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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하고, 밍숭해서 좋은 친구들

[PEOPLE] 식물상담소 소장님 이강미 님을 만나다

by Gayeon2022.12.19

우리는 황당하거나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는 투머치 토커들에게 종종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말할 때가 있다. 언제부터 인지 모를 정도로 오랫동안 사용해온 관용어구이다.

하지만 이 흔한 비유를 식물상담소를 운영 중인 이강미 님 앞에선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오늘 만날 강미 님에겐 개와 풀 모두 허트로 할 수 없는 애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밍구와 밍글이, 멍멍이 밍순이, 그리고 수 많은 식물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강미 님은 아픈 식물들을 진단하고,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 ‘개 풀 좋아죽는 소리’(?)를 청해보았다. 그게 어떤 소리냐고? 이제 시작하니까 집중하고 귀 기울여 보자.

Q. 강미 님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마포구에서 ‘허밍그린’이라는 식물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강미라고 합니다. 고양이 밍구, 밍글이와 강아지 밍순이와 함께 지내고 있어요.

Q. 허밍그린은 식물상담소라고 더 알려져 있던데요. 정확히 어떤 곳인가요?
식물에 관심은 많지만 사실 식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잖아요. 그냥 물을 주는 것이 끝은 아니거든요. 허밍그린은 식물을 키울 때 사용하면 좋은 용품 판매부터 손님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식물 추천, 상담, 아픈 식물 치료와 입원치료, 호텔링까지 하고 있어요.

Q.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편집샵 같다는 분위기가 물씬 들어요.
처음부터 편집샵같은 느낌을 생각하고 꾸몄어요. 가드닝이나 식물 키우시는 분들 중 아직도 집에 제대로 된 도구를 갖고 계신 분들이 거의 없어요. 적당한 도구를 사용하면 더 편하고 더 재밌게 식물과 반려생활을 할 수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그런 즐거움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도구도 개발하고 있고, 예쁘거나 특이한 식물들은 수입해서 판매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상담이 제일 큰 일이기는 해요. 아픈 식물들을 데리고 오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Q. 어떤 식물들이 치료받을 수 있나요?
보통 생각하기에는 비싸거나 희귀한 식물일 것 같지만, 내게 소중하면 몇 천 원 짜리 식물도 많이 데리고 오세요. 그리고 ‘얘는 이제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말씀을 드려도 ‘끝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싶다’는 보호자들이 많으세요. 그런 분들은 미련 없이 아이를 보내주시더라고요. 제가 느끼기에는 식물도 개나 고양이 못잖게 반려인이 많아질 것 같아요.

Q. 식물 상담소를 차리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연남동에서 가죽 공방을 운영했었어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취미로 배운 가죽 공예가 너무 재밌어서 업이 된 거죠. 가죽 공예도 한 10년 했어요. 공방을 차려서 온라인이랑 오프라인에서 클래스도하고 판매도 했어요. 처음에는 손님들을 접객하는 게 힘들었어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때 공방 앞에 식물들이 많았는데, 동네 분들이 ‘이 꽃은 뭐냐’ ‘이 식물은 어떻게 키우냐’고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시작했죠. 그리고 우연히 동네 멕시코 음식점 사장님이 겨울에 죽었다고 내놓은 식물을 제가 양해를 구해서 겨우내 잘 케어해서 잎이 무성한 모습으로 돌려드리기도 했죠. 그게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저 집에 갔더니 죽은 식물이 살아났다고! 그렇게 사람들이 식물 상담으로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Q. 가죽 공예를 포기할 정도로 재미있었나 보네요.
재미도 있었지만, 사실 가죽공예에 실증이 나고 있었던 참이었어요. 손으로 만드는 거에 대한 값어치를 사람들이 너무 모르는 것 같고, 자꾸 제품 카피 문의만 들어오니까 지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취미로 공방 앞에 A4 용지에 식물 병원이라고 써 붙여 놓고 무료 식물 상담을 시작했어요. 취미 수준에서 상담과 치료를 하다보니 공부를 해야겠구나 느껴져 방통대 농학과에 편입했고, 거기서 ‘식물의학’이라는 교과목을 집중해서 공부했어요. 사실 원예는 농업에 비해 병충해들이 한정적이고 소규모이거든요. 그 공부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식물 상담 일을 시작했어요.

