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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홍승희 님과 밀루가 답하다
[問101] 반려인 101명에게 묻다
by Gayeon2022.12.23
우리는… 길바닥에서도 우리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는 사이야. 서로를 제일 의지하지만 또 너무 집착하기도 하지. 나는 밀루가 안보이면 불안하고, 밀루는 내가 안보이면 서러워해. 그런데 밀루 아빠는 우리가 쇼윈도 개엄마랑 강아지래. 죽고 못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에서는 그냥 각자 할 일하고 데면데면하거든.
내가 보는 밀루는… 정말 괴팍해. 우리 강아지라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강아지들이랑 너무 달라. 궁금한 것도, 좋은 것도, 가보고 싶은 곳도 정말 많아. 싫고 무서운 거는 더 많고. 그리고 그 모든 걸 표현해서 진짜 진짜 특별해.
밀루가 보는 나는… 밀루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 이건 확실해. 그렇지만 때로는 화를 많이 내서 자꾸만 눈치보게 되는 엄마일까..? 뭘 하면 안 되는지 알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려고 하니까 엄마가 열불이 나지. 오늘도 화내지 말고 사랑만 해주자 다짐하는 하루였어.
우리의 일상은… 정말 규칙적이야. 눈뜨면 밥 먹고 나가서 산책하고. 돌아와서 밀루는 한숨 때리고 엄마는 일하거나 집안일을 해. 자다가 출출해지면 일어나서 밥달라고 손을 자꾸 내 무릎에 올려 놔. 그럼 밥 먹고 또 산책 가고. 산책이 끝날 즈음에 퇴근하는 밀루아빠를 만나서 다같이 기쁨의 춤을 춰. 집에 와서 엄마아빠는 밥 먹고 밀루는 또 자. 밤에 자는 애 흔들어 깨워서 쉬하고 와서 다같이 잠들면 우리의 하루가 끝나.
집에서 일하다 보니 산책이 규칙적이고 시간적으로 할애가 많은 편이야. 덕분에 모든 계절 바뀌는 햇살이랑 바람도 느끼고, 회사 다닐 때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들도 볼 수 있어서 밀루에게 너무 고마워. 뛰는 산책, 냄새 맡는 산책, 친구나 사람들 만나는 산책 돌아가면서 다양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건... 요즘 우리는 여의도 한강공원에 앉아서 과일이랑 까까 나눠 먹으면서 철새 구경하는 걸 좋아해. 아, 우리가 확실히 좋아하는 건 우리끼리 좋은 곳에 있는 거야. 방해받는 걸 싫어하지. 그래서 산책 중에 누가 말을 걸면 왕왕 짖기도 해. 사랑스러워서 말을 걸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꿈꾸는 건…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에 비해 밀루는 너무 짧게 있다 가서, 밀루가 죽기 전에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작은 마당이 있고(크면 더 좋지만) 마당을 나오면 좋은 산책로가 있는 그런 곳 말이야.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매년 열심히 여행 다녀야겠다고 생각해. 어려운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좋은 곳에서 뛰어놀고 냄새 맡고 앉아서 햇빛 쬐면서 쉬고, 그런 걸 더더더 많이 하고 싶어.
밀루가 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면… 엄마가 밀루를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또 사랑한다고 해줄거야. 그리고 말 좀 잘 들으라고.
쉿! 이건 비밀인데… 친오빠가 데려온 밀루의 본명은 땡칠이였어. 이건 진짜 비밀이야. 얘가 우리한테 오기 전에 ‘언젠가 땡땡의 모험에 나오는 밀루같은 하얀 중형견을 키울 것이고, 이름은 밀루로 지을 것이다’ 했었거든. 근데 영 다른 애가 인연이 되서 그냥 이름만 밀루로 개명했어. 쑥쓰러운 과거니까 비밀 지켜줬으면 해.
아 그리고 비밀 한가지 더 있어. 밀루는 엄청난 방구쟁이야. 횡단보도에서 부악 하고 방구를 뀌어서 내가 오해받은 적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