힌다거나 처음 보는 친구가 막 놀자고 들이대면 모르는 척해요.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ㅎㅎ 별이는 에너지 자체는 굉장히 좋은데 꼭 어떤 체력 소모를 하는 활동이 아니라도 카페에 가서 한 3~4시간 사람들한테 이쁨 받고 와도 만족해 하는 스타일이에요. 하루는 아직 너무 어려서 아직 성격 형성 중인 것 같아요. 지금은 그저 자유로운 영혼이죠~

Q. 재밌고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제가 어릴 때부터 워낙 개를 좋아하다 보니까 부모님이 강아지 인형을 사주셨었어요. 그 인형이랑 삼둥이가 같이 자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 다른 장난감들은 30초면 분해되는데, 그 강아지 인형만 입도 안대요. 뭔가 확실히 눈치가 있는 것 같아요.ㅎㅎ 그 인형이 불독 인형이라 저는 항상 불독을 키울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운명같기도 한데 포인핸드에서 불독을 검색했을 때 밤이가 나와서 가족이 된거에요.ㅋㅋ

Q. 그래도 아직 대형견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은 분들이 많잖아요.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정말 힘들었죠. 밤이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땐 10번에 한 번 꼴로 경찰을 불러야 했어요. 별이까지 데리고 와서는 정말 이런 게 바로 ‘혐오’라는 걸 느꼈어요. 개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어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아무래도 제가 여자다 보니 더 심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막 대들었어요. 예전엔 가검(가짜 칼)을 차고 다닌 적도 있어요. 뽑히지 않는 검이지만 그 정도로 시비를 많이 걸어서요. 요즘에는 고프로를 들고 다니기도 해요. 그럼 사람들이 말을 안 걸거든요.

Q. 비단 동물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분노와 혐오가 예전보다 더 심해진 느낌이에요.
저도 그렇게 느껴요. 시비를 거는 분들의 편협하고 왜곡된 생각도 있겠지만, 사실 20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렇다면 뭔가가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미디어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Q. 아이들과 현아 님의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한동안 일을 쉬고 있었는데, 최근부터 다시 출근을 하고 있어요. 출근하기 전에 아이들 한 번씩 산책 시켜주고, 퇴근하고 또 산책을 해요. 하루는 집에 놔두면 음식을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혼자만 강아지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요!

Q. 별, 밤, 하루와 하고픈 현아 님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올해 버킷리스트는 ‘피엘라벤 클래식(fjallraven classic)’*을 나가는 거예요! 제주에서 열린 피엘라판클래식을 참가했는데 한라산 때문에 반려견 동반이 안 되더라구요. 해외에는 반려견이 안된다는 규정이 아예 없다고 해요. 그래서 개랑 같이 가기에는 독일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5월에 티켓팅 성공하면 별이랑 같이 가보려고 해요.

* 피엘라벤 클래식
'피엘라벤 클래식'은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이 주최하는 트레킹 어드벤처 프로그램으로 매년 스웨덴, 독일, 미국, 덴마크, 홍콩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린다.

Q. 추천하고 싶은 반려용품 브랜드가 있나요?
지금도 아이들이 입고 있는 ‘뮤니쿤트’를 추천해요. 다른 브랜드는 특정 견종을 모델로 많이 쓰는데 뮤니쿤트는 믹스 아이들도 많이 쓰시더라구요. 그런 게 마음에 들었어요.
또 ‘러프웨어’라는 브랜드가 있어요. 러프웨어는 샘플 테스트를 하는 개가 모두 다 믹스견이래요. 어떤 개도 똑같은 체형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정형화된 견종으로 테스트를 하면 핏의 범용성을 제대로 테스트를 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Q. 포블스는 ‘LIVE TOGETHER’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요. 현아 님과 별밤하루의 ‘투게더’를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개고생 투게더’가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사실 개고생한 것만큼 기억에 남는 것도 없으니까요.ㅎㅎ





後 TALK.
별밤하루와 함께 진행한 이번 인터뷰는 압구정로데오에 위치한 카페 드로우지(café drowsy)의 루프탑에서 진행했다. 여기 시크하게 뼈때리는 포스터가 하나 있어 공유해본다.
“책임 지던지, 아님 당신의 개가 책임지도록 가르쳐라!”?

이현아

전국 방방곡곡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캠핑과 트레킹을 즐기는 이현아 님은
별이, 밤이, 하루 삼둥이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