Q. 손님들의 연령층도 다양할 것 같아요.
주 고객층은 2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까지에요. 초등학교 4학년 고객도 3명이 있어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인데 각자 식물을 갖고 온 거에요. 저는 이 서비스를 어리니까 더 잘 알려줘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무료로 해줘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래서 원인은 알려줬지만, 상담 예약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일러줬죠. 다음날 어머니한테 얘기해서 예약하고 왔더라고요.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방문했고요.ㅎㅎ

Q. 그렇게 식물 상담소가 입소문이 났군요.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많이들 알고 오세요. 재방문 손님들도 많고, 소개받은 분들도 많이 오세요. 사랑방 같은 느낌으로 친근하게 얘기하다보니 인생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20대 초중반 친구들은 고민이 되게 많잖아요. 도시 생활을 하다보면 편하게 얘기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고요. 식물을 들고 와서 식물 얘기 10분, 자기 얘기 30분 하고 가기도 해요.ㅋㅋ

Q. 반려 식물과 반려 동물의 매력은 각기 어떻게 다른가요?
동물은 아무래도 식물보다 유대감을 더 깊게 형성할 수 있죠.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반면 식물은 오래 한 나무를 키우게 되면, 그 나무의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내가 알잖아요. 가지치기를 하면서 모양을 만들 수도 있고요. 어떤 모양으로 키울 수 있을지도 상상해볼 수 있고 그렇게 잘 자랐을 때 뿌듯한 게 있는 것 같아요.

Q.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분들이 특별히 피해야 될 식물이 있을까요?
저희 밍구(고양이)도 식물을 잘 뜯어 먹는 편이거든요. 고양이들이 특정 식물을 좋아하는데 잎이 가늘고 긴 야자류를 많이 뜯어 먹어요. 이걸 삼키거나 많이 먹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몬스테라(monster)는 조심하셔야 해요. 그리고 잎을 잘랐을 때 하얀 액이 나오는 고무나무라든가, 천남성과 식물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어요. 그래서 식물을 뜯어먹는 친구라면 식물을 안 키우는 게 더 좋기는 해요. 저는 예전에 밍구가 작업실에 같이 있을 때 밍구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을 따로 심어주고 다른 건 손 못 대게 높이 올려놓고 키웠답니다.

Q. 반려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는 팁을 하나만 알려주세요.
일단 우리집 환경과 내 성향을 확인해야 해요. 집에 햇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내가 얼마나 식물에 시간을 할애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지 체크해서 거기에 맞는 식물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만 키우는 게 좋아요. 그리고 ‘나는 선인장도 죽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선인장은 쉬운 식물이 아니에요. 키우는 방법을 알면 잘 키울 수 있는데 방법을 몰라서 죽이는 경우가 많죠. 약간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식물들은 엄청 애지중지 키우지 않는 편이에요. 분갈이, 일조량, 환기, 물주기, 관찰하기 정도 기본적인 걸 잘 챙기고 알아서 크게해요. 너무 과한 관심은 오히려 식물한테 안 좋거든요.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영양제도 주고… 이런 식의 과잉 관리를 하면 오히려 잘 죽어요.

Q. 고양이 밍구, 밍글이, 강아지 밍순이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밍구는 12살된 검정 고양이고, 밍글이는 10살 노란 모색 고양이에요. 밍순이는 7살 막내입니다.

Q. 밍구는 길에서 강미 님이 구조했다고 들었어요.
전 한번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고, 오히려 무서운 존재였는데,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너무 예쁜 2~3개월된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어요. 예쁘다 하고 지나가려는데 피를 흘리고 있는 거에요. 가까이 가봤더니, 배가 찢어져서 내장이 보일 정도로 위독한 상황이었어요. 그날이 주말이었는데 구청에 전화했더니, 구청에서 하루 재우고 내일 병원에 데려간다며 그럴 경우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구조했는데 죽게 둘 수는 없잖아요. 그 때 개를 키우고 있어서 다니던 동물병원을 찾아가 부탁했어요. 당시 백수라 전 재산이 10만원 뿐인데, 수술을 해달라고. 그렇게 겨우 수술을 마쳤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깜빡하고 카라를 해주지 않아서 밤새 수술 실밥을 다 풀어 놓은 거에요.ㅠㅠ 저는 고양이 혀에 돌기가 있어서 까끌까끌한 줄 몰랐거든요.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은 다 써버렸고, 병원에서는 이미 상처가 많이 곪았다고 하고. 하는 수 없이 병원에서 알려준대로 카라를 하고 소독을 2~3개월 동안 열심해 해줬더니 상처도 아물고 건강해졌어요. 원래는 다른 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그새 정이 들어서 못 보냈죠. 그렇게 눌러 앉게 되었어요.

Q. 그럼 밍글이는 어떻게 만났나요?
밍구가 2살 지났을 때였나? 집 밑에 항상 길고양이들이 아기를 낳는 장소가 있는데, 이틀 내내 아기 고양이가 우는 거예요. 가봤더니 상자 안에 작은 고양이가 눈도 못 뜬 채로 있는 거예요. 상자 안에 수건이랑 우유가 있더라고요. 이미 사람 손을 탔고, 어미한테 버림받은 상태였어요. 작업실에 데려와서 2개월 동안 2시간 간격으로 인공 수유를 하며 키웠어요. 그러다가 밍글이도 부모님한테 걸렸어요. 아버지가 ‘이번엔 봐주지 않겠다 집에서 나가라’고 하셔서 쫓겨났어요.ㅎㅎ 그 때 가죽 공예를 하고 있었거든요. 어차피 공방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잘됐다 싶어서 연남동에 오픈하게 됐죠.

