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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찾는 개와 노인
[CULTURE] 영화 ‘트러플 헌터스’를 리뷰하다
by Chloe2022.12.28
인간과 개는 과연 어떤 사이일까?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방법일까?
다큐멘터리 영화 ‘트러플 헌터스(The Truffle Hunters)’는 보는 내내 평소엔 생각해보지 않았던 ‘반려’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세계 3대 식재료 중 하나인 트러플(송로 버섯) 최대 산지인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Piemente) 지역에 살고 있는 4명의 베테랑 트러플 헌터(채취꾼)와 탐지견의 일상을 드라이하게 거리를 두고 보여준다. 섣불리 관찰자가 끼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담담함에 심장은 울렁이고 눈시울은 뜨거워진다. 결국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의 본질은 트러플이 아니라 털뭉치와 함께 나누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미식 산업과 반려의 경계에서
트러플은 푸아그라, 달팽이 요리와 더불어 미식가의 3대 진미로 손꼽힌다. 재배가 어렵고 훈련받은 개를 이용해서만 수확하기 때문에 ‘땅 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릴 만큼 가치가 높다.
또한 미식 산업의 규모가 성장하고, 더욱 고급한 식재료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트러플 시장도 등급과 가격을 매기는 시스템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산에서 개와 함께 채취한 버섯을 지역 유통업자에게 현금을 받고 팔던 노회한 트러플 헌터들은 이런 현대적인 변화가 마뜩잖다. 심지어 탐욕과 질투에 눈이 멀어 유능한 탐지견에게 독이 든 미끼를 먹여 죽이는 비정한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4명의 트러플 채취꾼 중 한 명은 그의 재능을 시기한 사람이 놓은 독약으로 사랑하는 개를 잃고 트러플 헌터를 그만두었다. 예전에는 재미 삼아서, 개와 놀아주려고, 자연을 만끽하려고 시작했던 트러플 채취가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바뀌었다. 이런 사정을 알 턱이 없는 개는 트러플 채취를 떠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노인과 개의 엔딩이 해피하기를
영화가 조명하고 있는 4명의 트러플 헌터 중에서도 노인 ‘아우렐리오’와 그의 탐지견 ‘비르바’의 스토리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결혼도 하지 않고 트러플 채취에만 빠져 지낸 아우렐리오의 개, 비르바는 유명한 트러플 헌팅독이다. 한 번은 비르바를 돈 주고 사겠다는 사내가 찾아와 백지수표를 내민 적도 있었을 정도이다.
아우릴리오는 비르바와 트러플을 채취하고, 팔고 남은 트러플로 스튜를 만들어 비르바와 함께 식사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요즘 그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자신이 떠나면 홀로 남겨질 비르바 때문이다. 그의 남은 생이 비르바보다 짧을 거라고 생각한 노인은 비르바를 돌봐줄 사람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우렐리오는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 비르바를 안고서 이렇게 속삭인다.
“너는 트러플을 잘 찾고, 사람도 잘 따르니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을 거야. 어렵겠지만, 좋은 여자를 찾아서 이 집을 줄 테니 너를 잘 돌봐달라고 할거야. 언젠가 이 아빠는 긴 여행을 떠날 테니까.”
영화의 기록은 여기서 멈추지만, 부디 노인과 비르바의 마지막이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 트러플 헌터스 (2020, The Truffle Hunters)
감독 : 마이클 드웩, 그레고리 커쇼
출연 : 아우렐리오, 비르바 외
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다큐멘터리
러닝타임 : 84분
플랫폼 : 웨이브, 애플TV, 구글플레이,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