Q. 밍순이도 스트리트 출신인가요?
밍순이는 제가 가죽 공방을 접고 난 뒤에 데리고 왔어요. 저는 평생 개를 키웠거든요. 오랫동안 키웠던 시츄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지 얼마 안 돼 개에 대한 헛헛함이 컸어요. 고양이랑 개랑은 너무 다르니까! 지나가다가 개만 봐도 귀엽고, 눈에 아른거려서 포인핸드를 뒤지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 몇 마리 연락을 해봤는데, 전화하는 곳마다 다 입양을 갔다고 하는 거예요. 그 중 한 마리가 밍순이었어요. 밍순이도 누가 데리고 가기로 했다고 해서 포기했는데, 예약했던 분이 안 데리고 갔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남편이랑 용인까지 가서 뜬 장에 큰 개들이랑 섞여서 얼굴도 못 들고 있는 밍순이를 데려왔어요. 곰팡이 피부병이 있어서 병원에 바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완치될 때까지 고양이들이랑 몇 달 격리했어요.

Q. 세 마리가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합니다. 개와 고양이 사이라 갈등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잘 지내는 편이에요. 밍순이를 2개월 때 데리고 와서 고양이들과 처음부터 거부감 없이 지냈어요. 서열은 민순이가 밍구한테 솜방망이 몇 대 맞은 후로 정리가 됐고요. 근데 약간 개랑 고양이 언어 차이가 있잖아요. 밍구는 밍순이를 엄청 여동생처럼 예뻐 하거든요. 나갔다 오면 박치기하고 핥아주고 싶어하는데 밍순이가 좀 부담스러워하고요. 밍순이는 고양이들한테 엉덩이 들고 뛰놀자고 하는데 고양이들은 쟤가 왜 저러나 하고 쳐다봐요.ㅋㅋ

Q. 마포는 반려인들이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개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이 되게 많은데 다들 직업이 독특하고 재밌어요. 아무래도 홍대 마포구라는 특성상 그런 것 같아요. 합정이랑 상수 라인에 개들이 갈 수 있는 공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까 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애들 산책 시키는 시간이 비슷해서 만나는 사람들은 계속 만나요. 그러다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는 연락처도 주고받게 됐어요. 뭔가 일이 있다거나 여행을 가야 된다거나 할 때 서로 봐주기도 하고, 야근 해야 돼서 산책을 못 갈 것 같다면서 산책도 시켜 주기도 해요.

Q. 들어오면서 보니까 ‘반려견 순찰대’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더라고요.
밍순이는 서울시에서 하는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것도 친구들이랑 다 같이 지원해서 시험 보고 마침 다 붙어서 함께 하고 있어요! 활동하시는 분들이랑 가끔 구청에 반려견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도 해요. 한 번은 마포구청장님께 질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반려인을 위해 뭘 해줄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난지 쪽에 반려견 놀이터도 조성하고, 상점에 반려견 출입 가능 스티커 같은 것도 제공해주신다고 했어요. 마포구에 더 좋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ㅎㅎ

Q. 밍구, 밍글, 밍순이와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밍순이랑 매일 같이 출근하고 있어요. 중간에 동네 산책 한 번 하고, 근처 사장님들이랑도 다 알아서 한 번씩 인사도 하고. 저희는 일,월 휴무라서 쉬는 날에는 집에서 밍구, 밍글, 밍순이랑 같이 쉬어요. 한 번씩 여행을 갈 때는 제가 물을 엄청 좋아해서 바다를 자주 가는데, 밍순이가 파는 걸 좋아해서 모래 사장을 되게 좋아해요. 근데 물을 싫어하더라고요. 제가 물놀이를 엄청 좋아해서 전용 튜브랑 구명조끼를 다 샀는데 밍순이가 싫어해서 아쉬워요.

Q. 식물 상담소에서의 밍순이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밍순이는 아주 과중한 역할을 맡고 있죠. 원래 인턴이었는데 사람들이 밍순이가 하는 일이 과중하다, 이 지나친 귀여움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데 인턴으로는 안 된다고 해서 사원으로 승진을 시켜줬더니 사원으로 만족할 수 없다 라고 하셔서 최근에 대리를 달았어요. ㅎㅎ

Q. 아이들과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나요?
사실 저희는 아파트보다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고양이들도 그냥 마당에 나가서 다 일광욕 할 수 있게요. 이사를 갈 때 제일 첫 번째 조건은 고양이들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있는지랑 해가 잘 들어오는지에요. 밖에 못 나가는 애들이기 때문에 창에서 그나마 해를 쬘 수 있는 거잖아요. 최소한의 조건이에요.

이강미

아픈 식물을 보살피고 돌보는
식물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강미 님은
밍구, 밍글, 밍순이와 반려생활 중입니다.